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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을 이용한 SNS, 스팀잇

SNS의 블록체인 실험
스팀잇

가상화폐니 블록체인이니 하는 화두가 들끓을 때를 조금 비켜나서, 뒤늦어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인터넷 곳곳을 돌아다녔다. 검색어 하나에 온갖 웹사이트의 수많은 게시물이 줄줄이 끄달려 나왔다. 개념 정리부터 진행해야 했기 때문에, ‘위키’부류의 실시간 사전을 먼저 살폈고, 그 다음 기사를 훑었다. 여타 커뮤니티나 블로그 등으로 범위를 넓히자, 훨씬 많은 글이 쏟아졌다. 게시물의 작성자 중에는 개발자도 있었고, 가상화폐 투자자도 있었다. 전부 다른 이야기 같았다. 화제가 범람하는 중에 서로 다른 검색어를 통해 아주 다른 제목의 게시물을 클릭해보면 한 웹사이트로 흘러드는 일이 반복됐다. 블록체인과 관련한 언론이나 블로그, 커뮤니티나 정보 공유를 겸하는 가상화폐 거래소 웹사이트도 아닌데, 블록체인 전반에 대한 설명에서부터 가상화폐 거래소 문제를 중심에 둔 JTBC의 토론까지 광범위한 내용이 한 웹사이트에서 서로 다른 작성자를 통해 다뤄지고 있었다. 조금 더 들여다보니, 많은 게시물이 ‘특정’ 가상화폐와 그것이 발행되는 시스템을 소개하기 위해 작성된 것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댓글에 관련된 논의가 줄 이었다. 블록체인을 이용한 SNS, ‘스팀잇(Steemit)’이었다.

#블록체인 #SNS #보팅 #증인 #서포터즈

스팀잇

스팀잇을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보팅(Voting)’ 시스템이었다. 스팀잇 안에서 통용되는 가상화폐인 ‘스팀(Steem)’을 이용해, 좋은 글을 작성하는 이들에 보상을 지급하는 시스템인데, 일종의 ‘좋아요’인 ‘업보트(upvote)’를 하면, 작성자에 스팀이 제공된다. 그중 일정 스팀은 보팅한 회원에게도 돌아간다. 좋은 글이 더 많은 업보트를 받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스팀잇은 마구잡이 보팅을 막을 몇 개의 제약을 만들어두었는데, 보팅을 할 때마다 차감되는 ‘보팅파워’를 따로 두어 파워가 완전히 사라지면 업보팅을 할 수 없게 만들거나 글 올린 시간이 얼마지 않았는데 글에 보팅하면 보팅 회원에 보상이 돌아가지 않는 등의 조처가 그것이다. 많은 보팅을 받은 글은 ‘인기 글(hot)’순으로 게시물을 정렬했을 때 웹사이트 상위에 노출돼 더 많은 보상을 얻을 기회를 얻는다. ‘최신 글(new)’이나, ‘홍보 글(Promoted)’ 순으로 글을 정렬할 수도 있다. 홍보 글은 작성자가 자신의 스팀을 사용해 상위에 노출한 게시물로, 일종의 자기 홍보 글인데, 사용한 스팀의 양이 많을수록 상위에 노출된다.

스팀잇 웹사이트(가린 부분은 작성자 아이디)

물론, 단순히 상장될 수 있는 가상화폐를 발행하기 때문에 블록체인으로 불리는 것은 아니다. 스팀잇 안에서도 비트코인에서와같이 ‘채굴(Mining)’과정이 이루어지고, 이들이 블록을 생성하며, 채굴자에게는 일정의 보상이 가상화폐로 지급된다. 그러나 많은 부분에서 스팀잇은 비트코인과 완전히 궤를 달리한다.

우선, 비트코인에서 블록체인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투표’는 ‘생성된 블록을 신뢰할 것인가 하지 않을 것인가’에 대해 이루어진다. 스팀잇에서의 블록체인 시스템 유지 관련 투표는 ‘채굴 자격을 누구에 줄 것인가’와 관련해 진행된다.

스팀잇에서는 비트코인에서의 ‘풀노드’와 같이 모든 데이터를 보관하고 채굴 자격을 가진 이들을 ‘증인(Witness)’으로 지칭한다. 비트코인에서, 지갑을 가진 모두가 블록을 가지고는 있는 반면, 스팀잇에서는 증인만이 데이터의 전부를 보관하는데, 이들은 회원들의 투표를 통해 선출된다.

비트코인과의 또 다른 점은, 채굴을 통해 발생한 스팀 중 일부만이 채굴자에 돌아간다는 점이다. 발생 스팀의 10%는 채굴자에 지급되고, 15%는 스팀의 한 종류인 ‘스팀파워’ 보유자에 돌아간다. 56.25%는 글 작성자에, 18.75%는 추천자에 배분된다(2017년 4월 기준).

