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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리스트

연은 바람을 거스르며 날지, 바람과 같은 방향으로 날지 않는다(A kite flies against the wind, not with it.) – 윈스턴 처칠(Winston S. Churchill)

“아이디어 환경”이 중요하다. 아이디어 내기 좋은 “분위기”가 좋은 아이디어를 낳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작가는 집에서 글을 쓰지 않고 작업실로 출근한다. 어떤 작가는 부둣가에서 온종일 놀다가 새벽에 모히또 마시며 글을 쓴다. 또 어떤 작가는 회사원처럼 하루에 8시간 동안 자리에 앉아 글을 쓴다. 그러다 보면 이코노미 증후군 걸릴까 봐 운동화 신고 몇 시간을 달린다. 또 다른 작가는 2017년에 연필로 장편소설 원고를 쓴다. 낭만적이다.

나도 그렇게 작가처럼 일하면 좋은 아이디어를 쉴 새 없이 낼 수 있을 텐데. 뭘 좀 생각하려 하면 불쑥 찾아와 말 거는 동료, 일정에 없던 회의하자고 갑자기 소집하는 분위기에서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리가 없는데. 안타깝게도 누구나 작가 같은 환경에서 일할 수는 없다. 그럴 수 있으려면 작가가 되어야 한다. 그것도 어렵지 않다. 열심히 쓰면 되니까. 스티븐 킹의 조언대로 “작가란 오늘 아침에 글을 쓴 사람이다.” 하지만 전업 작가들의 연 평균 수입규모를 알고 나면 슬그머니 마음이 바뀌고 만다. 그냥 하던 거 하자. 신선한 아이디어 내기와는 거리가 먼 사무실 분위기에서 유체이탈해서 신선한 아이디어를 낼 방법이 없을까? 있다.

반대 리스트 만들기

어떤 상황에 있더라도 아이디어를 잘 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첫 번째 방법은 우선 매사에 “반대”하는 것이다. “나는 그 생각에 반대한다!” 원래 있던 것을 보고, “그런 게 어디 있어?”라고 시비를 걸어 보자. 지금까지 아무도 아무 이야기하지 않았고,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 아무도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에 시비를 걸어 보는 것이다. 그러면 재미가 생긴다. 그게 바로 신선한 아이디어를 내는 지름길이다.

물론 직장에서 사사건건 반대를 하다 보면 반항아 이미지를 갖게 될 수도 있다. 특히 상사들이 좀 싫어할 수 있다. 그런데 좀 참는 것이다. 그게 바로 참신한 아이디어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했지만, 다칠까 봐 무조건 “네, 네.” 할 수는 없다.

걸프전쟁을 승리로 이끈 미국의 콜린 파월 장군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만일 한 조직에서 상사와 부하가 어떤 문제에 대해 둘 다 “맞다”고 말한다면 둘 중 하나는 필요 없는 존재라고. 좀 위험해도 누군가는 반대해야 새로운 생각이 나온다. 그러다가 내가 다치면 어떡하지? 다치지 않고 반대하는 방법이 있다. 무조건 반대한다고 말하지 말고 적어두는 것이다. 오늘 공책을 한 권 준비해서 나만의 “반대 리스트”를 하나 만들어 보자. 그리고 짬짬이 그것을 채워보는 것이다. 어렵지 않다. 어떤 생각에 무조건 반대하면 되니까. 너무도 당연한 생각에 반대되는 생각을 적는 것이다. 사소한 것부터 반대해보자.

사소한 것부터 반대하기

예를 들어 “12시에 점심식사를 한다.”는 생각에 반대한다면, “나는 점심식사를 12시 45분에 한다.”라고 적어본다. 아무런 의심 없이 수십 년간 당연히 12시에 습관처럼 해 왔던 일이 갑자기 새로워진다. 미국 어느 광고대행사의 아트디렉터는 아침마다 무슨 옷을 입을지 고민했다.

