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밈을 모르고 마케팅하려는 사람도 있나요?

사람들은 언제 나이 들었다고 느낄까? 나에겐 생소한 말이 유행어라는 말을 들었을 때가 아닐까. 물론 트렌드 변화 주기가 길었을 때는 어느 정도 맞는 말이었지만, 최근 트렌드는 한 달에도 여러 번 바뀐다. 요즘 MZ세대는 ‘입 닫고 빵이나 먹어’ ‘북극곰은 사람을 찢어’라는 이미지를 자주 사용한다. 이는 종영한 지 4년이 넘은 인기 예능 <무한도전>에서 나왔던 대사 중 하나다. 요즘 유행어는 젊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이 아니다.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서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 이러한 유행어를 밈(Meme)이라 칭한다.

글. 김성지 기자 jerome@ditoday.com

Meme, 문화의 최소 단위

밈과 유행어의 차이는 무엇일까? 유행어는 그 자체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창작물임에 반해 밈은 2차 창작물이다. 또한 유행어는 언어에 한정되지만 밈에는 그 제한이 없다. 2021년 대표 밈은 세계적 인기 드라마 <오징어 게임> 관련 밈이다. 드라마를 시청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우린 깐부잖아’라는 대사는 들어봤을 것이다. 이에 어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가 큰 수혜를 입었다. ‘깐부치킨’은 수많은 밈을 생성하며 최고의 마케팅 효과를 얻었다. 유튜브・틱톡・인스타그램 등 동영상 플랫폼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뽑기’ ‘구슬치기’를 행하는 외국인의 영상을 볼 수 있다. 드라마가 종영한 후에도 글씨체, 체육복 등 <오징어 게임>과 관련된 모든 것이 바이럴되며 새로운 즐거움을 만들었다.

밈은 마치 바이러스같이 자기복제적 특징이 있어 스스로 번식해 확산된다. 이러한 특성으로 ‘복제하다’라는 그리스어 미메시스(Mimesis)유전자(Gene)의 합성어다. 이 새로운 언어는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에서 등장했다. 도킨스는 “밈은 사람들 사이에서 구전을 통해 재생산되는 모든 문화적 현상을 총칭한다”고 언급했다. 실제 밈은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는 유전자처럼 특정 콘텐츠에서 파생돼 사람과 사람을 통해 확산되는 문화의 최소 단위다. 

MZ세대와 소통하는 TOP 3 밈

1일 1깡은 필수아닌가요?

밈이 되는 음원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역주행’이다. 2017년에 출시된 ‘깡’은 당시 트렌드에 부합하지 않았다. 제아무리 월드스타 비(정지훈)라도 유치한 가사・과장된 안무를 소화하지 못했고 흥행에 실패하며 그는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됐다. 인생사 새옹지마라 했던가, 2019년 상반기 깡의 뮤직비디오 댓글창이 오픈되며 많은 사람이 방문했다.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인해 뒤늦게 빛을 봤다.

비의 깡 뮤직비디오(출처. Genie Music)

이러한 인기로 ‘1일 1깡(하루에 한 번씩은 깡을 들어야 한다는 의미)’이라는 신조어가 생겼고, 틱톡・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깡 첼린지 열풍이 불었다. 덕분에 새우깡・감자깡・고구마깡 등 농심의 깡 시리즈도 인기에 편승했다. 편의점 CU는 ‘1일 3깡’ 이라는 이름으로 2+1 행사를 진행하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야누스의 두 얼굴, 잔망 루피

2019년 최고의 밈이 깡이었다면 2020년은 루피의 해였다. <뽀로로> 멤버 중 하나인 루피는 암컷 비버 캐릭터다. 순진무구한 루피는 사악하게 웃는 표정으로 변형되며 인기 밈이 됐다. 얄밉도록 맹랑함이라는 뜻을 지닌 ‘잔망’이 더해지며 두 번째 캐릭터 인생을 살고 있다. 잔망 루피는 특유의 표정으로 인해 사용되는 패턴이 있다. 겉으로 순진한 척하면서 속으로 다른 생각을 할 때 사용되며 ‘군침이 싹 도노’라는 멘트를 동반한다.

루피는 단순한 외모로 인해 많은 사람이 변형해서 사용했다. 자칫하면 저작권 침해로 이어질 수도 있었지만 제작사인 아이코닉스에서 좋은 반응을 보였고, 오히려 사용을 권장하며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 출시했다. 작중에서 과자를 자주 만드는 설정으로 인해 빼빼로・상쾌한・배스킨라빈스 등 다양한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며 최고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됐다.

