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ing & Brand

상황에 빠지는 소비자

비합리적 결정에 빠지는 소비자들

갈수록 선택을 요구받는 상황이 늘고 있다. 그 선택이 매 순간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종종 이에 반하는 선택을 내리곤 한다. 물론 그 선택에 대한 후회도 하고 말이다. 특히나 무언가를 소비해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면 착각에, 모방에 그리고 상황에 빠질 때가 있다. 이번 호 Di curation은 ‘월간 아이엠’ 64~66호에 걸쳐 연재된 칼럼을 통해, 비합리적인 소비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들여다본다.

  1. 착각에 빠지는 소비자
  2. 모방에 빠지는 소비자
  3. 상황에 빠지는 소비자

03. 상황에 빠지는 소비자

지하철역에서 웅크리고 우는 사람을 볼 때 마음 한편에선 측은지심을 느끼지만 갈 길이 바빠 그냥 지나치게 된다. 신호등이 빨간불일 때도 한 사람이 건너면 모두 따라 건넌다. 구세군 종소리를 듣지만, 주변 사람들 시선 때문에 몇 장 꺼내든 지폐를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는다. 평소에는 도덕적이고 사회적인 규범에 따라 행동하다가도 특정 상황에 직면하면 나도 모르게 돌변하게 되는 이유는 뭘까?

나를 움직이는 상황의 힘

우리가 다른 생각이나 행동을 하도록 부추기는 힘은 무엇일까? 이성적인 판단일까? 아니면 무의식적인 현상일까? 무의식적인 범주에서 우리는 의사결정에 대해 잘 인식하지 못한다. 제럴드 잘트만(Gerald Zaltman) 하버드대 교수는 그 힘의 95%를 무의식이 관여하고 5% 정도만 의식이 담당한다고 주장했다. 무의식 중 행위는 판단이나 행동을 취한 후에야 유추해볼 수 있다. 왜 많은 분식점 중 하필 그 집을 선택했을까? 좋아하는 단골집이라서, 아니면 지난번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나서, 아니면 분식점 간판이 눈에 띄어서 선택했을 수도 있다. 이와 반대로 항상 같은 종류의 커피를 마시는 것처럼 선택 이유를 분명하게 인지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평소 마시던 커피가 아닌 새로운 커피를 마시고 싶다거나, 어려운 사람을 보고 평소와 달리 모른 척 지나치는 날이 있다.

상황에 대한 인식 기준이 그사이 달라지기라도 한 걸까? 평소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시는데 오늘은 친구가 카푸치노를 마셔서 같은 선택을 한 것일 수도 있다. 지하철 안에서 남루한 할머니가 껌을 파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사고 싶은 마음은 들지만, 왠지 주위 사람 시선이 부담스럽고, 많은 사람 중 누군가 사주겠지 하는 마음에 선뜻 구매가 꺼려진다. 정작 아메리카노를 좋아하고, 불쌍한 할머니를 보면 마음이 찡해지는 감정에는 변함이 없는데도 말이다. 이렇게 나도 모르게 내 행동을 과거와 달리하도록 조종하는 대표적인 영향요인으로 선택 시점에서의 ‘상황’이 있다. 내 의지와 달리 남의 의견을 따르거나 모르는 척 외면하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 나를 움직이는 힘은 무의식이다.

커피 브랜드를 선택할 때도 무의식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권위에의 복종은 도덕적 나태

군인이나 경찰처럼 제복을 입은 집단구성원에게 명령에 대한 복종은 흔한 일이다. 일반인이 겪는 보편적인 상황과는 다른 환경 속에서 의사결정을 하므로 이들에게는 엄격한 위계제도와 복종이 필요하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규율이 있는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더 많은 일을 성취할 수 있다. 이러한 집단의 대의명분을 위해서는 개인의 희생이 필연적이다. 자아를 버리고 대의를 위해 복종하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복종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심리학자인 셀리그만(Seligman)은 ‘사람은 자신의 즉각적인 만족감을 넘어 대의에 헌신하길 갈망하기 때문’이라고 이를 정의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집단차원이나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것에서 새로운 욕구를 찾는다. 그 한 가지가 바로 대의에 대한 헌신이다. 자신의 자율성을 포기하고 영향력을 주고받을 때 집단의 일원으로서 개인은 더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고 생존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것이 바로 복종이 생겨나는 이유다. 복종은 종종 우리의 사고나 관점을 변화시킨다.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임무를 부여받은 경우에도 개인은 그 권위에 복종할 수 있다.

