‘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vol.8’에 다녀왔다

개성 있는 아티스트의 숲,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를 다녀왔다

여덟 번째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가 열렸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 C홀의 너른 공간은 총 1,027팀의 아티스트가 저마다의 개성으로 꾸민 부스로 가득찼다. 이번 행사의 주제는 ‘Love Yourself’. “자신의 다양한 아이덴티티를 찾고 사랑하길 바란다”라는 의미다. 아티스트에게는 작품이 자기 아이덴티티의 일부 또는 여러 아이덴티티 중 하나다. 그렇다면 관람객은 어떤가. 행진하듯 이어지는 일러스트레이션, 그래픽디자인, 캘리그라피, 타이포그라피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건져올릴 수 있을까.


캐릭터의 향연

아티스트들의 부스를 풍경삼아 산책하듯 걸었다. 먼저 눈에 띈 점은 많은 이들이 자신의 작업을 브랜딩하는 수단으로 캐릭터를 내세웠다는 것. 그래서 마치 거대한 캐릭터쇼 한복판에 들어온 듯했다. 이는 꾸준히 성장하는 한국 캐릭터 산업의 현재를 보여준다. 다만 정체성을 확실히 드러내는 캐릭터를 만나기 쉽지 않아 아쉬웠다. 잘 나가는 캐릭터의 특징은 확실한 정체성이다. 대중으로 하여금 캐릭터를 일종의 대리인으로 여길 수 있도록 해야 하니까. 캐릭터 천국인 일본에서 관찰할 수 있는 사실이며, 최근 메신저 이모티콘 시장의 활성화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작업의 시작은 인스타그램으로부터

조기 마감하기에는 다소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군데군데 빈 부스가 보였다. “오늘만 연차를 내지 못한 관계로 출근하러 먼저 들어갑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스티커와 명함을 올려놓은 곳이었다. 또 다른 구역에는 면접 보러 가느라 피치 못하게 자리를 비운다는 곳도 있었다. 참가자가 ‘전업 아티스트’만으로 구성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새삼 떠올렸다. 하지만 그 모든 이들에게 공통점은 있었으니, 이젠 사업자 등록증보다도 중요해진 ‘인스타그램 계정’이다. 인스타그램 팔로잉 이벤트는 거의 대부분의 부스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부스는 아티스트 하기 나름

부스 하나의 크기가 상당히 작다. 내 앞에 세네 명이 서있다면 이미 부스 구경은 쉽지 않다. 물론 작은 만큼 조금만 기다리면 순서는 금방 돌아온다. 다만 관객에게는 1,026팀의 또 다른 아티스트가 있으니 굳이 기다릴 필요가 없다. 그러니 관건은 ‘굳이 기다릴 필요’를 만들어 주는 일이다. ‘그거 얼마 안 되는데 잠깐 기다리지 뭐’하는 생각 말이다. 부스는 아티스트 하기 나름이다.

앞서 열린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서 인상적으로 봤던 부스가 있다. 직접 여행간 도시의 그림을 그리는 ‘아이아트더월드(I ART THE WORLD)’의 공간이다. 그때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잉해뒀는데,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에도 참여한다는 소식을 보고 재방문했다. 이곳의 특징은 스토리텔링이다. 벽 세 개로 둘러싸인 조막만한 공간에 ‘여행’이라는 콘셉트를 부여했다.

여행을 위한 짐을 꾸리고, 여행지를 고르고, 티켓을 끊고, 출발한다. 부스 안에는 각 단계에 걸맞은 상품들이 전시돼 있다. 준비한 상품이 모두 판매되면 ‘품절’이 아니라 ‘OO행 탑승 마감’이다. 이처럼 작은 요소에도 일일이 콘셉트를 부여하는 세심함은 부스는 물론 아티스트의 작업 전체를 하나의 완결된 기획으로 바꿔놓는다. 당연히 관람객도 아티스트를 더 정확하게 기억할 수 있다.

아트를 하는 아티스트

즉석으로 그림을 그려주는 곳도 간간이 보였다. 아티스트의 작업과정에 관람객이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부스를 운영하는 것. 먼저 한 부스에서는 캐리커처를 그리는데, 주인공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그것이 완성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그 사이 작업 과정에 동화된 걸까. 완성된 캐리커처에 대한 관람객의 반응을 재밌어하는 사람들이 유독 많았다. 다른 한 곳은 부스 앞쪽에 모니터를 설치해 아티스트가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관람객 모두가 똑같이 볼 수 있다. 모든 부스는 이처럼 개성을 드러내기 위해 꾸며졌다. 전시 방식이 다르고, 콘셉트가 달랐다.

관객도 아트를 한다, 드로잉 월

전시장 한 편에는 관객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카페가 마련돼 있다. 그 뒤쪽으로는 ‘드로잉 월(Drawing Wall)’이 있는데, 이번 행사 주제인 ‘Love Yourself’와 관련해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는 곳이다. 참가 아티스트 중에서도 이곳에 그림을 남긴 이들이 있다. 본인 부스를 홍보하려는 목적도 있을 테지만, 다른 사람들이 쉽게 그림을 그릴 수 있게 시작을 끊어줬다는 점에서 작은 인센티브 정도로 여기면 될 듯하다. 수많은 창작의 결과물 틈에서 잔뜩 받은 영감을 커피 한 잔하면서 벽면에다 맘껏 쏟아내보는 건 어떨까 싶다.

Credit
에디터
사진 정 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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