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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스쿨, 하버드보다 들어가기 힘든 ‘가장 선택적인 학교’

당신이 알고 있는 최고의 대학교는 어디인가? 서울대? 하버드(Harvard)? 단순 합격률로 학교의 우위를 평가할 순 없다. 하지만 입학 난이도의 경중을 알아보는 척도로는 사용할 수 있다. 2020년 기준, 서울대의 합격률은 14%(수시 일반 전형), 하버드는 5.6%, 예일대는 6.3%다. 그런데 합격률 0.8%로 25,000 명이 지원해서 단 200 명만 합격한 학교가 있다? ‘미네르바 스쿨’은 하버드보다 들어가기 힘든 학교로 화자되며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학교가 됐다. 전 세계가 미네르바 스쿨을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글. 김성지 기자 jerome@ditoday.com
이미지. 미네르바 스쿨 웹사이트 & 인스타그램
URL. https://www.minerva.kgi.edu
URL. https://www.instagram.com/minervaschools

미네르바 스쿨? 미네르바 스쿨!

미네르바 스쿨(Minerva School)은 미국의 벤처투자자 벤 넬슨(Ben Nelson)이 KGI(미국 대학 연합체, Keck Graduate Institute)의 인가를 받아 2010년 설립한 대학교다. 28명의 학생이 2014년에 처음 입학했고, 2019년 5월에 첫 졸업생을 배출했다. ‘미래의 학교’라 불리는 미네르바 스쿨은 기존 대학의 틀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모든 수업은 100% 온라인으로 진행되며, 캠퍼스가 없다. 대신 7개의 기숙사만 있을 뿐이다. 교육과 무관한 요소들이 제거해, 등록금은 약 3만 달러 정도다. 아이비리그 평균이 5만 6,000 달러임을 감안한다면 매우 저렴하다.

벤 넬슨과 미네르바 스쿨

우리나라에 SKY가 있다면, 미국에는 아이비리그(IVY League)가 있다. 설립자인 벤 넬슨은 아이비리그에 속하는 펜실베이니아 대학(이하 ‘UPenn’)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그는 세계 최고 명문 대학 중 하나인 UPenn에서 공부한다면 자신의 사고력 발전에 도움을 줄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그의 바람과는 달리 UPenn을 비롯한 대부분의 대학은 대학생의 사고력 증진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는 그가 대학 교육 제도 개혁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이어 그는 학생위원회 회장이 돼. 프리셉토리얼(Preceptorials)이라는 소규모 세미나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대학은 교육 제도 개혁에 대한 의지가 없었고, 학부생 넬슨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졸업 후 넬슨은 그의 재능을 바로 교육 사업 분야로 가져가지 않았고, 온라인 사진 인쇄업체 ‘스냅피쉬(Snapfish)’라는 벤처기업으로 가져갔다. 그의 능력을 인정받아 2005년에는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가 됐고, 2010년에 우리에게 HP로 알려진 휴렛 패커드에 3억 달러(약 35억 원)에 매각했다. 이 돈을 바탕으로, 추가적으로 여러 기업의 후원을 받아 학생들의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력과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주기 위한 미네르바 스쿨을 설립했다.

캠퍼스 0개, 기숙사만 7개

미네르바 스쿨은 일단 캠퍼스가 없다. 반면 기숙사는 7동이다. 학생 전원이 4년 동안 7개의 기숙사를 돌아다니며 생활한다. 1학년 때는 대학본부가 있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공부하고, 2학년부터 각 학기를 서울(대한민국)·하이데라바드(인도)·베를린(독일)·부에노스아이레스·런던(영국)·타이베이(대만)에서 생활한다. 각 도시에서 생활하면서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며 인간의 복잡성과 깊이를 이해하는 시간을 보낸다.

단순히 생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각 학기 수업마다 LBA(Location Based Assignme)와 시빅 프로젝트(Civic Project) 등을 수행한다. LBA는 지역 기반 과제로, 기숙사가 위치한 도시에서 학습 내용을 적용할 수 있는 주제를 정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제다. 시빅 프로젝트는 머무르고 있는 도시에 있는 기업이나 단체와 협업을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학생들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각 나라에 대한 견문을 넓히며, 수업에서 배운 것을 현장에서 적용하며 글로벌 시민이 되는 법을 배운다.