1960년대 권위에 대한 복종의 실체를 확인하고서도 충격적인 결과 때문에 10년이 지나서 공개됐던 스탠리 밀그램(S. Milgram)의 실험이 있다. 밀그램은 나치의 유대인 대량학살을 보며 복종의 실체를 확인하고 싶었다. 그는 보상이나 대가는 물론 처벌도 없는 상황에서도 피실험자가 실험지시자의 무조건적 지시(상대방에게 전기충격을 가하도록 함)에 따를 것인가를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전, 정신과 의사와 사람들은 보상이나 처벌이 없는 상황이라면 피험자들은 실험 지시자에 대한 복종을 거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실제로 피험자들의 65%가 명령에 복종했다. 이들은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는 상대방일지라도 전기충격을 가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으며, 일부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전기충격까지 시도했다. 하지만 그들 역시 극히 정상적인 피실험자였다. 밀그램은 “자신이 가진 고유한 인격보다 더 큰 구조적인 제도를 따를 때는 필연적으로 인간성을 포기할 가능성이 드러난다”고 결론지었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복종은 개인의 생존 가능성을 높인다
출처. 애니메이션 <심슨(The Simpsons)>

도덕적 책임을 회피하게 하는 복종

권위에 대한 맹목적인 복종은 우리로 하여금 도덕적인 관점까지 변화시킨다. 우리는 이성적인 대안에 눈을 감고 복종을 선택함으로써 행동에 대한 도덕적인 책임을 회피한다. 이러한 도덕적 책임회피는 개인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집단의 일원’이라는 측면에서 필연적이고도 불가피한 조치가 대부분이다. 개인 차원일 경우 양심에 충실하지만, 집단이라는 위계질서 내에서는 권위가 개인의 양심을 대신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조직 내에서 개인의 양심에 모든 것을 맡기면 집단의 이점은 사라진다. 권위에 대한 복종은 집단의 존속을 보장하는 열쇠다.

최근 우리 사회를 시끄럽게 했던 모 유제품 회사의 대리점 밀어내기 관행 역시 이와 같은 권위에 대한 복종이다. 담당 영업사원은 도덕적 기준보다는 회사에 대한 복종을 통해 개인의 도덕적 책임을 걷어냈다. 만약 그들의 행위가 자유의지에 따른 것이었다면 도덕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까?

과도한 영업상의 밀어내기 관행도 권위에 대한 복종이 한 원인이다
출처. blog.donga.com

개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극한의 상황 속에 이뤄지는 권위에 대한 복종은 더 위협적이다.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의 발표로는, 항공기 관련 37건의 사고 조사결과 전체 항공기 사고의 25%가 조종실 내부의 복종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위겐 타노우(E. Tarnow)는 “부기장을 포함한 승무원들은 비행 중 권한을 행사하는 기장의 실수를 목격하고서도 권위에 복종해 사고위험을 알면서도 눈을 감는다”고 전했다. 권위에 대한 맹목적인 복종행위가 의무태만과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다. 지치고 힘들 때 우리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생각을 믿음으로써 진실에 눈감는다.

