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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님은 왜 재택근무를 싫어할까?

섬네일 디자인. 유해인 디자이너 uhaein@ditoday.com

글. 박승원 와이어링크 TX그룹 TX 컨설팅 선임연구원
브런치. https://brunch.co.kr/@seung-park

나만 없는 홈오피스(출처. 오늘의집)

재택근무는 더 이상 프리랜서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해제됐지만, 코로나19가 바꿔 놓은 업무 방식은 여전히 답을 찾고 있다. 특히 리모트 워크, 워케이션, 디지털노마드 등 비대면 일자리에 대한 관심이 눈에 띄게 늘었다.

비대면 근무가 해결해야 할 첫 번째 과제는 생산성이었다. ‘사무실에 출근했을 때처럼 일할 수 있을까?’ ‘사무실에 모여 일을 하지 않으면 기존 아웃풋을 내기 어렵지 않을까?’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협업툴과 업무 프로세스의 발전이 있었고, 그 결과는 나름 성공적이었다. 오히려 사무실 공간의 유지비를 아끼면서 비대면 환경에서 생산성을 극대화한 사례가 심심찮게 들려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기 무섭게 전 직원을 사무실로 출근하게 하는 회사가 많다. 비대면 근무의 두 번째 해결 과제를 풀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대면 업무 환경을 제대로 완성하기 위해서는 두 번째 과제인 ‘조직문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사회적 감각 형성이 어려운 비대면 환경

유대감, 소속감, 연대감 같은 사회적 감각들은 조직문화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다. 그러나 비대면 환경에서는 이런 감각을 느끼기 어렵다. 대면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상호작용이 없기 때문이다. 재택근무 중에는 동료와 함께 하는 흡연시간도, 주말을 어떻게 보냈는지 묻는 사적인 질문도, 점심시간에 같이 찾아가는 회사 근처 맛집도 없다.

사회적 감각은 교류를 강제한다고 해서 형성되지 않는다. 직원들을 회사로 나오게 하고 회식을 한다고 해서 유대감이 생기진 않는다. 자발적이지 않은 랜선 회식은 말할 것도 없다. 비대면 환경과 사회적 감각은 상관관계가 크지만, 사회적 감각을 위해 반드시 대면 환경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일정 조건을 충족한다면 비대면 환경에서도 유대감을 만들 수 있다.

역효과나 생기지 않으면 다행인 회식(출처. 인스타그램 @yangchikii)

어떻게 해야 비대면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을까? 심리적 안정감과 같은 어려운 이야기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예시가 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과 강력한 유대감, 연대감, 조직력을 갖는 경우, 바로 게임과 덕질이다.

소환사 협곡에는 공통의 목표와 협업의 경험이 있다

우리는 게임을 하면서 종종 동지애를 경험한다. 동지애는 남이라는 것이 무색할 만큼 강력한 사회적 감각이다. 게임에는 공통의 목표와 그것을 이루기 위한 협업의 경험이 있다. 보스를 사냥해야 하는 레이드 형태의 게임이든 상대의 진영을 하나씩 함락해야 하는 AOS게임이든, 팀을 이룬 게이머들은 동일한 목표를 추구한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서로가 상호보완하며 힘을 합쳐야 한다. 이런 과정은 비대면 환경에서도 효과적으로 사회적 감각을 느끼게 해준다.

회사라는 조직을 생각해보자. 우리는 공통의 목표를 추구하고 있을까?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조직의 목표와 비전이 뚜렷하게 제시되고 구성원이 그것에 동의한다면, 모두 동일한 목표를 향해 함께 갈 수 있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을 ‘동료’로 느끼려면 우리는 같은 목표를 추구해야 한다.

그러나 대표의 기대와는 달리 쉽지 않다. 옆자리 동료는 승진해 부장이 되는 것이 목표일 수 있다. 앞자리 후배는 매번 고객사의 클레임을 받지 않고 무사히 넘어가는 것이 목표일 수도 있다. 각각의 구성원이 저마다의 목표가 다르다고 여기게 되면 ‘우리’라는 인식은 성립되기 어렵다.

