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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문화, 그 속에서 변모하는 마케팅

바야흐로 플랫폼 시대다. 디지털 플랫폼을 삶의 무대로 살아가는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사람을 마주할 기회를 잃어버렸다. 비대면(非對面)문화시대 – 플랫폼의 양면성을 파헤쳐보고, 플랫폼 속에 살아가는 소비자를 이해하고 ‘이 시대에는 어떤 마케팅이 필요할까?’를 함께 고민해보자.


Intro. 앱으로 주문하는 커피 한 잔

회사에 도착하기 전, 어김없이 카페에 들린다. 졸린 잠을 깨우기 위해, 아니 거의 살기 위해(?) 마시는 모닝커피. 매장에 도착하자 사이렌 오더로 주문해놓은 커피가 나온다. ‘주문하신 이세……’ 닉네임을 다 부르기도 전에 커피를 챙기고 핸드폰을 쳐다보니 8시 57분. 아직 3분이 남았다. 한 손에 커피를 든 채 회사 건물로 최대한 천천히 걸어간다. 인생 참 퍽퍽하다. 오늘의 마케팅 모먼트는 아침부터 구수한 커피 향과 함께 찾아왔다.

텀블러와 함께하는 어느 평범한 출근길

무인(無人)시대, 사람이 없다

일본식 파스타를 먹으러 들어가는 입구에 내 키를 훌쩍 넘는 키오스크가 자리하고 있다. 클릭, 클릭, 클릭. 몇 번의 터치와 신용카드 주입만으로 주문이 완료됐고 이내 주방이 분주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랏샤이마세(어서오세요)!” 힘찬 인사를 듣고 얼마 지나지 않은 뒤에 파스타가 자리로 도착했다. 혼밥에 최적화된 바 형태의 테이블 구조. 음식을 만드는 직원들의 모습은 볼 수 있지만, 그 사이에 세워진 공기의 벽이 대화를 단절시킨다. 식사를 마치고 떠나는데 뒤로 직원의 인사가 들린다.

사람이 없다. 아니 사람은 있는데, 마주하고 대화할 기회가 사라졌다. 키오스크가, 식당 인테리어가, 앱이 사람이 하던 일들을 대신해준다. 간단하고 편리하다. 시간도 절약된다. 이처럼 편리한 일상이 내겐 불편한 마케팅 모먼트로 다가왔다. 언제부턴가 우리 일상에 자리잡은 무인·비대면 문화를 마케터로서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주문을 하고 음식을 다 먹기까지 직원과 한마디도 할 수 없었던 식당.
말을 걸어주길 원한 것은 아닌데 왠지 서글픈 이 느낌은 뭘까?

제레미 레프킨은 2001년 그의 저서 『소유의 종말』에서 20세기까지는 물질을 ‘소유’한 반면 21세기는 ‘접속’의 시대가 될 것이라 예견했다. 필자는 더 나아가 플랫폼 시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초고속 인터넷을 기반으로 모든 비즈니스가 플랫폼을 단위로 진행되는 시대 – 플랫폼의 등장은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 아닌 사람과 기술(플랫폼)의 연결로 관계의 대상을 바꿔놨다. 비대면 문화는 시스템에 의해 인간이 더이상 대면하지 않는 기조가 보편사회현상이 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오직 키오스크나 앱이 요구하는 행동만 해도 충분히 살아간다. 신속성이나 편리성이 최고의 가치가 돼 인간이 자기도 모르게 시스템에 종속돼 버린 삶. 너무 예민하게 생각하는 걸까?

최근 비대면 문화를 선도하는 플랫폼 중 하나가 배달 앱이다. 혼자 식사하는 일이 잦거나 식사시간이 불규칙한 경우 특히 유용하다. 몇 년 전까지만해도 ‘아웃사이더’의 행동으로 여겨졌던 혼밥문화가 이제는 요식업계 트렌드가 됐다. 요식업 종사자 입장에서는 오프라인 매장 외에 또 다른 판매 채널의 생성으로 추가 수요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에서 고객응대량이 줄어들어 사람을 상대하는 데에서 생기는 피로도가 감소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배달 앱은 단순히 음식을 사고 파는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요식업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거대한 생태계를 품고 있는 셈이다. 플랫폼 안에 서식하는 플레이어들(플랫폼 운영자-음식업자-소비자)은 서로 수익과 편리함을 주고받으며 Win-Win 관계를 형성한다. 하지만 이러한 생태계가 마냥 좋은 걸까. 플랫폼이 제공하는 편리함과 더 큰 수익은 어쩌면 우리가 놓치고 있는 다양한 가치들과 교환(Trade-off)된 것은 아닐까.