항공기 내 권위에 대한 복종행위는 의무태만이자 사고로 이어지는 지름길이다

집단의 익명성에 숨은 방관자들

집단 내에서 우리는 종종 의지와는 다른 판단과 선택을 한다. 혼자라면 판단이나 행동에 대한 책임감을 의식하지만, 집단 속에서는 책임감을 쉽게 회피할 수 있다. 이런 종류의 책임감 회피를 사회심리학자 빕 라타네(B. Latane)와 존 달리(J. Darley)는 ‘방관자 효과’라 칭한다. 그들은 실험참가자들이 설문지를 작성하는 강의실에 연기가 새어 나오는 상황을 연출한 후 이들의 반응을 확인했다. 혼자 있는 상황에서 연기를 발견할 경우 75%의 학생들이 밖으로 나와 이 사실을 신고했다. 세 사람이 함께 있는 경우에는 신고율이 10%로 대폭 하락했다. 다수가 있는 상황에서는 연기가 강의실에 가득한 상황에서 누구도 신고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 상황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다른 학생들이 전혀 신경 쓰지 않았기에 굳이 신고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붐비는 출퇴근 시간 지하철 의자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보면서도 누구도 상황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처음 이 광경을 볼 때는 ‘혹시?’라는 생각을 하지만 주위 사람이 개의치 않으면 나 자신도 그냥 지나친다. 늦은 시간대나 한적한 장소에 쓰러져 있는 사람이 구조될 확률이 더 높은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아이들에게 핼러윈 사탕을 나눠줄 때 가장 먼저 사탕을 바구니에서 집은 아이가 하나가 아닌 여러 개를 집었다면, 83%의 아이들 역시 사탕을 한 줌씩 집어 든다고 한다. 하지만 집주인이 아이들에게 이름과 사는 곳을 물어보자, 맨 처음 사탕을 한 줌 집은 아이와는 무관하게 67% 아이들이 사탕을 하나씩만 가져갔다. 혼자 방문해 이름과 사는 곳을 말한 어린이들은 8%만이 하나 이상의 사탕을 집어갔다. 이처럼 아이들의 이름과 사는 곳을 상기시켜 익명성을 제거하자 집단의 행동에 동조하려는 경향이 현저히 낮아졌다. 즉 여러 개의 사탕을 집어가는 아이들의 집단행동에 순응하지 않은 것이다.

붐비는 지하철일수록 쓰러져있는 사람을 지나치기 쉽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사회적 태만

독일의 심리학자 막스 링겔만(M. Ringelmann)은 집단에서 발생하는 책임감 회피를 ‘사회적 태만’이라고 지적한다. 줄다기리 실험 결과, 밧줄을 잡아당기는 사람의 수가 많아질수록 발휘되는 전체 힘의 양은 증가하지만 일인당 발휘하는 힘이 감소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한 사람이 혼자서 당길 때 평균 63kg이던 것이 세 사람이 함께 당기면 160kg으로 증가했고, 여덟 명이 함께 당길 경우에는 248kg으로 늘었다. 전체 무게 대비 일인당 힘의 크기가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여럿이 함께한다면 나 하나쯤 책임을 다하지 않아도 표시 나지 않을 것이라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사회적 태만은 개인이 아닌 집단 속에서 발생하는 책임감 회피다
출처. thezine.tistory.com/149

사회적 태만은 군중의 크기가 클수록 증가하며, 상황이 펼쳐지는 ‘장소’같은 외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시간’이라는 내적인 요인에도 영향을 받는다. 여유 있고 느긋한 오후라면 낯선 행인의 도움에도 기꺼이 응하지만 바쁜 회의시간에 쫓기는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미국 프린스턴 대학에 다니는 존 달리(J. Darley)와 다니엘 바슨(D. Batson)이 행한 ‘착한 사마리아인’ 실험을 보자. 실험자가 바쁘게 길을 가는 도중 쓰러져있는 행인의 도움에 응하는지 그냥 지나치는지 관찰했다. 전체 학생 중 40%만이 모르는 행인에게 도움을 주려 했으며, 시간적 여유가 없는 집단은 10%만이 행인을 도왔다. 반면 시간 여유가 있는 집단은 평균보다 높은 63%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왕따는 대표적인 방관자 효과

집단의 익명성 속에 숨은 방관자 효과가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렵거나 어떤 행동이 가장 적절한 반응인지 알기 어려운 ‘애매함’이 가장 큰 이유다. 애매한 상황일 때 우리는 갈등과 망설임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그 대안이 바로 도덕적 지름길을 이용하는 것이다. 방관자 효과의 대표 사례가 청소년들의 왕따나 집단 괴롭힘이다. 방관자인 학생은 가해자를 응원하는 응원자가 되며, 개입하지 않은 일반 학생은 가해자에게 일종의 보호막 역할을 한다. 2006년 영국의 한 조사결과, 괴롭힘을 본 목격자 가운데 10~20%의 학생들만이 피해자에게 도움을 줬다.