블록체인을 이용하는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저장되는 데이터의 형태 역시 다르다. 비트코인이 블록체인을 이용한 ‘거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해, ‘거래내역’을 데이터 삼았다면, 스팀잇에서 데이터는 스팀의 거래내역은 물론 ‘게시물 자체’를 포함한다. 다만 게시물의 텍스트와 그림 및 영상을 모두 저장하지는 않는다. 블록 내에 들어가는 정보는 텍스트에 국한되며, 그림 및 영상은 URL 링크로 변환돼 저장된다.

운영자 없이 운영되는 웹사이트

서포터즈

상술했듯 개발과 관련된 운영은 회원 투표를 통해 결정된 증인이 담당한다. 그러나 블록을 만들고 데이터를 정리하는 일만이 웹사이트 운영의 전부는 아닌 만큼, 여분을 보충할 인원이 더 필요한데, 부족한 일부는 자발적인 참여자에 의해 보강된다.

운영에 대한 자발적 참여는 ‘태그’ 기능을 이용한 것이 많았는데, 가입 인사를 남긴 새로운 회원이 게시물에 ‘#kr-join’태그를 남기면, 업보팅을 제공하는 프로젝트나 스팀잇에 대한 질문 글에 ‘#kr-qna’태그를 남기면 자발적으로 모집된 ‘서포터즈’가 게시물로 찾아가 답변을 남기는 프로젝트 등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 같은 활동을 운영의 일환으로 본다면, 스팀잇은 운영에 대한 아이디어를 게시물로 제시하고 그 아이디어를 실제 운영에 반영할 수 있는 길을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아이디어에 동의하는 회원이 글에 대해 업보팅 하면, 그 게시물을 올린 사람이 보상을 받는 방식이므로, 활동에 대한 보상 문제 역시 해결할 수 있다.

KR Q&A 서포터즈 모집 게시물

물론 여타의 커뮤니티에서도 속한 커뮤니티의 부흥을 위한 회원 차원의 노력은 여러 형태로 있어왔다. 커뮤니티를 홍보하거나, ‘추천’ 등으로 게시글의 방향을 바로잡는 자정 노력을 하기도 했었다. 다만, 스팀잇에서는 스팀으로 해당 활동에 대한 분명한 보상을 받을 수 있고,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회원 역시 보상을 취득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한 홍보 및 자정 활동이 결실을 보기가 수월한 환경이라는 점이 스팀잇의 특징이다.

블록체인 실험

스팀잇의 목표는 크게 두 가지로 보인다. 하나는 운영자 없이 운영되는 웹사이트, 특히 SNS의 전례를 만드는 것이다. 제3의 신뢰 기관 없이, 모두가 참여해 정보를 공증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블록체인 목표의 SNS적 구현이 목표 인 셈이다. 여타 SNS 혹은 온라인 커뮤니티의 경우, 웹사이트 운영진의 경영 방식이 변화할 때마다 이용 방식의 변동폭이 컸다. 이용자는 플랫폼을 벗어날 것이 아니라면 운영자가 제시한 새로운 이용방식에 익숙해질 밖에 없었다. 이와 달리 스팀잇에서는, 원한다면 투표나 서포터즈 참여, 혹은 원하는 서포터즈에 보팅 하는 방식으로 ‘모두가’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돼 있기 때문에 운영진 개개의 판단에 웹사이트 형태 자체가 변형될 위험이 적다.

증인 투표 페이지. 후보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둘째는, 글에 대한 긍정적 반응이 바로 보상으로 발생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제까지 온라인에 노출되는 글은 무료로 노출되는 시기를 지나서, 글이 게시되는 웹사이트를 유료로 구독해 글에 대한 값을 받거나, 콘텐츠를 공개하기 전에 콘텐츠에 대해 크라우드 펀딩을 받는 방식으로 진화해 왔는데, 이미 공개된 개개 글에 대한 보상을 독자가 직접 지급하는 방식은 성공적인 사례가 거의 없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스팀이 건재했을 때 가능한 이야기다. 지금 스팀잇을 지탱하는 것은 스팀을 통한 보상이다. 현재 스팀잇에 글을 올리고 보팅하는 회원 중 다수는 단순히 SNS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스팀을 ‘버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들이다. 운영이며 콘텐츠가 전부 보상으로서의 스팀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스팀을 버는 일이 이를 구매력이 있는 돈과 환전하는 일과 더 연결되지 않으면, 많은 회원이 빠져나갈 위험이 있다.

스팀의 가격이 안정화된다 하더라도, SNS 및 커뮤니티가 전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가 스팀잇에서 역시 대두될 수 있다. 콘텐츠의 질과 보팅이 비례하지 않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고, 부적절한 게시물이 노출될 수도 있다.

이 같은 문제를 개인 운영진이 아니라 다수의 참가자가 자발적으로 나서 해결해야 하는데, 그래서 부적절한 게시물 문제 등이 해결될 수 있는지에 대한 화제는 차치하고서, 이 활동 역시 스팀을 보상으로 하는 활동이므로 스팀 가격이 불안정해지는 순간, 유지되기 어렵다는 위험을 가진다.