이미지. 베를린에서 학기를 보내고 있는 학생들

예를 들어 자신이 한 가지 지식만 배웠더라도 7개의 도시를 돌아다니며 적용한다면, 7개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책에서 배운 지식을 실전에서 적용하며, 학교에서 배운 지식이 실전에서 어떻게, 어디서, 왜 적용할지를 고민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수업에서 배운 지식이 ‘죽은 지식’으로 되는 것을 막아주며, 사고력 증진이 동반된다. 대학생 넬슨의 바람이 이뤄진 것이다.

또한 구성원은 미국인은 약 15%에 불과할 뿐, 50여 국의 학생으로 구성돼 있다. 함께 생활하는 것만으로도 서로 다른 배경과 문화를 교류할 수 있다. 구성원 모두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각 도시마다 다양하게 활동한다. 미네르바 스쿨은 온라인 대학으로 알려졌지만, 학생 간 유대감은 ‘오프라인 대학’ 학생들보다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한다.

미네르바 스쿨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

강의실에 교수가 들어와 출석 체크를 한 후 수업을 진행한다. 한 시간 동안 교수 혼자 강의한다. 가끔 학생에게 질문하기도 하고, 일부 학생은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는 경우도 있지만, 여전히 강의 주체는 교수다. 하지만 미네르바 스쿨은 다르다. ‘교수’ 중심의 학교가 아닌 ‘학생’ 중심의 학교다.

모든 클래스가 20명 이하로 구성돼, ‘포럼(Forum)’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교수와 모든 학생이 얼굴을 보며 의견을 주고받으며 ‘학생이 중심이 되는 세미나 형식’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사전에 녹화해 놓은 강의를 일방적으로 시청하는 우리나라의 온라인 강의와는 다른 형식이다. 포럼은 학생들의 발언량을 측정한다. 수업 중 말을 많이 한 학생에게는 빨간색으로 배경이 표시되고, 발언량이 적은 학생의 화면은 초록색이 된다. 그렇다면 교수는 색깔을 기준으로 학생들의 참여도를 알 수 있다. 자연스레 학생의 참여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수업 중 그룹별로 영상 회의를 할 수 있다.

‘강의 내용을 녹음해 교수님의 모든 설명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외웠다’

–A+를 받는 서울대생의 비법-

교수가 강의한 내용을 토시 하나 틀리지 않고 외운다면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는다. 이것이 ‘우리’가 경험한 대학교다. 물론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는 시험 외에도 출석과 과제가 있지만, 시험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다. 하지만 미네르바 스쿨에서는 ‘우리가 거쳤던 시험’은 없다. 녹화한 수업을 돌려보며, 학생의 발표를 비롯한 수업 태도, 과제, 프로젝트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또한 학생들을 ‘순위’로 평가하지 않고 ‘학생 자체’를 평가한다. 미네르바 스쿨 학생은 ‘벼락치기’로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없다. 매 수업에 성실히 임함은 물론 과제와 프로젝트 등 매사에 성실하고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다. 미네르바의 4년 교육과정은 다음과 같다.

1학년-기반작업: 비판적 사고력, 창의적 사고력, 효과적인 소통 능력, 협업 능력을 향상시키는 과정이다. 미네르바는 위 능력이 좋은 학생이 되기 위한 전제조건이며, 모든 학문에 필요한 기본 역량이라 생각했다.

2학년-방향성: 학업 조언가와 협력해 다양한 전공에 대해 알아본 후, 전공을 선택한다. 물론 복수 전공도 선택할 수 있다.

3학년-집중: 전공을 기반으로 더 깊은 공부를 하는 과정이다. 다만 너무 편협해지지 않고, 현실 적용할 수 있도록 수업이 구성돼 있다. 이때부터 캡스톤 프로젝트(자신이 배운 것의 축척물)를 시작한다.

4학년-합성: 캡스톤 프로젝트의 완성이다. 자신이 그동안 미네르바에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자신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의미 있는 것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러한 과정으로 4년을 보낸다.

이러한 과정을 모두 거친 첫 졸업생은 구글·트위터 등 유명 글로벌 기업에 취업했거나 하버드 대학원에 진학 학생도 있다. 또한 어떤 학생들은 아이비리그 출신 학생들도 졸업 후 3~5년의 실무 경력을 쌓아야 취업할 수 있는 곳에 취업한 학생도 있다. 즉, 미네르바의 교육은 아이비리그 교육보다 실전에 즉시 투입 가능한 인재로 만들어 준다는 의미다.