그렇다면 우리는 제대로 협업하고 있을까? 똑같은 업무를 한다고 해서 모두 협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같은 제안서를 쓰더라도 자료 조사를 한 사람과 제안서 초안을 잡은 사람, 제안서 내용을 쓴 사람, 디자인을 손본 사람은 각자 저마다의 일을 했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업무에서 내가 맡은 분량을 마친 후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는 방식은 협업이라고 보기 어렵다.

우리가 같이 일한다고 느끼기 위해서는 동시에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경험이 필요하다. 그렇게 되려면 자신의 업무가 전체 과정에서 어떤 부분에 속하는지 명확하게 인지해야 한다. 전체 그림을 함께 볼 수 있어야 내가 그리는 것이 잎, 줄기, 가지, 열매 중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다.

공통의 목표를 추구하고 협업하는 경험을 하고 있다면, 대면 또는 비대면인지는 그다지 중요치 않게 된다. 중요한 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가?’의 여부다. 게임에서 가장 강력한 동지애를 느끼는 순간은 손발이 잘 맞아 승리했을 때다. 환상의 플레이를 했다면 패배 후에도 GG(Good Game)를 외칠 수 있겠지만, 승리를 쟁취했을 때만큼 뜨거운 무언가를 느끼기 어렵다.

같은 승리였어도 순탄하고 무난한 승리보다 어렵고 치열하게 얻은 승리가 더 짜릿한 법이다. 공동의 적을 함께 무찔렀을 때 끈끈함은 배가 된다. 그때가 되면 억지로 직원을 모으지 않아도, 승리의 축배를 들기 위한 회식을 자연스레 원하게 된다. 그리고 함께 이겨 내야 할 것은 보스 레이드뿐만이 아니다.

최애가 같다고? 우리는 동료다!

덕질의 위상이 드높아졌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심취해 파고드는 일을 덕질이라고 한다. 덕질 중에서 가장 조직력을 갖춘 건 아이돌 덕질이다. 아이돌 덕질의 동지애가 빛을 발하는 순간은 뭐니뭐니해도 공연장이다. 오프라인 공연이 어려웠던 지난 2년 동안에도 아이돌 팬덤의 동지애는 죽지 않았다. 최애(가장 좋아하는 대상)를 괴롭게 하는 소속사에 분노를 표출하거나, 최애가 힘들어 보이면 함께 슬퍼했다. 같은 대상을 좋아하고, 같은 대상에게서 동일한 종류의 감정을 느낀다. 정서를 공유하는 셈이다.

비대면 환경의 조직에서는 정서를 공유하기 어렵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각자의 정서로 일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자취방에서 혼자 일하고, 누군가는 아이가 울고 있는 집에서 일하고, 누군가는 부모님과 늘 식사를 같이 하는 집에서 일한다. 이런 상황에서 기쁨과 슬픔, 아쉬움 등은 함께 있을 때만큼 강력하게 느끼기 힘들다.

함께 하는 웃참(웃음 참기)도 없다(출처. MBC)

비대면 환경에서 구성원에게 사회적 감각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공유하는 정서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긍정적 정서를 전달하는 것과 별개의 문제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같은 정서를 공유하고, 이 사실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국제적인 대회에서 모든 국민은 하나가 된다. 우리는 함께 울고 웃으며 응원했다. 이처럼 같은 정서를 공유하는 건 유대감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것을 단지 ‘편하게 일하고 싶어서’라고 치부해서는 안 된다. 진짜 이유는 사무실에 가면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역설적이게도 가장 출근하고 싶은 회사는 출근하지 않아도 조직력이 강한 회사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났다고 해서 다시 사무실에 나가야만 할까? 직원들을 사무실로 출근시켜야만 할까? 그렇게 해서 얻는 것은 무엇이고 잃는 것은 무엇일까? ‘원래 상태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은 이유가 될 수 없다. ‘부장님이 좋아하기 때문’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는 리턴이 아닌 뉴노멀(New Normal, 새로운 표준)로 불린다. 시대 변화에 따라 우리가 일하는 방식 역시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Author
박승원

박승원

와이어링크 TX그룹 TX 컨설팅 선임연구원. 심리학으로 경험을 설계하는 기획자. 인간의 경험(HX: Human eXperience)을 중심으로 문제를 정의합니다. psw310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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