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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캐는 댄서, 부캐는 25만 유튜버? 모두가 그녀에게 춤을 배우는 이유

‘춤선생SIMBA’ 정은희 댄스조아 대표 인터뷰

[아도바 내러티브 인터뷰 #2]

춤 하나로 25만 유튜버가 된 사람이 있다. ‘댄스조아’라는 댄스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지만, ‘춤선생SIMBA’로 대중에 알려진 정은희 대표다. 춤을 시작한 계기는 특별히 없었다. 2005년, 26살 이른 나이에 ‘댄스조아’를 창업하고 15년 넘게 운영하고 있다. 그 시작은 구로디지털단지에 있는 한 지하 연습실이었지만, 1년 만에 강남점을 오픈, 3년 후엔 본점을 확장 이전했다. 하루에 길게는 11시간씩 가르쳤고, 일주일에 하루도 못 쉴 때도 많았다. 항상 목이 쉬고 발도 부었다.

댄스조아 초창기

사실 그는 연극영화를 전공했다. 독특한 이력이다. 그 시절 춤을 업으로 삼은 사람은 누구누구의 ‘백댄서’로 들어가야 했지만, 학업을 놓고 싶지 않아 대학교 진학을 결정했다. 대학에서 춤 외에 연극, 뮤지컬, 영화 등 다양한 공연 경험을 쌓고, 졸업 후에는 잠시 극단에서 일했다. 이 경험은 훗날 그녀가 ‘춤 선생’이 되고 난 후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

아카데미를 차린 후에도 전공을 살려 수강생과 함께 공연을 기획하곤 했다. 극을 쓰고 무대를 연출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공연자보다 기획자에 잘 맞는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몇몇 강렬했던 기억은 그가 10년 넘게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한 수강생은 눈이 보이지 않았다. 팔을 멀쩡히 펼 수도 없었다. 그는 수강생의 첫인상에 대해 “짝짝이 신발을 신고 있었다. ‘팔을 쭉 뻗으라’는 디렉션에 ‘이게 다 뻗은 거예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 수강생과의 인연은 단체 수업에서 시작됐다.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만든 웃음 치료 모임에서 춤을 배우고 싶다고 댄스조아를 찾은 것이다. 그동안 여러 학원에 연락을 보냈지만 퇴짜를 맞았다고 했다.

수강생들은 암 병동을 돌며 그동안 배운 춤을 선보였다. 정은희는 이들이 주는 감동이 병원에만 머무는 게 아까웠다.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생각을 거듭하다 이들의 인생을 조명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캐스팅부터 소극장 대관까지 공연 준비를 시작했다.

2012년 12월, 관악 청소년 회관에서 정은희와 캐스트 30명은 마지막 리허설을 진행했다. 정은희는 그동안 무대를 수백 번 경험했지만, 유독 긴장을 느꼈다. 무대 경험이 없는 캐스트를 이끌고 공연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몸이 불편한 수강생이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한 번에 조명하는 드라마였다. 객석에서는 웃음과 눈물이 교차하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공연 ‘브라보마이라이프’

정은희는 잠시 생각에 잠기며 “춤을 직업으로 삼고 해왔던 일 중에 지금까지도 가장 강렬하게 남아있는 기억”이라고 말했다. 수익이 있었냐는 질문에 그는 “애초에 수익을 바라고 한 일은 아니었다. 관객들이 500~600만원 정도 두고 갔는데, 그 돈은 전부 보육원에 기부했다. 기부하는 김에 아이들을 위해 공연도 하고 춤도 가르쳤다”고 대답했다. 이어 “당시 무엇이든 마음 가는 대로 도전했다. 지금도 수강생과 이런 공연을 준비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진 않지만, 그래도 이 일을 계기로 춤이 가진 긍정적인 에너지를 깨달았다. 덕분에 업에 대한 사명감도 더 강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은희 댄스조아 대표

다음은 아도바에서 창작자 인터뷰를 담당하는 김민호와 댄서 정은희, 채널명 ‘춤선생SIMBA’가 나눈 일문일답.

그럼 요즘은 학원 수업 외에 다른 일은 안 하세요?

외국인 관광객 대상으로 케이팝 문화 체험 프로그램에 집중하고 있어요. 요즘 세계적으로 케이팝 인기가 굉장하잖아요. 수요도 계속 늘어나고 있어요. 정규 수업보다는 문화 체험 프로그램에 많이 신경 쓰고 있죠.

케이팝 문화 체험 프로그램이요?

