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것들을 위한 매거진 (Trash with Luv) - DIGITAL iNSIGHT 디지털 인사이트

버려진 것들을 위한 매거진 (Trash with Luv)

가치 없는 것들에 가치를 불어넣는 매거진

미니멀라이프가 유행인 요즘, 기자는 이와 반대로 맥시멈라이프를 지향한다. 책상 위에는 늘 잡다한 것들 투성이고 작은 상자 하나, 엽서 하나 버리지 못해 보관해 두고 있다. 하물며 남들에게 쓰레기로 보이는 것까지도 말이다. 하지만 굳게 믿는다. 이러한 것들이 언젠가는 바람직한 곳에 쓰일 것이라고. 그 믿음 하나로 오늘도 무언가를 차곡차곡 모으는 중이다.

이런 기자와 지향점을 같이 하는 매거진들이 있다. 남들에게는 가치 없어 보이는 것들을 모아 숨을 불어 넣고 하나의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매거진. 그중 기자를 매료시킨 몇 권을 소개해봤다.


쓸모 있음과 쓸모없음의 차이

사람들은 매일 무언가를 버리며 살아간다.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한 휴짓조각부터 의미 없이 보낸 시간까지. 가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해 쉽게 낭비하고 버린다.
하지만 실패월간, 계간지 <쓰레기>, 매거진 <쓸>을 읽다 보면 버려진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남들이 생각하기에 의미 없어 보이는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기에 각각의 이야기는 더욱 가치 있게 빛난다. 그리고 나 역시도 버려지는 작은 것들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이건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이건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 지금의 경험들은 어떻게 재탄생할까. 어쩌면 이러한 깨달음들이 지금 소개할 매거진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쓸모 있음과 쓸모없음을 구분하는 것, 그것은 그 안에 어떤 스토리를 담느냐의 차이인 것이다.


실패의 경험을 콘텐츠로 녹여낸
매거진 실패월간

▲출처. 실패월간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사회에서 실패담은 늘 부정적인 것, 숨겨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곤 한다. 그리고 실패가 계속되다 보면 사람들의 생각 역시 바뀐다. 거대한 포부는 거듭된 실패로 인해 작아지고 머릿속은 ‘나는 안 되는구나’, 내가 하면 실패할 것 같아’ 등의 부정적인 생각들로 자리 잡게 된다. 그래서 또 다른 실패가 오기 전, 일찍이 모든 것을 포기해 버리고 만다.

하지만 <실패월간>은 말한다. 작은 실패들에 대한 모나고 삐뚤어진 생각은 지극히 사소하고 익숙한 일이라고. 실패는 좌절이기도, 성장이기도 하다고. 그래서 이러한 이야기를 모아서 말해주고 싶었다고.

그래서 <실패월간>에는 실패담만이 가득하다. 비록 8페이지의 작고 소박한 매거진이지만 그 안에 담긴 실패 사례는 상상 초월이다. 개인사업, 뷰티, 구매의 큰 주제에 맞게 새 메뉴 개발에 실패한 이야기, 귀걸이 구매에 실패한 이야기, 대학원 생활에 실패한 이야기 등이 실려 있다.

<실패월간>의 1호를 펼치면 두 면 가득 나와 있는 ‘실패는 패기다’라는 문구를 만날 수 있다. 실패의 순간은 늘 씁쓸하고 가슴 아프다. 하지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실패월간>을 통해 패기롭게, 또 과감하게 실패에 직면해보자!


쓰레기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리는
계간지 쓰레기

▲출처. 텀블벅

계간지 <쓰레기>는 스스로를 이렇게 소개한다.

“쓰레기를 둘러싼 먼지와 오해를 털어내고, 쓰레기를 바라보는 다른 시선을 주워 담습니다.”

쓰레기라고 하면 흔히 더러운 것, 필요 없는 것, 남에게 맡기고 싶은 것으로 정의한다. 하지만 계간지 <쓰레기>는 이런 보통의 시선과는 다르게 쓰레기를 바라보고 무심코 버려진 쓰레기의 서사에 집중한다. 이 쓰레기가 어디서 왔는지, 어떤 사람에게 버려졌는지에 따라 쓰레기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의미의 관성이 다르기에, 이들은 쓰레기에 주목한다.

매거진은 쓰레기와 관련해 버린 것, 헌 것, 남은 것 등을 주제로 스토리를 풀어낸다. 라이터를 버리는 내용, 맥주로 재생지를 만드는 내용, 쓰레기와 관련된 문학 혹은 음악까지 수록돼 있다. 또 쓰레기 운세라는 조금 특별한 운세가 있어 행운의 쓰레기와 꼭 버려야 할 쓰레기를 확인할 수 있다.

계간지 <쓰레기>의 특별한 점은 매거진 역시 쓰레기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버려진 전단지, 인쇄물 등이 매 호 표지의 면지로 쓰이기 때문에 표지 디자인이 조금씩 다르다. 실제로 매거진의 표지는 마트 광고지부터 계산서까지 다양하다.

계간지 쓰레기는 쓰레기 현황을 연구하거나 쓰레기를 줄이자고 말하지도 않는다. 그저 쓰레기를 좋아하고 수집하며 탐구하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 대화하는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 이야기를 담은
매거진 쓸

▲출처. 텀블벅

매거진 <쓸>은 계간지 <쓰레기>와 비슷한 듯 다르다. 쓰레기가 매거진의 주제가 되는 것은 같다. 하지만 매거진 <쓸>에는 작은 바람이 들어 있다. 쓰레기가 줄어드는 것. 이것이 바로 매거진 <쓸>의 기획의도이자 목표하는 바이다.