『설득의 심리학』 저자로 유명한 로버트 치알디니(R. Cialdini)에 따르면, 방관자 효과를 줄이기 위해서는 “군중에서 한 사람을 따로 떼어내라. 그 사람을 정확히 가리키고 똑바로 바라보며 도움을 요청하라”고 말한다. 군중 속에 파묻혀 사회적 책임감을 회피하려는 시도를 사전에 차단할 때 사람은 방관자가 아닌 동참자로 바뀐다. 이러한 전략의 유효 사례로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 후원금 모집 광고 캠페인이 있다. 과거에는 불특정 다수에게 필요한 성금을 보내달라고 했지만, 요즘은 자신의 후원금이 누구를 위해 사용되는지 명확하게 보여준다. 그렇게 함으로써 꼭 도와야 할 사람인 것처럼 인식시키는 것이다. 방관자가 아닌 적극적 동참자로의 전환은 높은 효과를 가져온다.

방관자 효과의 대표적 사례로 청소년 왕따나 집단 괴롭힘이 있다

집단 소외감이 두려운 순응자

집단의 익명성과는 다른 상황적 판단을 이끌어 내는 또 다른 요인으로 집단으로부터의 ‘소외감’이 있다. 영국의 사회학자 키플링 D. 윌리엄스(Kipling D. Williams)는 “집단에서 소외당하는 경험은 신체적 고통을 느낄 때와 비슷한 뇌의 움직임을 유발할 정도로 강력하다”고 말했다. 집단 소외감은 우리로 하여금 집단 순응을 만들어낸다. 밀그램은 복종과 순응을 구분해 ‘권위에 따르는 것이 복종이라면 명령하는 사람이 없는데도 주변 동료의 행동을 따라 하는 것이 순응’이라고 정의했다. 심리학자 솔로몬 애시(S. Asch)는 간단한 실험을 통해 우리 마음속에 존재하는 집단에의 동조를 증명했다. 다섯 명으로 구성된 집단에 누구라도 차이를 구분할 수 있는 답이 명백한 질문을 던진다. 앞의 4명이 전혀 예기치 않은 오답을 정답이라고 제시할 때, 나머지 한 명은 속으로는 비웃으면서도 그들과 다른 정답을 말해야 할지 의견에 동조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내 생각이 맞는 것 같지만, 혹시 내가 잘못 판단할 수도 있지 않을까?’ 혹은 ‘내 의견을 말하면 다른 이에게 소외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그들의 생각을 따르게 된다. 실제로 실험 참가자 중 75%가 앞의 네 명의 의견에 동조하는 반응을 보였다.

애틀란타 에모리대학교 그레고리 번스(Gregory S. Berns) 교수

마음속에서 순응이 일어나는 이유는 뭘까? 신경과학자 그레고리 번스(G.S.Berns) 교수팀은 “순응할 때 뇌의 전두피질이 활성화되지 않아 의식적인 결정이 일어나지 않으며, 뇌의 지각을 담당하는 후두엽과 두정엽 부위가 활성화된다”고 말했다. 순응은 의식적 행위가 아닌 지각적 왜곡 현상이다. 집단이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피험자 개인이 보는 것도 달라지고, 피험자들은 이들의 차이에 눈을 감고 동조하게 된다. 자기 생각이 집단의 결정과 일치하는 경우에는 즉각 사고를 멈추고 사고 활동에 따른 에너지 소비를 줄인다. 반면 집단과 정반대의 결정으로 독립적인 결정을 내린 피험자의 경우, 감정을 조절하는 뇌의 영역인 편도체가 활성화된다. 이는 고통과 유사한 감정을 느끼는 부분으로 집단으로부터의 독립에는 큰 대가가 따른다는 점을 시사한다.