네ㅎㅎ 나름 자부심 있는 사업이에요. 2012년쯤 강남스타일이 한참 인기였을 때 시작했어요. 태권도, 김치, 한복 체험 프로그램은 많은데, 댄스 분야는 없는 거예요. 그래서 케이팝 댄스를 문화 체험 프로그램으로 만들었어요. 처음엔 인바운드 여행사에 영업도 했죠. 점점 프로그램 인기가 높아지자, 일본ㆍ홍콩ㆍ중국ㆍ동남아ㆍ미국 등에서 연간 2천명씩 참여하러 왔어요. 코로나로 인해 2년간 온라인으로 수업했지만, 작년 여름 즈음부터 다시 활성화되고 있어요. 요즘은 제법 큰 행사를 기획할 기회도 생겼고요. 향후 케이팝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더욱 활성화해 한국 대표 관광 프로그램으로 만들고 싶어요.

영상 제작은 어쩌다 시작하게 됐나요?

학원 홍보 때문에 영상을 찍기 시작했어요. 무려 필름 카메라 시절부터요. 제가 연극영화과 출신이잖아요. 그래서 영화 전공 친구들이 갖고 있는 카메라를 조금씩 빌려 촬영하다가 나중에는 중고로 구매했죠. 그렇게 찍은 영상을 디지털화해 싸이월드나 판도라TV에 업로드했어요.

그 때 그 시절 감성의 춤 튜토리얼 영상

완전 얼리어답터였군요! 효과는 어땠나요?

기대 이상으로 많은 수강생을 모을 수 있었어요. 그 비결이 소통이 아닐까 생각해요. 싸이월드에서 수강신청을 받기 시작했는데, 꾸준히 하니까 사람들이 점차 모이더라고요. 그러다 평일까지 수업 하게 됐고, 6개월 정도 연습실에서 가르치다 정식 오픈하게 된 거죠. 구로디지털단지의 한 지하 연습실에서 위층으로 이사했고, 2008년에는 강남점을 열었어요.

정은희 댄스조아 대표

개인 채널 ‘춤선생SIMBA’는 영상을 시작하고 꽤 나중에 오픈했죠?

네, 원래는 학원 채널만 운영했어요. 어느 날 지인과 이야기하다 개인 채널도 생각하게 됐죠. 주변에서 적극 추천하기도 했고, 제가 학원 영상에 많이 출연하면 다른 강사들이 눈에 안 띄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래서 ‘춤선생SIMBA’ 채널을 만들었죠.

‘심바’라는 이름은 수강생들이 지어줬어요. 제가 공연장에 있을 때 꽤 무섭거든요. 연출할 때 앉아서 마이크 잡고 ‘지금 뭐 하는 거야!’라고 한 적도 있어요. 그 뒤로 사자라고 불렸고 심바라는 별명이 생겼어요. 욕이자 별명이었는데, 이젠 채널명이 됐네요.

지금은 가르치는 일보다 영상 제작 때문에 바쁘신 것 같아요.

그렇죠. 예전에는 단순히 학원 홍보를 위했다면, 지금은 제 채널을 활성화하고 싶어 만들어요. 영상 창작이 그저 학원 홍보 수단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인생 2막 같은 느낌이에요.

앞으로 원장 정은희보다는 창작자 심바로서 왕성한 활동을 기대할 수 있겠네요.

네. 기대해주세요ㅎㅎ 어느 순간부터 무대에 서는 것보다 수강생들이 춤추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는 게 더 보람차더라고요. 그래서 단순히 댄서가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 춤이 가진 긍정적 에너지를 일깨우는 춤 선생으로 인정받고 싶어요. 실제로 제 영상을 보고 춤을 배워 삶의 활력을 찾았다는 분도 있어요. 미국 안무가이자 힙합의 백과사전이라고 불리는 댄서 ‘헨리 링크(Henry Link)’가 제 롤 모델인데, 60대가 돼서도 그처럼 에너지와 열정을 유지하고 싶어요.

최근에는 미국 UC버클리(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에서 원데이 클래스로 케이팝 댄스를 가르쳤어요. PT 자료를 만들어 여러 학교에 제안했는데, 그중 UC버클리와 마음이 맞았죠. 항상 이렇게 기회를 만들며 살았던 것 같아요. 생각에 머무르지 않고 실현하기 위해 준비하고 노력해요. 앞으로 더 넓은 곳에서 다양한 사람과 온ㆍ오프라인을 오가며 춤으로 좋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