그래서 거기에 반대했다. 똑같은 블라우스를 다섯 벌 사서 옷장에 걸어놓고 차례로 입었다. 그것이 화제가 되어 뉴스에 나왔다. 그녀가 선택한 브랜드도 유명세를 탔다.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는 영국의 카피라이터는 아침마다 머리 감고 손질하기가 번거로웠다. 그래서 거기에 반대했다. 긴 머리를 빡빡 깎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된 광고대행사에서 일하던 시절이 있었다.

경기가 좋아 광고회사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조직인 줄 알았던 시절이었다. 자리에 앉아 조용히 일하고 있는데 공처럼 구겨진 종이가 내 책상으로 날아왔다. 종이 공으로 머리를 맞고 벌떡 일어났다. “휴지통 놔두고 도대체 어떤 미친…” 그 순간, 옆자리의 동료 카피라이터와 눈이 마주쳤다. 카피가 잘 풀리지 않아 종이에 계속 적다가 마음에 들지 않는 종이를 구겨서 던진 것이었다. 힘을 주어 더 단단하게 뭉친 공을 그의 책상으로 넘겼다. 그가 다시 내 책상으로 던졌다. 나도 다시 던졌다. 야, 이거 네 거야! 이제 탁구 경기가 되었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가세했다. 응원소리가 사무실 전체로 퍼졌다. 누가 사무실에서 사무만 하라 했는가? 누가 카피라이터는 카피를 쓰라고 했는가? 그 생각에 반대해보자. 물론 인사팀의 근심어린 경고를 받은 다음부터는 경기장을 회사 주차장으로 옮겼다.

하나의 정답에 반대하기

아이디어란 원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매출을 더 올리고 싶다.” 같은 문제를 푸는 게임이다. 답은 간단하다. “많이 팔면 된다.” 그런데 답이 하나가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하나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욱 큰 문제이기도 하다. 그 생각에 반대하자. 답이 하나라는 생각에 반대하자. 그러면 신선한 아이디어가 저절로 나온다. 매출을 올리기 위해 “점포수를 늘리자. 매출을 더 이상 올릴 수 없으니 비용을 줄이자. 그래도 안 되니 가격을 높이자. 반대로 경쟁사 제품보다 가격을 낮추자. 중국에 못 파니 인도로 가자. 모바일이 대세니 오프라인 매장을 모두 없애자. 오프라인 매장에서 모바일로 팔아보자. 광고비를 몽땅 털어 넣어 제품을 사서 샘플링을 하자. 잘 되는 제품에 끼워 팔자. 경쟁사를 공격해서 우리 제품이 돋보이게 하자. 제품의 이름을 바꾸자. 제품을 죽이자. 집을 팔아 제품을 내가 다 사버리자. 아예 내가 회사를 그만 두자.” 등등 여러 가지 답이 존재한다.

다양성이 바로 아이디어다. “정답은 하나!”라는 식의 교육과 한 가지 의견으로 모든 생각을 통일해야 하는 방식에 반대를 하자는 것이다. 나만의 “반대 리스트”에 하루에 세 가지 정도를 적어 보자. 재미있다. 갑자기 상자 밖에서 생각하게 된다(Think outside the box.). 우리의 머리는 상자니까 보통 때 머릿속의 생각은 그게 그거다. 그러니까 그 상자에서 자꾸 밖으로 벗어나오는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 “나만의 반대 리스트”가 도움이 된다. 물론 이 제안에 반대하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자서전 써보기

또 다른 방법은 평소에 하지 않던 일을 해보는 것이다. 자서전을 한 번 써보면 어떨까? 자서전은 꼭 위인이나 유명한 사람들만 쓰는 거라는 생각에 반대해 보는 것이다. 취업 면접을 위해 누구나 준비했을 자기소개서를 확장하는 것이라 생각해도 좋다. 너무 바빠서 시간 내기가 어렵다면, 올해는 나의 어린 시절만 써 보자. 오래 전 첫 회사에 제출했던 나의 자기소개서는 이렇게 시작된다.