솔로몬 애시의 동조자 실험

무조건적이고 자발적인 순응

순응은 무조건적이면서도 자발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동료보다는 자신보다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 순응하고, 소규모 집단의 구성원들은 자기들끼리 있을 때 순응을 더 잘하게 된다. 솔로몬 애시는 “순응을 잘하는 사람은 행운이나 기회 혹은 운명과 같은 외부적인 요인을 믿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예일대학 심리학과 교수인 어빙 제니스(I. Janis)는 ‘피그만 사건’으로 알려진 1961년 4월 감행된 미국의 쿠바침공작전이 집단의 판단에 순응해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린 대표 사례라 전했다. 당시 대통령 존 F. 케네디의 참모 중 몇몇은 “집단의 합의를 깨뜨리고 싶지 않았기에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고 그 이유를 말했다. 강력한 힘을 배경으로 한 집단적 합의는 더 쉽게 동조된다.

어빙 제니스는 집단 순응에 가장 큰 위험은 소속감으로 인해 집단이 처한 위험을 못 본 척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집단사고라는 연대감이 주는 편안함은 집단 구성원의 경계심을 감소시키며 위험한 결정에 휘말릴 가능성을 높인다.

수단을 통해 강제된 경우뿐만 아니라 상호 자발적 합의에 따라서도 동조 현상은 일어난다. 방관자로 남아있는 사람들을 자발적으로 집단에의 순응으로 이끌어 내기 위해선 약간의 호의를 베푸는 것이 효과적이다. 의미 있는 자선단체 모금 활동이라 하더라도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기는 쉽지 않다. 이때 작지만 먼저 상대방에게 이득을 안겨준다면, 상대방에게 자신도 베풀어야겠다는 심리를 이끌어낼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식당에서 웨이터가 손님에게 계산서를 전달할 때 사탕을 함께 건넨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팁을 받은 금액이 월등히 높았다고 한다. 실험에 참가한 파트너에게 실험 진행 도중 시간을 내어 상대방에게 커피나 음료수를 갖다 주는 정도의 친절을 베푼 후, 기금모금을 위한 자선 티켓 구매를 요청한 경우에도 친절함을 경험한 참가자들이 그렇지 않았던 참가자보다 두 배 이상 많은 표를 샀다.

집단에의 동조 현상이 의식적인 상태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무의식적인 동참을 통한 동조 현상도 일어나는데 이를 ‘카멜레온 효과’라 한다. 주변 사람이 하품을 할 때, 나도 모르게 따라 하는 경우나 상대방이 다리를 떨 경우 나도 모르게 따라 하게 되는 경우가 그 예다. 뉴욕대학 챠드란드(Chartrand)와 바르그(Bargh)의 연구결과를 보면, 대화 도중 상대방이 자신의 행동을 더 많이 따라 할수록 그 사람을 더 좋아하게 되기 때문에 동조 현상이 잘 일어난다고 한다.

집단적 사고에서 맹목적인 복종이 더 쉽게 발생한다
출처. 영화 <미스트>

기업은 종종 개인의 아이디어보다 집단적 사고를 통한 아이디어를 선호한다. 한 개인의 사고보다는 여러 사람의 사고가 더 효율적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때문이다. 이러한 맹목적인 복종이 집단의 사고를 위해 개인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쉽게 묻어버린다. 하지만 아직까지 기업은 개인보다 집단의 능력을 우선시한다.

이상 세 편의 글을 통해 평상시에 우리가 빠지는 다양한 착각과 함정에 대해 살펴봤다. 이번 시리즈를 통해 우리는 감정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비합리적인 판단의 소유자임을 자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중요한 결정에는 착각이나, 남을 따라 하는 모방, 예기치 않은 상황으로 엉뚱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하기 바란다. 비합리적인 행동을 줄여나가는 ‘호모 이코노미쿠스(Home economicus’)가 되자. 지금까진 우리는 ‘NON 호모이코노미쿠스’였다.

Comments
© DIGITAL iNSIGHT 디지털 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콘텐츠는 저작권법 제7조 규정된 단서조항을 제외한 저작물로서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입니다. 본 기사를 개인블로그 및 홈페이지, 카페 등에 게재(링크)를 원하시는 분은 반드시 기사의 출처(로고)를 붙여주시기 바랍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출처 없이 본 기사를 재편집해 올린 해당 미디어에 대해서는 합법적인 절차(지적재산권법)에 따라 그 책임을 묻게 되며, 이에 따른 불이익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Related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