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ing & Brand

문구회사가 브랜드를 만드는 방법

문구회사, 참 많다. 예쁘고 귀여운 문구도 정말 많다. 이렇게 많은 문구회사는 마케팅을 어떻게 할까? 단순히 제품 설명과 후기 콘텐츠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치열한 문구시장에서 살아남아 완고히 브랜드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소소문구는 제품보다 ‘쓰는 사람’에 집중했다. 문구를 쓰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콘텐츠를 만들어 소비자에게는 문구 그 이상의 가치를 전달하고 있다.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해 소비자와 지속적인 소통을 이뤄내는 브랜드, 소소문구의 이야기를 들었다.

글. 김수진 에디터 soo@ditoday.com
사진. 소소문구 제공


안녕하세요, 매니저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소소문구 브랜드매니저 김청입니다. 소소문구 인스타그램을 비롯해 전반적인 마케팅과 물류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제품 디자인을 제외한 모든 업무를 담당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개인적으로 문구 브랜드 채널하면 떠오르는 콘텐츠가 있어요. 문구제품 소개, 사용하는 모습을 담은 콘텐츠, 각종 이벤트… 그런데 소소문구는 문구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견한 것과 느낀 것을 담은 콘텐츠가 대다수더라고요. 끊임없이 고민해서 만든 제품이라는 점을 소비자가 알게 되는 과정이랄까요? 여기서 진정성이 느껴지고, 그 진정성이 소소문구의 브랜드가 자리 잡는 데 도운 것 같아요. 제가 느낀 것과 콘텐츠 방향이 맞을까요?

네, 맞아요. ‘쓰는 사람을 위한 문구를 만듭니다’라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콘텐츠로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쉬울 것 같아요. 소소문구의 제품에 대해 “이게 왜 쓰는 사람을 위한 문구인데?”라는 물음에 답하는 과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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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깅노트를 예시로 설명드릴게요. 우선 제품과 이름이 매칭하는 지점에 집중했어요. 디깅(Digging)은 무언가에 매료돼 그것만 파는(Dig) 뜻이기에 ‘몰두하는 사람을 위한 노트’라고 타깃을 설정한 후 제품을 홍보하기 시작했어요(이미지 1). 다음으로는 표지색을 땅에서 따왔다는 것을 소개했고요(이미지 2). 연두색은 ‘촉촉한 풀밭’으로, 회색은 ‘갯벌색’, 황토색은 ‘비옥한 토양’이라는 이름을 붙여 ‘파는’ 의미와 함께 어필했죠. 단순히 예쁜 색을 이용해 만든 문구가 아닌 제품의 가치를 소개하고 싶었어요. 이후 내지에 대한 이유를 설명했어요. 안정적이면서 광활한 땅인 격자무늬 위에 글씨를 쓰거나 사진을 붙여 디깅하는 영역이라는 개념을 부여했죠. 또한 노트의 테두리를 금장·은장으로 칠한 것은 개인적인 기록이 성격이나 사전처럼 보호해야 할 가치가 있다는 점을 표현했어요(이미지 3).

이렇듯 소소문구의 인스타그램은 디깅노트 하나에서 시작해 왜 ‘디깅’ 노트인지, 왜 이 색이었는지, 왜 내지에 격자무늬를 넣었는지, 왜 모조지를 사용하지 않았는지를 설명한다. 이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소소문구가 문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마음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려 하는지 진정성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 진정성은 곧 소소문구의 브랜드 방식으로 이어진다.

제품 하나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있다는 게 새로워요. 제품에 있는 많은 요소들, 그중에서 단 하나도 의미 없는 특징이 없네요. 제품보다 ‘사람’에 주목한 소작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궁금해요. 일러스트레이터마다 각기 다른 작업 과정 이야기를 담았는데, 기획의도는 무엇이었나요?

