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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자 보자 하니까 내가 보자기로 보여?

삼성전자는 2월 초 ‘갤럭시 S22 시리즈’를 출시하며 올해 첫 프리미엄폰의 포문을 열었다. 갤럭시 S22 시리즈는 연산을 담당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카메라, 배터리 등의 성능을 크게 개선했다. 특히 ‘갤럭시 S22 울트라’는 갤럭시 S 시리즈 최초로 S펜을 내장해 큰 화제를 모았다. 이처럼 역대급 스펙을 자랑하던 갤럭시 S22 시리즈가 최근 암초에 부딪혔다. 갤럭시 S22 사용자 1,800여명이 집단 소송에 나선 것이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강제적 GOS로 성능 저하 의혹
갤럭시 S22의 논란은 GOS(Game Optimizing Service, 게임 최적화 서비스)에서 시작됐다. GOS는 게임 앱을 실행했을 때 과도한 발열을 막기 위해 초당 프레임 수와 GPU(그래픽처리장치) 성능을 조절한다. 삼성전자는 2016년부터 GOS를 스마트폰에 탑재했지만 무료 앱을 통해 GOS를 끌 수 있도록 했다. 또한 GOS로 인한 성능 하락이 심하지 않아 지금까지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삼성 ‘갤럭시 S22 시리즈’ 제품 이미지(출처. 삼성전자 뉴스룸)

그러나 삼성전자는 갤럭시 S22 시리즈를 출시하며 전작들과 달리 원 UI 4.0 업데이트로 GOS 탑재를 의무화하고, 유료 앱 같은 우회 방법으로도 GOS를 삭제할 수 없도록 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배터리 발열로 인한 안전상의 문제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갤럭시 S22 사용자들은 강제적인 성능 저하라며 반발했다.

수치로 확인된 성능 조작
GOS로 인한 성능 저하는 사실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성능 비교 사이트 ‘긱벤치(Geekbench)’에 따르면 갤럭시 S22는 GOS 작동 시 게임 중 성능이 2년 전에 출시된 갤럭시 S20보다 낮았다. 더불어 갤럭시 S22 울트라는 GOS로 인해 성능이 50% 넘게 저하됐다.

긱벤치는 전 세계에 출시된 스마트폰의 성능 지표를 측정하는 대표적인 웹사이트다. 긱벤치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갤럭시 S22와 S21, S20, S10 전 모델을 안드로이드 벤치마크 차트에서 삭제했다. 긱벤치가 지금까지 성능 조작으로 퇴출시킨 스마트폰은 대부분 화웨이와 원플러스, 샤오미 같은 중국 제조사 제품이었다.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가 차트에서 삭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긱벤치는 “삼성전자가 벤치마크에서 GOS를 끈 상태의 성능 테스트 결과를 제공했다”며 성능 조작이라고 판단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삼성 갤럭시 언팩 2022’서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이 갤럭시 S22 울트라를 소개하는 모습(출처. 삼성전자 뉴스룸)

“GOS 해제 가능하도록 업데이트 실시”
vs “진정성 없는 사과…1인당 30만원 배상”

삼성전자는 GOS 문제가 처음으로 제기된 후 GOS는 안전과 직결하기에 절대 타협할 수 없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논란이 계속되자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GOS 해제 권한을 사용자에게 주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갤럭시 S22 사용자들의 불만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들은 “이 사태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정도로 무마하려는 삼성의 태도에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삼성전자를 상대로 1인당 30만원의 손해 배상을 청구했다. 원고 측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에이파트’는 “삼성전자는 GOS를 묵비하며 최신 프로세서 탑재와 우수한 성능을 통해 게임 등을 원만하게 진행할 수 있는 것처럼 홍보했다”며 “이는 소비자의 구매 선택에 중요한 사항을 은폐하고 누락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지는 위상과 소비자의 신뢰도를 고려하면 기만적인 표시·광고 행위가 분명하다”며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및 민법에 따른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플 아이폰13 시리즈(출처. 애플)

서로가 경쟁사인 삼성과 애플, 꼼수마저 비슷?
이번 성능 논란은 5년 전에 일어난 ‘애플 배터리 게이트’를 소환했다. 삼성전자의 경쟁사인 애플은 2017년 아이폰6·6S·SE의 갑작스러운 전원 차단을 막기 위해 사용자 고지 없이 모바일 운영체제 ‘iOS’를 고의로 변경했다. 배터리 잔량이 떨어지면 아이폰 구동 속도를 의도적으로 낮춘 것이다. 애플은 “아이폰에 탑재한 리튬이온 배터리는 주변 온도가 낮거나 충전이 덜 됐을 때 기기를 보호하느라 갑자기 전원이 꺼질 수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 iOS를 업데이트했다고 해명했다.

애플이 고의로 성능을 낮췄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세계적으로 집단 소송이 줄을 이었다. 애플은 미국에서만 6억 1300만달러(약 7430억원) 수준의 배상금을 지불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도 애플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다만 국내에서 진행하고 있는 소송은 4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다 잡은 물고기라고 방심은 금물
삼성전자에 한국 시장은 어쩌면 섬세한 관리가 필요 없는 ‘어장’일지도 모른다. LG전자가 지난해 7월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하면서 삼성전자는 사실상 국내 스마트폰 시장을 독점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85%를 넘어섰다.

한국 소비자에겐 삼성과 애플 말고 다른 선택지는 없다. 화웨이와 샤오미 등이 꾸준히 한국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으나, 중국 스마트폰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거부감이 강해 시장 점유율 확대는 거의 불가능하다.

100만원이 넘는 프리미엄폰의 성능 저하. 소비자라면 당연히 화나고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갤럭시 S22 사용자들에게 필요한 건 확실한 보상과 철저한 재발 방지 대책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논란을 ‘이미 엎지른 물’ 정도로만 여기지 않고, 소비자와 소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더불어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완전한 1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장 관리는 ‘수시로’ 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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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민 기자

이재민 기자

디지털 인사이트 기자. youjam@di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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