현대사회의 기술로 편리함을 누리지만 결국에는 더 외로워지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플랫폼이 아닌 사람과 대화하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비대면 문화, ‘초연결성’이 깔려있다

그렇다면 플랫폼 시대 비대면 문화를 단순히 사람 간의 단절(Disconnection)로 이해해야 할까? 먼저 비대면 문화의 기저에는 ‘초연결성(Hyper-connection)’이 깔려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전 세계에서 인터넷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에 살고 있다. 손바닥만한 크기의 모바일 기기로 수십 개의 플랫폼을 버퍼링 없이 사용하고 여러 사람들과 연결되는 시대를 살아간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극도로 연결’돼 있으면서도 ‘단절’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삶의 주요 영역이 가상공간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단단한 대지를 밟을 때 느낄 수 있는 안정감과 연결성이 사라지고, 무중력 우주공간을 떠다니는 것처럼 가상세계에서 살아간다. 불안하고 외롭다. 이때 플랫폼은 가상세계를 살아가는 개인의 활동 단위가 된다.

둘째, 사람과 사람이 만날 때 발생하는 수많은 비정형 관계가 시스템 안에서 정형 관계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비정형 관계가 정형 관계로 전환되다는 게 무슨 뜻일까? 일례로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을 살펴보자. 이들은 모든 고객대응(C/S)을 이미 플랫폼에서 준비한 답변인 FAQ로 대체한다. 고객이 겪을 수 있는 모든 문제 상황을 예측할 수 있으며 기술(플랫폼)이 그러한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이 바탕에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2년 전 해킹 당한 내 페이스북 계정은 여전히 어떤 답변도 얻지 못한 채 유령 계정으로 남아있다. 그들의 태도는 ‘너의 요청사항을 들어줄 직원은 없으니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답변을 참고해보세요’ 같다. 참고로 두 회사는 광고 지출액이 큰 고객들을 대상으로 선택적 대응하는 플랫폼으로 유명하다.

플랫폼 비즈니스 혹은 특정 사업자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밝혀둔다. 플랫폼 비즈니스가 새로운 부가가치와 편리성에 더해 부까지 가져다 줬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다만 그 기술에 의존하는 인간은 또 다른 형태의 불편함을 느끼고 있으며, 플랫폼을 가진 자들에게 권력이 쏠리고 그로 인해 새로운 계급 구조가 형성된다. 소비자는 시스템의 규정에 따라 행동하는 인간으로 전락하고 현실에서는 사람과 사람 간 단절을 경험하게 된다.

마케터로서 플랫폼 비즈니스의 양면성을 알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소비자를 이해함으로써, 지금 이 시대 어떤 마케팅이 필요한지 고민하며 실천해나가는 용기와 혜안이 필요한 시기다.

플랫폼 기반 마케팅의 핵심역량 세 가지

플랫폼 기반 마케팅은 기존 접근법과 어떤 점에서 달라야 할까? 그 전에 먼저 마케터의 두 가지 유형에 대해 알아야 한다. 첫 번째는 플랫폼 비즈니스 자체를 다루는 마케터다. ‘와디즈’나 ‘오늘의 집’ 같은 기업의 마케터가 여기에 속한다. 두 번째는 특정 플랫폼을 활용해 자사 상품을 판매하는 마케터다. 이들은 플랫폼 내 ‘B2B 소비자’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첫 번째 유형의 마케터를 중심으로 논의하고자 한다.

플랫폼 기반 마케팅이 더 복잡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간단하다. 플랫폼 자체가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 중심채널이 되기 때문이다. 여러 판매채널, 마케팅 채널에서 개별 소통함으로써 발생하는 수많은 케이스가 플랫폼을 중심으로 정리된다. 이는 동전의 양면이다. 플랫폼을 중심으로 중앙집권적 구조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플랫폼 기반 마케팅은 두 가지 활동이 병행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플랫폼에 유입·재유입시키는 전략’과 ‘서비스 내 고객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다. ‘플랫폼 내 사용자 경험’ 또한 마케팅만큼 중요해지는데, 이는 마케팅 예산 없이도 소비자가 플랫폼을 자발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① 플랫폼에 유입(Onboarding) 시키기