그래도 여전히 기댈 구석은 남아있다. 블록체인이라는 점이 아니라, ‘커뮤니티’라는 데.

커뮤니티

기자는 보름쯤 스팀케이알(steem Kr) 웹사이트에서 ‘눈팅’을 했다. 스팀케이알은 스팀잇의 한글판으로, 스팀에 게시되는 글 전체를 이 웹사이트에서도 읽어올 수 있지만 원 웹사이트에서 영어로 제공되는 이용 가이드, 증인 선출 등의 메뉴를 한글로 지원한다.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보듯이 게시물을 넘기다가, 블로그 ‘이웃’의 새 글을 보듯 들여다봤다. 흥미로운 게시물이 많았다. 초기 이용자로 보이는 글 작성자가 인사를 전하며 근황을 남기기도 했고, 비영리 단체 운영에 대한 연재 글이나 보도 사진작가의 가입 인사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게시물이 노출되는 방식을 독자인 이용자가 선택 가능했는데, 기사문의 게시 방식과 같이 작은 사진 오른쪽에 제목과 첫 줄이 게시되는 방식, 그리고 페이스북 타임라인과 같이 상단 큰 사진, 하단 글의 제목과 내용 몇 줄이 첨가되는 형태 두 가지가 제공되고 있었다. 일부 게시물 상단에 일종의 리트윗인 ‘리스팀(Resteem)’ 표기가 있었다. 흥미로운 글의 작성자 이름을 클릭하니, 작성자의 글을 모아둔 페이지가 노출됐다. 해당 페이지에서 그를 ‘팔로우’할 수 있었다.

게시물의 노출 방식이나 태그 및 리스팀, 팔로우 등은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복합처럼 보이기도 했는데, 양상에 있어 스팀잇은, 적어도 ‘#Kr’태그로 묶인 글의 집한인 스팀케이알은 SNS라기보다는 ‘커뮤니티’에 가까워 보였다.

스팀케이알 웹사이트. 게시물은 스팀잇과 동일하다

SNS와 커뮤니티의 가장 큰 차이는 ‘대화’와 ‘검색’에 있다. 이 게시물과 저 게시물 사이 대화가 가능하고, 이 대화에 다른 회원이 댓글이나 공유, 또 다른 게시물로 참여해 하나의 의견을 도출해내는 일은, SNS보다는 커뮤니티에서 수월하다. 게시물의 내용 혹은 제목으로 검색이 가능한 까닭이다. 페이스북에서는 페이지 이름으로는 검색할 수 있지만, 게시물의 개별 내용에 대한 검색은 웹사이트 내에서는 불가능하다. 스팀잇은 이와 달리, 구글의 맞춤 검색엔진인 커스텀 서치(Custom Search)를 적용해 스팀잇 내의 검색창에서 스팀잇 게시물을 검색할 수 있게 했다.

이에 더해 현재,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회원이 모여 있기 때문에, 어떤 의견이 게시됐을 때, 그 의견에 동조하거나 제 의견을 피력하는 댓글이 활발히 달리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경향과 앞서 언급한 태그 기능이 만나, 하나의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있어, 여타의 SNS에서 보다 의사결정이 빠르다.

대화의 경험과 하나의 일을 수행해내는 경험은 커뮤니티에 대한 애정으로 곧잘 번진다. 커뮤니티는 이 애정을 기반으로 한다. 회원이 전체적으로 몇 번씩 바뀌고 질이 떨어지는 콘텐츠가 게시되는 중에도 커뮤니티에 남아 꾸준히 글을 올리고 댓글을 남기는 이들 대개는 커뮤니티에 대한 애정으로 잔류하는 이들이다. 여타의 보상 없는 커뮤니티 역시 그런 방식으로 살아남았다. 어쩌면, 그런 방식으로 스팀잇 역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예상한다. 블록체인 SNS로서는 모르겠지만, ‘커뮤니티’ 로서는 그렇지 않을까 한다.

여하간 현재까지 스팀잇은 양질의 블록체인 관련 콘텐츠가 다수 게시되는 플랫폼이다. 기자는 블록체인, 특히 이더리움을 이용해 개발된 게임을 리뷰 하는 작성자의 게시물을 구독 수준으로 쫓아보고 있다.

스팀잇의 후발 주자로 등장한, 동영상 플랫폼 ‘디튜브(Dtube)’나, 음악 플랫폼 ‘디사운드(Dsound)’ 등과 연계해 서비스를 이어간다는 점도 흥미로운 점이다. 디튜브나 디사운드는 토렌트 방식으로 데이터를 조각 내 분산 저장하는 플랫폼이다.

콘텐츠 면에서나 플랫폼의 양상에 있어서나 여러모로 흥미로운 부분이 많은 커뮤니티다. 블록체인이나 가상화폐에 관심이 있다면, 지금 한 번쯤 들여다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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