일상에서는 무수히 많은 쓰레기가 배출된다. 종이컵, 일회용 도시락, 음식물 쓰레기 등 한 사람에게서 배출되는 쓰레기의 양만 해도 어마어마할 것이다. 눈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쓰레기를 줄여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쓰레기 대란 속에서 개인이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은 분명 한계가 있다.

그래서 매거진 <쓸>은 우리의 삶과 적합한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Zero waste life), 즉 쓰레기 없는 생활 방식을 제안하고 관련된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매거진을 만들었다.

매거진에는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와 관련된 소중하고 알찬 정보들이 가득하다. 제로 웨이스트를 선도하는 시장의 모습부터 포장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모습의 물건들, 일회용 컵과 관련된 이슈 등을 통해 쓰레기를 줄이는 생활 방식 전반에 대해 알려준다.

매거진 <쓸>에는 쓰레기에 대한 어떤 포장도 이뤄지지 않는다. 쓰레기와 관련된 현실을 직관적이고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는다. 이것만으로도 쓰레기 문제가 조금은 해결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실패보다 더 자연스럽고 섹시한 주제는 없다!”
실패월간을 만드는 사람들(한강각, 한강감, 한강고)

Q. 우선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강각: 실패월간에서 편집장을 맡고 있는 한강각입니다. 매달 실패각을 재고 있습니다. 들어가는 글을 쓰고, 실패한 사람들을 인터뷰합니다.
한강감: 부편집장인 한강감입니다. 실패월간의 감이 떨어지지 않도록 콘텐츠를 만드는 일부터 인쇄까지 모든 일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한강고: 실패월간 디자인을 하고 있는 한강고입니다. 사진을 찍고, 포스터를 만들며 모든 편집을 맡고 있습니다.

Q. 보통 성공스토리에 집중하잖아요. 유명인들의 성공담은 언제나 화제를 몰고 오고요. 실패월간은 이와 반대로 사람들의 실패에 집중하네요. 실패월간을 만드시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한강각: 저희가 만난 건 지역 문화사업을 통해서였어요. 책방을 처음 열었을 때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아 많이 힘들었는데, 자영업 선배인 디자인 스튜디오 대표님들이 많은 실패담을 들려주셨어요. 위로와 조언을 많이 느꼈죠. 꾸준히 발행되는 어떤 것을 함께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셋 다 실패에는 자신이 있어서 실패월간을 만들게 됐어요.
또 제가 크고 작은 실패를 대수롭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성격이에요. 그래서 실패를 통해 느꼈던 많은 감정과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로 보여줄 수 있다면 노련해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어요.

Q. 매거진 소개 글을 보니 ‘실패보다 더 자연스럽고 섹시한 주제는 없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이렇게 생각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한강각: 계절은 변하지만, 비나 눈이 오는 것이 아니면 직접적으로 날씨의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잖아요. 실패는 매일 미미하게 변하는 계절처럼 작은 것들이 쌓이기도 하고, 비가 오는 날씨처럼 큰 변화로 느껴지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실패라는 주제가 섹시하다고 생각했어요.

Q. 그럼 한 호의 매거진이 탄생하기까지 어떤 작업이 이뤄지나요?

한강감: 함께 주제를 선정하고, 그 실패에 맞는 메인 인물을 찾아 심층 취재합니다. 메인 인물은 주로 책방에 오시는 손님이 되곤 해요.
그달의 사연을 모으고, 포스터를 만들어 모아진 콘텐츠를 편집해 최종 인쇄를 진행합니다. 인쇄하는 날은 함께 가내수공업을 하며 실패워킹데이를 가지고 있어요. 매거진을 만드는 기간은 약 2주 정도 소요되는 것 같아요.

Q. 개인사업, 뷰티, 구매, 그리고 곧 발매될 사랑 실패까지. 지금까지 총 4가지의 주제가 나왔는데요. 주제 선정기준이 따로 있으신가요? 또 앞으로 생각 중이신 주제가 있을까요?

한강고: 사소하고 공감 가는 주제를 선정하려고 해요. 2020년은 계획, 학교생활, 자격증, 효도 등 여러 실패 주제를 계획해뒀어요. 물론 계획한 주제로 전부 발행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Q. 첫 호에는 운영자님들의 실패담이 가득하더라고요. 하지만 최근에는 많은 사람들의 실패 사연이 매거진에 담기고 있어요. 사연을 선정하고 매거진에 게재하는 데 기준이 따로 있나요?

한강각: 사실 지금은 사연이 많이 오지 않아, 선정하는데 큰 기준을 두고 있지 않아요. 하지만 실패월간에 실리는 글 만큼은 내용에 진정성만 있다면 어떤 글이든 괜찮지 않을까 싶어요. 실패월간에서도 실패한다면 그건 너무 속상할 것아서요. 완벽한 문장이나 좋은 글은 저희도 못 써서 괜찮아요.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같은 기본적인 성의만 체크해서 보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Q. 실패의 사례들이 차곡차곡 쌓여 어떤 힘을 발휘하길 원하시나요? 실패월간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으신가요?

한강각: 완벽한 실패는 없는 것 같아요. 지나고 나면 여러 실패가 입체적인 모습으로, 성공의 경험치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실패는 두려움이나 루저의 의미가 아닌 익숙하고 사소한 것, 그리고 이런 사례가 쌓여 노련함이나 가벼움으로 발휘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경험치는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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