소작 프로젝트는 2014년도에 처음 시작했어요. ‘작가의 서랍에 숨겨진,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한 작품을 널리 알리자’는 게 기획의도였죠. 작가의 그림을 제품에 담는 것과 더불어 그림을 그리는 사람에게 집중하기 위한 프로젝트였어요. 더 나아가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쓰는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고, ‘쓰는 사람을 위한 문구’라는 브랜드 메시지를 강화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소작노트를 그려주신 작가님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사람들의 참여로 진행한 ‘나, 해보려고’ 전과 ‘아임디깅’ 전을 인상 깊게 봤습니다. 문구회사에서 전시를 개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새로웠어요. ‘쓰는 사람’들이 직접 사용한 노트를 전시함으로써 소비자에게 더 확장된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 같았고요.

저는 상업 전시 기획을 커리어로 시작했고, 그 경력은 자연스레 전시에 대한 사고를 확장시켰어요. 꼭 미술 작품을 보는 것만이 전시가 아닌 ‘경험한 것’도 전시가 된다는 것으로요. ‘나 해보려고’ 전을 진행했을 때도 전시보다는 팝업스토어를 해보자고 생각했었는데 사고 회로가 전시 쪽으로 정리됐던 것 같아요. 이후 자연스럽게 참여자를 섭외했어요. 문구회사에서 개최한 전시는 단순히 문구가 훌륭하다는 메시지가 아닌 전시를 본 사람들이 ‘나도 써보고 싶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게 옳다고 생각해서 진행했습니다.

이 전시들은 각각 표어를 갖고 있었어요. ‘나, 해보려고’ 전은 “생각을 실천으로”, ‘아임디깅’ 전은 “관심을 관점으로”입니다. 이 표어들을 중심으로 전시를 실체화하려고 노력했어요. ‘생각’이나 ‘관심’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요. 그것들을 ‘실천’과 ‘관점’으로 레벨업할 수 있는 계기를 관람자들에게 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두 전시 모두 참여자들의 색깔이 다양했어요. 참여자 기준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나, 해보려고’ 전의 경우 10대 후반부터 40대 후반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다는 것, 그리고 크리에이티브가 있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일반적인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다는 게 포인트였어요. 직종도 다양한 사람들로 섭외했고 고등학생과 제빵, 음악, 작가, 마케터, 에디터 등으로 혼재돼 있었죠. 다양한 참여자가 전시의 실험이었고, 좋게 봐주셨어요.

제일 애정하는 소소문구의 제품 한 가지를 추천해주세요.

모든 제품을 애정하지만, 하프다이어리의 파생 상품으로 개발한 ‘페이스메이커’를 가장 좋아해요. 저는 ‘다꾸(다이어리 꾸미기)’를 잘하는 편은 아니에요. 줄공책에 제 맘대로 표를 만들고, 낙서를 끄적이면서 개념 잡는 용도로 노트를 사용하는데요. 이런 습관을 반영해서 디자인한 일정관리용 노트입니다. 소통할 때도 도식화해서 소통하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디자이너님들이 되게 신선하셨나 봐요. 그래서 직접 시안을 보여주면서 ‘청님이 쓰시는 걸 보고 만들었어요!’라고 말해주셨을 때 무척 감동했습니다.

무엇보다 단순히 제품 소개가 아니라 제품 안에서도 주제를 뽑아낸 노력이 보여요. 제품을 만드는 방식에 대해서도 말씀 부탁드리고 싶어요. 어떤 점을 중점으로 제품을 만드시나요?

이 질문은 ‘알책’이라는 제품과 함께 말씀드리고 싶어요. 작년에 언리미티드에디션에 참가하게 돼서 특별하게 보일만한 제품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만든 제품이에요. 언리미티드에디션에는 ‘독립출판을 해봤거나 꿈꾸고 있는’, 둘 중 하나에 해당하는 분들이 오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분들에게 도움이 될 노트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음에 품고 있는 독립출판이라는 알이 있다면 그 알을 기르고, 깰 수 있게끔 도와주는 책이라고 해서 알책이라고 이름 붙였어요. 그래서 알책에는 사람들이 잘 모를 수 있는 제본 방식과 쪽 배열표에 대한 개념이 들어있어요. 판형도 독립출판에서 제일 많이 사용되는 크기로 제작했고, 페이지 배열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도록 6공 노트로 제작했죠. 알책뿐만 아니라 디깅노트와 하프다이어리 모두 어떤 사람이 쓸지를 우선 생각하고 기획해요. 세상에 있는 많은 노트들 중 왜 소소문구 노트를 써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구매자들에게 전하고 싶어서요.

