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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것’에서 ‘누리는 것’으로

글. 박소영 UX 전략 컨설턴트

얼마 전 제안이 끝난 후 클라이언트에게 읍소의 메일을 보내면서 아래와 같은 말을 끝인사로 남겼다.

“테슬라모터스는 테슬라가 되었고, 애플컴퓨터는 애플이 되었고, 스타벅스 커피는 스타벅스로 사명이 변했습니다. 제품을 판매하는 비즈니스에서 서비스를 판매하는 비즈니스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社의 △△△플랫폼의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가 풍부한 OOO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 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테슬라모터스’의 사명이 ‘테슬라’로 변경됐다.

사명이 변경된 건 단순하게 사업이 다각화하는 것뿐 아니라 사업의 전략이 변화했다는 것이다. 이메일에 구구절절 저런 인사를 남긴 이유는 수주의 의지를 담은 것이기도 했지만 제발 보이는 것(Product)만으로 평가하지 말아 달라는 부탁의 의미도 담은 것이었다.

UI나 디자인은 어느 정도 상향 표준화됐고 지금 시중에 나와 있는 디바이스에서 구현 가능한 사용성까지 검증된 잘 그려진 화면들은 너무 많다. 더는 편리함을 강조한 사용성이라는 측면에서 모든 기획의 힘을 집중하는 건 의미가 없다. 너무 당연한 것이니까.

게다가 아직도 대부분 기업에서 기술적 제약을 미리 걸어두고 정해진 서비스 모델을 구축해 달라는 요구를 많이 한다. 목표는 사용자 친화적 서비스를 만들어 달라고 하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메인에는 어떤 서비스가 있어야 하고 우리의 강점인 XX 제품을 잘 팔리게 마케팅 영역을 디스플레이 측면에서 고민해달라고 한다.

하지만 화면은 제품의 겉모습과 같은 것이다. 이제는 채널의 전략, 총체적 브랜드 경험, 비즈니스 모델, 미래 로드맵 등 다차원의 고민이 담겨야 한다. (그나마 최근 들어 제약사항 없이 비교적 자유롭게 제안할 수 있도록 분석/설계사업이 개발과 분리되어 나와 이 점은 참 반갑다)

사용자를 이해한 서비스 매칭 / 가동률 강화

다시 돌아가 테슬라의 사업 전략을 반증하듯 고객은 제품이 아니라 서비스에 돈을 지불한다. 구독형 서비스는 최근 핫이슈인데 고객을 록인(lock-in)하고 자신의 채널에서 깊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이를 통해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알아서 매칭하고 가동률을 변화시킨다.

나만 하더라도 깔려있는 앱 중에 유료로 다운로드한 건 없지만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앱들은 늘어났다. 예를 들어 VIBE(음악), Netflix(영상), 밀리의 서재(도서), 쿠팡(배송)과 같이 구독형 서비스에 꾸준히 돈을 지불하고 있다. 한 번 가입해서 결제해 두면 해지하는 게 쉽지도 않다. 특히 해외 서비스의 경우 탈퇴나 이용해지 기능을 꼭꼭 숨겨두어 오죽하면 포털사이트에 ‘넷플릭스 탈퇴 방법’과 같은 키워드가 쉽게 보이기도 한다.

바이브, 넷플릭스, 쿠팡

이 작은 디바이스 안에서도 이렇게 큰 변화는 일어난다. 만물의 서비스화가 도래했다. 제품의 질이나 디자인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무형의 서비스가 제품을 차별화하는 요소로 부각되는 현상에 우리는 돈을 쓴다.

Paying for Service or Pro-vice / Direct to Consumer

클라우드 형 서비스만 보더라도 이전 소프트웨어 전체의 라이선스를 구매해서 사용하던 것에서 공급자가 제공하는 플랫폼을 통해 이용한 만큼만 비용을 지불하는 형태로 변화했다. 카카오 택시도 지나가는 택시를 붙잡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시간에 장소로 불러오는 서비스로, 코웨이는 제품과 함께 집 안 청소와 살균 등 개인의 환경을 쾌적하게 만들어주고 유지해 주는 서비스를 판매하는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일회성 사용이 아니라 제품의 기능과 서비스를 ‘누리는 것’으로 사용자의 초점이 변화했다. 그래서 Pro-vice라는 제품(product)과 서비스(service)가 합쳐진 단어도 쓰임새가 늘어났다.

이렇게 브랜드의 고유한 서비스를 누리기 위해서 채널들은 변화하고 있다. 국내의 쇼핑몰 원탑은 쿠팡이다. 쿠팡에는 수많은 브랜드 존재한다. 하지만 사용자는 특정 브랜드에 대한 경험보다 쿠팡의 비대면을 경험하고 있다. 결국 쿠팡의 서비스를 누리는 것이다.

나이키와 이케아는 최근 아마존을 활용한 직접 판매를 중지했다. 고객에게 직접 다가가는 D2C(Direct to Consumer) 전략을 펼친다. 거대 플랫폼에 속하지 않고 자체 채널을 활용해 고객에게 차별화되고 고유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다. 구글에는 ‘아마존에서 판매할 때 어떤 위험이 있나요?’를 검색하면 수많은 검색 결과가 나온다고 한다. 이처럼 아마존과 같은 공룡기업의 플랫폼은 역으로 기업에 걱정거리를 안겨주기도 한다. 입점해서 클릭만 많이 당하면 수익이 나던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D2C 전략을 꾀하는 기업들은 기존 유통 파트너사를 우회하고 최종 소비자와 직접 관계를 맺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사용한다. 5G부터 인공지능의 발전 때문에 모든 게 가능해졌다. 디지털로 맺은 관계는 셀 수 없이 새롭게 생겨나고 고유한 판매 채널과 새로운 피드백 메커니즘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됐다.

기능보다 서비스 경험으로 기대 요소 변화

사용자는 ‘난 합당한 돈을 지불했어요, 그러니 알아서 해주세요’라는 태도가 기저에 깔려있다. 우리 팀은 이들의 태도를 Take care of ‘ME’, ME-oriented라고 이름 붙이기도 했다. 특히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는 더더욱 자신을 중심으로 한 경험에 반응하며, 이렇게 브랜드를 바꾼 경험이 67%에 이른다. (72%는 개인화된 경험을 원한다)

불편한 소통 대신 UNTACT(비대면)를 선호하고 Co-individual 한 관계 지향적이기도 한 모순을 갖고 있다. 기대 감소의 시대에 사는 이들은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한다. 나의 시간과 비용을 최소화해주는 자동화된 서비스를 선호한다. 정보 비대칭의 순간을 맞이하면 때로는 외면이라는 결과를 낳을 만큼 투명하고 평판이 확인된 서비스를 끊임없이 검증한다. 즉, 나를 중심으로 한 합리적인 서비스와 공정한 피드백에 신뢰를 쌓는다.

이제는 구매가 아닌 탁월한 경험(Excellence in Customer Experience)을 만들어 내야 한다. 이것만이 기업 간의 초격차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제품과 기능은 쉽게 복제가 된다. 사용자가 누리게끔 만들어 주는 경험 설계의 포인트가 달라져야 한다.

모든 것이 사는 것이 아니라 누리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다.

Author
박소영

박소영

UX전략 컨설턴트. 국제경영과 중국어를 전공하고 전형적인 마케터의 길을 밟았다. O2O 플랫폼 ‘R’과 언론사 ‘D’의 마케팅팀에서 일했다. 지금은 UXer와 Marketer 중간쯤에서 일한다. 여전히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 글로 남기는 일을 좋아한다. romips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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