“저는 어릴 적부터 시련을 많이 겪었습니다(뭐냐, 이건?). 네 살 때 동대문 앞에서 살았는데 당시에는 그게 보물 1호인 줄 모르고 아이들과 올라가서 미끄럼 타며 놀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동대문 바로 옆 대로에서 놀다가 달구지를 끌던 소한테 머리를 받혀서 기절했습니다. 달구지 주인이 얼마나 놀랐는지 소를 하도 빨리 몰고 달아나는 바람에 발 빠른 어머니도 잡지 못했습니다.”

실화다! 그 당시 동대문은 번화했다. 지금의 매리어트 호텔 자리가 전차 종점이었다. 전동차역도 있었다. 그런데도 아직 대로에 달구지가 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어머니의 증언에 의하면, 아이를 친 달구지 주인이 얼마나 놀랐던지 <벤허>의 전차 속도로 달구지를 몰고 이대부속병원(지금은 공원) 언덕으로 넘어가는데 잡지 못했다고 한다. 그때 어머니는 젊었고 뚱뚱하지도 않았는데. 전형적인 뺑소니 운전이다. 그 이야기 덕분에 치열한 입사경쟁에 이겼다. 아무도 자기소개서를 그렇게 쓰지 않던 엄숙한 시절이었다. 면접 때 그 이야기가 화제가 되어 사장님과 임원진과 오래오래 대화를 나누었다. 앞으로 그 이야기가 나의 자서전의 첫 장면이 될 것이다. 초등학교 들어간 첫 날 장면부터 쓰면? 자서전을 써보자. 단, 자서전의 뻔한 규격에 반대하자.

뷰파인더로 바라보기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데 도움이 될 방법이 하나 더 있다. 하루 종일 카메라의 뷰 파인더(view finder)로만 세상을 보는 것이다. 기존의 것에 반대한다는 것은 나만의 관점이 있다는 뜻이다. 누구나 똑같이 보는 거리 모습도 내가 보면 다르게 볼 수 있다. 그래서 새로운 “관점(view)”을 “찾는(find)” 훈련을 해보자는 것이다. 카메라 뷰파인더를 통해 사물을 보면 같은 대상인데도 볼 때마다 참 새로운 느낌이 든다.

녹음기로 녹음한 내 목소리가 낯설게 들리듯 보는 것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다. 마치 영화 촬영감독이 된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좋다. 촬영감독은 독특한 관점을 얻기 위해 절대로 눈높이로 찍지 않는다. 카메라를 낮추거나, 드론에 실어 높이거나, 비틀어 본다. 아니면 카메라 앞에 꽃이라도 걸고 찍는다. 24시간을 그렇게 하고 다닐 수는 없으니까 시간을 정해놓고 하면 된다. 인스타그램의 화면처럼 세상의 모든 것을 네모난 창을 통해 들여다보는 것이다. 동그란 달도, 해바라기도, 지평선도, 높은 빌딩들도 사각 프레임 안에 가두어서, 잘라서 보면 전혀 몰랐던 이미지로 다가온다. 그러다가 정말 새로운 장면을 만나면 핸드폰 카메라로 찍어두면 더욱 좋겠다. 그 이미지를 나중에 프레젠테이션 할 때 써먹을 수도 있다.

모두들 몸과 마음이 바쁘다. 그렇게 하면 좋은 아이디어 낼 수 있는지 몰라서 하지 않는 게 아니다. 짬이 나질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머릿속으로 생각만 한 사람과 시작한 사람과는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짬을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은 항상 짬이 없다.”는 말이 있다. 짬을 내어 “반대 리스트”를 한 번 적기 시작해보자. 그 속에서 세상을 바꿀, 아니 바꾸지는 못해도 세상에 도움이 될 아이디어가 팍 튀어나올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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