소소문구 마케팅 채널은 인스타그램 하나인 것 같더라고요. 혹시 다른 채널이 있으신지 궁금해요. 

주요 채널은 제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인스타그램이에요. 올해에는 웹사이트를 리뉴얼할 계획이 있습니다. 리뉴얼한 웹사이트에서 더욱 다양하고 깊이 있는 콘텐츠를 보여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인스타그램 채널 타깃층이 궁금해요. 브랜드 소셜미디어 계정 타깃은 주로 어떤 분들을 중점으로 하시는지, 그리고 계정을 운영하는 데 있어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점은 무엇인가요?

특정 연령대를 정하진 않고, ‘쓰는 사람’이라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소소문구의 타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인스타그램에서 가장 집중하는 건 ‘이 게시물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지’예요. 하나의 게시물에 하나의 메시지를 담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이런 메시지를 차곡차곡 쌓아서 팔로워들에게 저희가 추구하는 기록의 가치를 전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사실 이 마음은 인스타그램 콘텐츠에 국한하는 것은 아니고, 소소문구의 모든 활동에 해당합니다.

이 마음에 부합하는 ‘아임디깅’ 관람 후기를 소개합니다.

“지나가는 일상을 기록하고 싶어 일 년 정도 일기를 쓰고 다이어리도 꾸몄지만 ‘기록’의 목적보다는 ‘꾸밈’이 목적이 돼 버린 것 같다. 다른 분들이 디깅한 것을 보니 나도 알맹이가 있는 기록을 하고 싶어져 디깅노트 하나 구입했다.”

다꾸’에 진심인 분들이 많은 시대에요. 혹시 아이패드용 다이어리를 만들 계획은 없으신가요?

디자이너님들도 아이패드를 애용하고 계세요. 아이패드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서 그와 관련한 제품들까지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요,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쓰기에 대해 탐구한 후 알맞은 제품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아이패드를 ‘쓰는 사람’을 위한 제품군도 잘 만들어보겠습니다.

매니저님은 소소문구가 어떤 브랜드가 되길 원하시나요?

소소문구는 쓰는 사람을 위한 문구브랜드로 자리 잡아왔고, 그 과정을 통해 쓰는 사람을 향한 짝사랑이 진행해왔다고 생각해요. 1년 동안 짝사랑을 했으니 올해는 같이 쓸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프로젝트를 생각하고 있어요.

1년 전, 입사 지원서에 이렇게 썼어요.

소소문구의 노트는 구매자가 일상, 나아가 자신의 삶을 기록하는 도구로 개발하고 싶습니다. 궁극적으로 소소문구는 ‘쓰는 사람을 위한 브랜드’라는 인식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래서 무언가를 쓰고자 하는 사람들이 노트가 필요할 때, 단번에 떠올릴 수 있는 소소문구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마치 펜하면 모나미를 떠올리는 것처럼요.

제가 소소문구에서 해왔던 1년 동안의 모든 활동은 이 말을 실천하기 위한 일환이었어요. 앞으로는 여기서 더 나아가 ‘쓰는 사람과 함께하는 브랜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브랜드에 대해 알려왔다면, 앞으로는 그 소리에 귀 기울여준 ‘쓰는 사람’들이 소소문구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려고 합니다.

강력한 브랜딩이 되기 위해선 브랜드의 본질에 집중해 그들만의 색을 굳혀야 한다. 소소문구는 소소한 순간을 문구 제품에 담아 직접 사용하는 모습과 사용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담는다. 쓰는 사람과 함께하는 브랜드, 앞으로 소소문구의 브랜드가 어떤 방향으로 뻗어 나갈지 기대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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