플랫폼 비즈니스의 핵심성공요소(KSF)가 있다. 이것은 마케팅 목표에도 직결되는데, 바로 ‘얼마나 많은 사용자(How many)가 해당 플랫폼에 자주(Often) 접속하느냐’다. 플랫폼은 하나의 큰 생태계와 같아서 한 번 유입되면 내부의 시스템에 따라 사용자 경험이 흘러간다. 그러므로 전초 단계에서 플랫폼에 최초 접속(First Access)하게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동종업계 플랫폼 경쟁이 시작되는 시점에 접속 수는 중요한 지표다. 플랫폼 간 경쟁은 초기 시장에서 피할 수 없는 과정인데,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서비스가 비슷한 시점에 우후죽순 등장하기 때문이다.

마케터는 신규 소비자의 유입과 기존 소비자의 접속빈도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마케팅 활동을 펼친다. 그렇다면 어떤 마케팅 전략을 사용해야 할까? 업계나 예산의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크게 두 가지 전략을 병행한다. 플랫폼 자체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유도하는 브랜딩 전략 그리고 실제로 사용자가 서비스를 사용하도록 액션을 유도하는 퍼포먼스 마케팅이다.

첫 번째 브랜딩 전략은 넓은 차원의 접근으로 플랫폼의 비즈니스 가치(Value)와 아이덴티티(Identity)를 잘 보여주는 스토리텔링 능력이 필요하다. 플랫폼의 콘셉트나 차별적인 강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하기에 서비스 기획적 이해가 있어야 한다. 특히 플랫폼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플레이어 간 Win-Win 포인트를 자세하게 정의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B2B소비자에게는 ‘왜 타 플랫폼이 아닌 자사 플랫폼을 통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해야 하는지’, B2C소비자에게는 ‘왜 해당 플랫폼을 통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해야 하는지’를 설득해야 한다. 전체 플랫폼의 콘셉트를 그리되 다양한 각도에서 어필 포인트를 찾아내야 마케팅 포인트도 발견할 수 있다.

동종업계 경쟁업체가 많거나 타 플랫폼과 성격이 유사하면 브랜딩 캠페인에 많은 예산을 투자하며 집중하는 경우도 있다. 배달의 민족은 후발주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참신한 카피와 신선한 마케팅 아이디어로 브랜딩에 집중해서 업계 1위가 됐다. ‘배민 치믈리에 자격시험’은 치킨 맛을 감별하는 전문가를 뽑는 행사로, 배민스러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신선하게 전달했다.

배달의 민족 치믈리에 시험 현장. 사람들이 진지하게 치킨 맛을 음미하고 있다.
출처. 조선일보

② 퍼포먼스 마케팅의 최강자, 이커머스 플랫폼

두 번째 유입 전략인 퍼포먼스 마케팅은 사용자가 실제로 플랫폼에 접속해서 서비스를 사용하게 하는 전략이다. 앱 다운로드 혹은 회원가입, 구매 등 소비자의 행동(Action)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퍼포먼스 마케팅(Performance Marketing)’이라고 부른다. 사용자가 실제로 해당 플랫폼에 접근한 뒤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토대를 조성한다.

모든 연령대에서 쿠팡이 쇼핑앱 1위를 차지했다.
출처. 한경닷컴

흔히 퍼포먼스 마케팅의 최강자로 이커머스 사업자를 꼽는다. 특히 쿠팡과 같이 오픈마켓 유형의 이커머스 플랫폼은 판매자들의 제품홍보-결제시스템-소비자 리뷰까지 전체 유통모듈을 플랫폼 안에서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최근 쿠팡이 대한민국 소비자가 사용하는 이커머스 앱 1위를 차지했다. 판매자 자격에 제약없이 누구나 다양한 제품을 판매할 수 있게 하는 오픈 플랫폼적 성격이 한 몫을 했지만 그에 준하는 또 다른 성공요인이 바로 퍼포먼스 마케팅이다.

쿠팡은 퍼포먼스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진행하기로 유명하다. 브랜딩 및 퍼포먼스 마케팅 외에는 특별히 집행하는 마케팅이 없기도 하지만, 마케팅 예산을 태운만큼 구매가 일어나는 ROAS* 기반으로 마케팅 효과를 평가하기 때문에 사실 광고를 해도 대개 수익이 남는 구조다. 그들의 퍼포먼스 마케팅 수준은 아마 전 세계에서 1위 수준이라 해도 무리가 없다.