긍정의 힘, ‘오히려 좋아’와 ‘가보자고’

이는 내가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그동안 자연스럽게 사용해서 밈이라고 인식하지 못했다. 예상과 다르게 일이 진행될 경우 좌절하지 말고 긍정적인 경우의 수를 생각하며 좋게 받아들이자는 의미로 사용된다. 특히 인기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에서 자주 쓰인다. 전투의 승리가 전쟁에서 이겨야 하는 게임으로 바둑처럼 치밀한 수 싸움을 바탕으로 크고 작은 전투에서 이득을 챙겨야 승리할 수 있다. 그렇기에 작은 교전에서 손해 봤을 때 ‘오히려 좋아. 상대는 방심할 테니까’라고 말한다. 리그 오브 레전드를 바탕으로 밈은 보급됐고, 인기 웹툰 작가이자 100만 유튜버 ‘침착맨’이 사용하며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유명해졌다.

이말년과 오히려 좋아(출처. 무신사 유튜브)

‘오히려 좋아’는 침착맨의 시그니처가 됐지만 원작자는 따로 있다. 아프리카TV의 ‘BJ만만’이다. 그는 게임 내에서 아이템이 사라지자 “오히려 좋아요”라 말했고, 점차 다른 게임 방송인도 사용하며 확산됐다. 해당 밈으로 인해 긍정의 힘이 무엇인지 느꼈다. 처음에는 장난처럼 사용했지만 점차 힘든 상황에서 좌절하기보다 좋게 받아들이며 새로운 방법을 찾는 내가 됐다. 이와 비슷한 말로 <디지털 인사이트> 신주희 기자가 자주 사용하는 ‘가보자고’도 있다. 아이돌 팬덤에서 시작된 밈이다. 말 그대로 ‘한 번 해보자’ ‘시작하자’라는 의미를 지녔다. 중요한 일・새로운 일을 하기 전 긴장될 때 ‘가보자고’라고 외쳐보자. 자신감과 의욕이 생길지도 모른다.

페페로 배우는 밈의 잘못 사용된 사례

밈은 때로 잘못된 정보나 부정적인 이미지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페페다. 튀어나올 듯한 커다란 눈, 우수에 찬 눈동자, 두꺼운 입술을 지닌 개구리를 한 번쯤은 본 적 있을 것이다. 미국의 애니메이션 <보이즈 클럽(Boy’s Club)>의 주인공으로 이름보다 슬픈 개구리로 유명하다. 2009년을 기점으로 특유의 슬픈 표정으로 유명해졌고, 슬픈 표정・화난 표정 등 여러 표정이 응용되며 그 유명세는 세계로 확산됐다. 2016년 페페는 타임(Time)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캐릭터가 됐다. 문제는 긍정적인 인기로 선정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는 밈은 특정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된다. 페페의 인기가 시작된 4챈(4chan)은 미국 사춘기 청소년이 주 사용층인 익명 커뮤니티다. 이곳에서 페페는 원작자의 허락 없이 저작권이 침해받을 정도로 재창조됐다. 결국 페페는 미국 극우파의 마스코트가 되며 혐오와 차별의 상징이 됐다. 이러한 이유로 페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캐릭터가 됐지만 기뻐할 수 없었다. 페페의 원작자 맷 퓨리(Matt Furie)는 페페의 이미지를 정화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그는 체념하며 애니메이션 속에서 페페의 장례식을 진행하며 그에게 안식을 선물했다.

밈 전쟁: 개구리 페페 이야기(출처. 왓차)

왓챠는 페페의 일생을 바탕으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밈 전쟁: 개구리 페페 이야기>에서 창작물과 관련된 의무와 권리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다. 밈의 특성 중 하나가 바이럴로 전파되기 시작하면 다시 되돌릴 수 없다. 또한 표현의 자유란 핑계로 저작권・초상권 등 누군가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

밈을 활용하면 MZ세대가 따라온다

바이스러스처럼 복제되고 강한 전파력을 지닌 밈은 강력한 마케팅 수단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밈은 MZ세대와 궁합이 좋다. 밈은 앞서 말했듯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생성돼 구성원들이 복제・변조 등 재창작하며 사용한다. 흐름을 타 다른 커뮤니티로 확산되며 전국적・세계적 유행으로 번지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은 누군가 시켜 발생하는 현상이 아닌 요즘 세대의 놀이며 문화다.

유행하는 현상에 편승해 자기 스스로 열정과 에너지를 쏟고 자신의 방식대로 콘텐츠를 재가공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SNS를 활용해 대중과 공유한다. 이는 자기주도적인 MZ세대의 성향과도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요즘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가 MZ세대인 것을 감안한다면 밈을 활용한 마케팅 효과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밈의 보물창고

없는 게 없는 <무한도전>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그렇다면 예능은 종영하고 무엇을 남길까? 대한민국 예능에 큰 획을 그은 <무한도전>은 밈을 남기고 있다. MBC의 유튜브 채널 ‘오분순삭’은 과거 MBC 인기 프로그램을 5분 정도 길이로 편집해 업로드한다. 부담되지 않는 길이와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인해 당시 방송을 즐겁게 시청자는 물론, 직접 시청하지 않은 시청도 함께 즐길 수 있다.