미네르바의 목표는 암기나 단순 지식 연구가 아닙니다.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유동적이고 적용가능한 기술을 개발하는데 도움되는 학문을 연구합니다. 우리의 사고력을 증진시키는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타일러 핀커스, 미네르바 학생-

2014년부터 많은 인재가 도박을 선택했다. 전통과 졸업생들의 사회진출이 중요한 대학교를 선택함에 있어, 전통과 졸업생이 없는 미네르바 스쿨을 선택했다. 그리고 졸업생이 나오는 지금 그 도박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합격률 0.8%,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과정

어떤 절차로 선발하기에 ‘그 하버드’보다 들어가기가 힘들다는 걸까? 최근 한국에는 많은 입시학원이 있다. 그중에는 ‘미네르바 스쿨에 합격하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학원도 있다. 미네르바 스쿨은 SAT(Scholastic Assessment Test)나 ACT(American College Testing Program) 같은 표준화된 시험 성적을 반영하지 않는다. 정형화된 시험 성적을 반영하지 않기에 미네르바 스쿨에 합격한 학생조차 ‘어떻게 해야 합격한다’고 조언해 주지 못한다. 합격하기 위해서는 ‘당신이 미네르바에서 성공할 수 있는 학생’이라는 것을 미네르바에서 인지해야 한다

첫 번째 단계는 ‘Who You Are’다. 말 그대로 ‘내가 누구인지’ 증명해야 한다. 자신의 지난 학업 과정과 그를 통해 얻은 결과를 제공해야 한다. 두 번째 단계는 ‘How You Think’로, 미네르바 스쿨의 자체 시험이다. 6개의 자체 시험을 치러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지원자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지를 평가한다. 물론 이 과정도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마지막인 세 번째 단계는 ‘What You Have Achieved’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성취한 것을 어필해야 한다. 미네르바는 학업뿐 아니라 지원자의 열정과 헌신도 판단하기에 UN 활동, 문학, 예술 작품, 등 자신의 자랑스러운 모든 활동을 포함한다.

결국 위 세 단계를 거쳐야 미네르바 스쿨에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넬슨은 “미네르바의 입학 과정은 매년 바뀐다. 물론 입학 전형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들이 있지만, 그것들은 일부이지 전부가 아니다”라 말하며 지원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우리나라의 미네르바 스쿨?

이미지. 한양대의 하이-라이브(출처=한양대 뉴스포럼)

IT 강국 대한민국은 오래전부터 온라인 강의가 보급됐다. 하지만 실시간으로 인터랙션이 가능한 미네르바 스쿨의 강의와는 달리, 유명 강사가 사전에 녹화해 둔 영상을 시청하는 형태다. 즉, 의사소통은 전혀 없는 일방적으로 지식을 제공받는 형태의 수업으로 미네르바의 교육과는 결이 다르다. 하지만 2020년을 겪으면서, 미네르바 스쿨은 더욱 주목받으며 대한민국도 일방적인 온라인 수업이 아닌 상호작용이 가능한 수업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한양대학교에서는 직접 개발한 텔레프레전스(Telepresense) 기반의 하이-라이브(Hi-Live) 시스템으로 핵심 교양과목을 수강할 수 있다. 또한 온라인 강의를 위해 성균관대학교는 ‘차세대 아이 캠퍼스’, UNIST는 ‘해동라운지’를 구축했다. 이외의 학교도 화상회의 앱은 ‘Zoom’을 이용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온택트 시대,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

코로나19가 강타한 2020년, 전 세계의 교육기관이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강제적으로 온라인 교육으로 전환이 이뤄졌다. 이와 달리 미네르바 스쿨은 2014년부터 학생들에게 최고의 교육 방법을 제공하기 위한 일환으로 온라인 강의를 선택했다. 물론 100% 온라인으로 강의가 진행돼, 온라인 교육기관으로 유명하지만 오프라인적 성향도 강한 교육기관이다. 즉, 지구상에 존재하는 어떠한 교육기관보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조화된 미네르바 스쿨은 디지털 시대에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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