ROAS(Revenue Out of Ad Spending)이란 투자 대비 수익을 의미하는 ROI(Revenue out of Input)의 세부지표로서, 광고(마케팅) 예산 대비 얼마의 매출이 발생하는지를 측정하는 마케팅 성과지표 중 하나다.

이커머스 클라이언트와 잠깐 일해본 적이 있는데 그들의 정교한 마케팅 집행방식에 깜짝 놀랐다. 월 예산규모가 최소 몇 천만 원일 정도로 크면서도 1원 단위의 효율성까지 챙기는 이커머스 캠페인은 과연 퍼포먼스 마케팅의 정수를 경험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이커머스 사업자가 집행하는 퍼포먼스 캠페인은 크게 세 가지 접근법을 중심으로 한다. 첫 번째는 모든 광고를 소재(제품) 단위로 세분화하는 방법이다. 태그는 광고를 최적화하고 효과를 측정하는 데 있어서 구분자(Identifier) 역할을 하는데, 얼마나 꼼꼼하고 정확하게 태깅을 하느냐가 성과분석 깊이를 결정한다.

두 번째는 태그가 걸려있는 광고(제품)소재를 모아 상위단계 소비자 세그먼트로 묶어 광고를 진행하는 것이다. 이 단계 역시 최대한 구체적으로 쪼개 운영하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시기, 연령, 관심사, 집행채널 등 다양한 세그먼트로 소비자를 나누고, 그 하단에 제품을 연결하는 것이다. 특별 테마 프로모션이 진행되는 기간에는 별도 캠페인이 세팅된다. 몇 백에서 몇 천 개에 이르는 광고 그룹으로 이뤄진 캠페인을 운영하려면 꼼꼼하고 정교한 운영 경험이 필수다.

페이스북에서 이런 형태의 광고 보신 적 있으시죠?
쿠팡이 주로 집행하는 ‘슬라이드 광고’인데,
제품 이미지별 구분자를 걸어서 반응이 좋은 소재를 평가합니다.

여기에 소비자 반응을 개선하는 유사·맞춤 타겟팅 혹은 리타겟팅과 같은 광고기술이 추가로 적용된다. 예를 들어 플랫폼으로 유입은 됐지만 제품 구매까지 연결되지 않은 소비자들을 따로 묶어 해당 소재를 재노출하는 방식이 바로 리타겟팅이다.

마지막으로 퍼포먼스 마케팅의 핵심인 캠페인 최적화다. 특정 제품을 어떤 유형의 소비자들이 많이 구매했는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해 마케팅 운영단계에 반영함으로써 성과를 개선한다. 개별단위의 광고소재나 구매 건으로는 보이지 않던 마케팅 인사이트도 전체를 묶어서 다양한 각도로 분석을 해보면 찾아 볼 수 있게 된다. 어떤 부분에서 비효율성이 발생하는지, 높은 효과를 보이는지 알게 되는 것이다. 이때 마케팅 데이터와 구매 데이터를 연결해서 구매전환율을 분석하기도 하는데, 한 번의 클릭이 평균 매출을 얼마나 발생시키는지까지 측정이 가능하다.

③ 소비자의 시간(Time)을 차지하기

브랜딩과 퍼포먼스 마케팅으로 일단 사용자가 플랫폼에 유입되면, 이제는 접속(Access)에서 시간(Time) 개념으로 마케팅 목표가 확장된다. 소비자의 시간을 소유하는 것으로 수많은 플랫폼이 존재하는 온라인 상에서 이는 플랫폼 생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가 아니라 매일 접속하게 만들고, 한 번 접속했을 때 5분이 아닌 30분 이상 서비스를 사용하게 하는 것이다.

최근 플랫폼 정체성을 전면적으로 바꾼 ‘무신사’가 대표적 사례다. 2019년 말까지만 해도 쇼핑몰 앱 형태의 UI/UX를 유지했는데, 이제는 메인 화면에서 판매하는 제품 이미지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무신사가 자신들을 ‘패션문화 콘텐츠 플랫폼’으로 발표한 직후다. 단지 유명해졌기 때문에 그런 변화를 의도한 것일까? 돈을 많이 멀어서? 결코 그런 이유만은 아닐 것이다.