홍철 없는 홍철팀(출처. 옛능 유튜브)

<무한도전>은 방영 기간 동안 예능 트렌드를 주도했던 방송이기에 수많은 유행어와 명장면이 담겨있다. 13년간의 방송이 모두 특집으로 구성될 만큼 다양한 콘텐츠가 있기에 최근 발생하는 현실과 우연히 일치하는 경우가 다수 있다. 그래서 ‘없는 게 없는 무한도전’이라는 별명이 붙으며 역주행 중이다. 그 대표적인 예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있다. 코로나19로 생겨난 지침이지만, 2009년 <무한도전>에서는 “무슨 밤 9시에 회식을 해”라고 말한 장면이 있었다. 또한 2012년에는 박명수가 이나영을 어색하게 여기며 거리를 두고 있는 모습이 마치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모습과 부합됐다. 이외에도 정작 중요한 것이 없는 상황에는 ‘홍철없는 홍철팀’, 누군가 깜짝 등장할 때 ‘형이 왜 거기서 나와’, 영국의 브렉시트를 예견하는 듯한 장면 등 모든 회차에 밈이 있다. 미국에서는 <심슨가족>이 비슷한 역할을 한다. <무한도전>만 잘 활용하더라도 밈을 잘 활용할 수 있다.

김성모는 몰라도 이 그림을 모르진 않을걸?

김성모는 일간스포츠에 연재했던 <대털>을 필두로 <마계대전> <럭키짱> 등 많은 인기작을 그린 만화가지만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반면 그의 만화를 보여주면 모두 ‘이 그림 본적 있어’라고 말한다. 진지한 표정으로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고 말하는 남자가 대표적이다.  당시 김성모의 골수 팬들은 귀찮아서 설명을 생략했을 거라 생각했고, 그런 용도의 밈으로 활용됐다. 하지만 김성모는 실제 모방범죄와 정보보안 문제로 생략한 것이라 밝히며 더욱 재조명받았다.

녹십자에서는 김성모 작가와 계약을 체결한 후, 밈을 활용한 광고를 제작했다. 해당 광고로 한달만에 4만 7,000개를 판매했고, 그 기세로 ‘2020 대한민국 제약바이오산업 광고 대상’을 수상했다. 밈의 위력을 깨달은 녹십자는 또다른 밈의 주인공인 비와 계약하며, 밈과 밈이 컬래버레이션하는 이색 광고를 만들었다.

존 비맥스 광고에 비가 참여한 광고(출처. 녹십자 유튜브)

작중에서 항상 근성을 강조하는 김성모 작가는 만화도 근성으로 그리며 다작의 상징이 됐다. 그의 작품은 <무한도전>처럼 수많은 명장면이 담겨있는 보물창고다. 기존의 그의 작품 중에서 활용하기도 벅차지만, 다른 인기 만화가인 박태준과의 협업 중인 <쇼미더럭키짱>에서 화제의 밈이 탄생됐다. ‘여자가 말대꾸?’라는 장면으로 근 몇 년간 젠더 이슈에 민감했던지라 해당 장면을 모두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여혐으로 인식될 수 있는 장면이었지만 해당 작가가 김성모였기에 오해 없이 재미있는 밈이 됐다.

쇼미더럭키짱 중 한 장면(출처. 네이버웹툰)

<신과함께>의 원작자 주호민은 자신의 개인 방송에서 이에 대한 부연 설명을 하며 오해가 발생할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도 했다. 평소 주호민과 이말년은 김성모 팬임을 자처하며 방송 중 많이 언급했고, 다수의 협동 방송도 진행했다. 그로 인해 김성모는 MZ세대에게도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고 자연스레 만화가 김성모라는 브랜드를 구축했다. 그의 작품이 주로 성인극화이기에 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연구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렇듯 밈이 자리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마케터들은 이를 보고 본능적으로 느꼈다. 밈 자체의 파급력도 있지만, Z세대와의 공통점을 파악했다. Z세대의 다른 이름은 디지털 네이티브다. 디지털 세상에 태어난 Z세대처럼 밈은 디지털에서 탄생한 문화다. 자유로우며 모든 것이 자발적으로 진행된다. 전파되는 속도, 변화하는 주기 등 관련된 모든 것이 빠르다.

자발적 확산・역주행・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인해 밈의 위력은 커지고 있어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많은 전문가가 Z세대를 분석하려 하지만 아직도 명확히 분석하지 못했고, 밈도 마찬가지다. 큰 위력을 가졌지만 밈과 Z세대는 때로는 위력만큼의 역효과를 발생시키는 양날의 검이 되기도 한다.  확실한 건 밈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면 Z세대는 물론, 모든 세대와 소통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을 얻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다소 어려운 과제이긴 하지만 오히려 좋다. 어려운 만큼 이를 해결했을 때 기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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