이는 소비자의 시간을 차지하려는 전략이다. 지속적으로 플랫폼을 업데이트하고 부가가치를 전달함으로써 플랫폼의 신선도를 유지하고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시간을 얻는 것이다. 올해 어떤 가디건이 유행할 것인지부터 가디건을 코디하는 꿀팁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확인하면서 가디건을 구매하는 경험은 쇼핑 플랫폼에 머무르는 시간을 크게 증가시킨다. 결국 무신사는 패션 미디어가 됨으로써 패션업계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소비자의 시간을 차지하는데 마케터로서 가장 수월하게 활용할 수 있는 요소가 바로 문화 콘텐츠다. 더 나아가 코어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구체적으로 고민해보고, 관련 요소를 플랫폼 서비스 또는 마케팅 전략으로 녹여내는 방식도 소비자의 시간을 확보하는 좋은 방법이다. 결국 살아남는 플랫폼은 소비자와 함께 계속해서 성장한다. 마케터 역시 소비자와 함께 성장한다.

최근 달라진 무신사 앱 화면 모습. 코디 추천과 중고거래, 커뮤니티까지 패션의 모든 콘텐츠를 다 담았다.
출처. 무신사 앱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내는 고객경험(C/S)

마케팅을 잘한다고 플랫폼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플랫폼 시대 마케팅은 서비스의 초기 유입을 안내하는 인도자 역할을 할 뿐이다. 유입 이후 핵심이 되는 요소는 사용자 경험이다. 몇 초의 버퍼링만으로도 앱에서 쉽게 떠나가게 만드는 대한민국의 인터넷 환경에서 사용자 경험은 플랫폼 성공에 결정적이다. 특히 한국 사람들의 ‘빨리빨리’ 성향은 플랫폼이 가질 수 있는 고객대응 시스템에서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가 플랫폼에 유입되었다면, 긍정적인 사용자 경험을 통해 재유입시키는 동력으로 순환돼야 한다. 부정적인 상황에 대응하는 체계가 더욱 중요함을 필자는 강조하고 싶다. 고객에게 문제가 발생한 상황에서 신속하고 친절한 고객대응은 소비자의 이탈을 막고 오히려 충성도를 높인다. 궁극적인 목표는 마케팅 예산 없이도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플랫폼을 방문하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렇게 안정적인 고객층이 형성된 이후에는 플랫폼 내 혹은 자사 채널을 통한 다이렉트 마케팅을 활용해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는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그러므로 플랫폼 기반 마케터는 서비스 기획자이면서 동시에 고객대응 역할까지 관여한다. 소비자가 플랫폼을 최초 사용하는 순간부터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시기까지 생애주기적 관점에서 플랫폼을 개선시켜나가야 한다. 물론 이러한 고객접점에서 발견하는 인사이트가 마케팅 기획에 있어서도 아이디어로 활용될 수 있다.

플랫폼 안에 거주하는 소비자군의 관계를 고려하며
마케팅 없이도 플랫폼을 사용하는 순환고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마케터의 역할 아닐까?

Outro. 사람과 사람, 두 우주가 만나는 일

“이세라님, 주문하신 디카페인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매일 바쁜 일상, 픽업하는 커피로만 향했던 내 시선을 직원에게 돌리기 시작했다. 이번 플랫폼 관련 글을 쓰며 깨달음을 얻은 것일까? 기술이 인간을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너무 연결돼서 단절돼 버린 일상의 만남들이 소중하게 느껴져서일까?

플랫폼이 사람의 행동과 생각, 생활방식까지 규정짓는 21세기 이 시대 속에, 나는 과연 어떤 마케터가 되어야 할까? 사람과 사람이 만났을 때만이 발생하는 복잡미묘한 다양성과 불안정성 – 그 인간다움(Humanism)이 상실되지 않는 마케팅이길 바라본다.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만드는 마케팅, 핸드폰으로 향하는 시선을 떼어내 현실세계 사람들과 웃으며 대화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마케터 말이다.

1%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기술문명시대, 어쩌면 2% 부족한 인간성 가득 묻는 마케팅이 소비자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어쩌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소비자도 그런 마케팅을 바라고 있을지도.

Author
이슬아

이슬아

마케팅 전략 컨설턴트/프리랜서. '전공불문'이라는 불문과 학도가 빅데이터 전문 마케터가 되기까지. 힘겹게 배우고 경험한 이야기들을 브런치 매거진으로 하나씩 풀어나가고 있다. '배워서 남주자'는 신념으로, 일상에서 누구나 접할 수 있는 마케팅 상황을 가지고 마케터가 되기위해 필요한 예리한 시선과 생각을 키워내는 것을 목표로 글을 쓰고 있다. 현재 탈잉에서 마케팅 1:1 및 그룹 스터디를 운영한다. sarah8710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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