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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푸니

여기도 트로트 저기도 트로트, 채널을 돌려도 트로트 관련 프로그램만 방송되던 시기가 있다. 요즘은 스우파로 인해 스트릿 댄스 열풍이다. 시기마다 유행하는 콘텐츠가 바뀌며, 그 주기는 점차 빨라지고 있다. 계절 변화가 심한 한반도에 늘 변하지 않는 소나무가 있듯 방송계에도 실패하지 않는 콘텐츠가 있다. 육아와 반려동물 그리고 ‘먹방’이다. 단순히 무언가를 먹는 행위가 주요 요소로 시청자는 대리 만족을 얻는다. 먹방의 원산지는 한국이라는 걸 증명하듯 영어로 Eating Broadcast가 아닌 Mukbang, 일본어로 ‘モッパン(Moppan)’이다. 점차 먹방 크리에이터는 늘어갔고, 밤하늘의 별만큼 많아졌다. 수많은 별 중에서도 유독 빛나는 북극성(Polaris)처럼 돋보이는 먹방 채널 <푸니 Fooni>가 있었다.

글. 김성지 기자 jerome@ditoday.com
사진. 푸니 제공

눈과 귀, 마음까지 즐거워지는 먹방

개인 방송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먹방은 모든 방송에서 메인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먹방의 인기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모든 인간이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인류는 먹는 행위를 한다.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인간적인 행동이기에 별다른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대중은 쉽게 공감할 수 있었고 이를 매개체로 빠르게 확산됐다. 그러나 누구나 ‘같은’ 먹방 콘텐츠를 뽑아내는 상황에서 ‘다름’을 추구해야 한다는 숙제가 생겼다. 차별성을 보여야 했기에 수많은 크리에이터가 ‘많이 먹기’ ‘빨리 먹기’ ‘먹기 힘든 음식 먹기’ 등을 시도했지만 금세 평범해졌다. 그러던 중 2021년 1월 16일 유일무이한 먹방 채널이 탄생했다.

채널 <푸니>에서는 동화책에서 있을 법한 귀여운 애니메이션으로 먹방이 진행된다. 마치 영상을 시청하고 있는 우리가 먹는 것처럼 한 입씩 음식이 사라진다. 우리 귀를 자극하는 ASMR은 덤이다. 새로운 시각적 효과로 인한 신선함, 리얼한 사운드로 귀는 익숙함을 느낄 수 있다. 햄버거·돈까스·피자·초밥 등 평소 우리가 자주 먹는 음식부터 핵불닭볶음면·대왕돈까스처럼 먹기 힘든 음식까지 모두 먹는다. 게다가 애니메이션이라는 특성상 모든 상상은 현실이 된다. 푸니는 태양계 행성까지 먹었다.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 자율 감각 쾌감 반응이라는 의미를 지닌 신조어

푸푸(좌)와 니니(중), 푸딩(우)

‘푸푸’와 ‘니니’가 만드는 애니메이션, 푸니

먹방을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하시다니 정말 놀라워요. 어떻게 탄생하게 됐나요?

안녕하세요. 애니메이션 먹방 채널 <푸니>입니다. 푸니는 시각디자인과를 나온 두 친구, 푸푸와 니니가 운영하는 채널이에요.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중 서로가 유튜브에 도전하고 싶다는 것을 확인했어요. 저희는 그 자리에서 팀을 결성했고, 기획 회의에 들어갔죠.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 좋아하는 것을 생각했어요. 답은 ‘그림 그리는 것’으로 향했죠.

그림이요? 그림과 먹방이 컬래버레이션되기까지의 과정도 궁금해요.

여기서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무엇을 그려야 할지 가장 고민됐죠. 사람들이 좋아하는 소재에 그림을 접목해 봤는데, 그러다가 발견한 장르가 먹방입니다. 다들 지브리·검정고무신 등 애니메이션을 보며 침이 많이 고였던 경험이 있잖아요? 이거라면 많은 이가 좋아해 주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유튜브에서 지브리와 검정고무신 먹방을 검색했고, 조회수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것을 확인한 순간 저희 생각은 확신으로 변했죠.

작화력, 결단력 등 놀라운 것이 정말 많지만, 기획력이 제일 궁금해요. 태양계 먹방이라뇨?

처음 채널을 기획하던 시기만 하더라도 기존 먹방을 애니메이션 작화로만 표현하는 것이 차별성의 전부였어요. 다른 유튜버도 쉽게 먹을 수 있는 당시 유행 음식으로 제작했고요. 하지만 저희는 애니메이션으로 작업하잖아요? 영상을 만들기 위해 소요된 시간과 정성이 생각났기에 다른 유튜버처럼 평범한 음식을 평범하게 먹으면 손해 본다는 느낌을 받았죠. 그래서 애니메이션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기로 결정했습니다. 실제로 먹을 수 없는 ‘음식’이나 실제로 할 수 없는 ‘먹는 방법’을 고민했죠. 주변에 있는 사물부터 에펠탑·피라미드 같은 랜드마크까지 생각했죠.

에펠탑이나 피라미드요?
푸니님의 모든 영상을 봤는데, 못 본 것 같아요.

저희도 고민했지만 음식이 아닌 걸 먹는다면 반발하는 시청자도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애니메이션이라는 특성상 어린이가 볼 것도 염두했죠. 그러던 중 ‘지구 젤리’라 불리는 제품을 발견했어요. 이 제품을 통해 ‘행성+디저트’ 조합은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작된 게 ‘태양계 먹방’입니다. 그 후에는 여러 사물을 볼 때마다 ‘이건 먹을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게 됐답니다.

시각디자인과라고 두 분처럼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이 아닐텐데… 참신한 기획을 퀄리티 높은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하는 것도 놀랍습니다.

저희도 ‘음식 그리기’ ‘채널 운영’은 처음이기에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너무 실사처럼 그려 애니메이션 느낌이 나지 않았던 경우, 애니메이션처럼 그리다 보니 어떤 음식을 그렸는지 구분되지 않았던 경우, 먹음직스러워 보이지 않는 경우 등 다양한 시행착오가 있었어요. 그래서 몇 번을 다시 그렸고 밤을 새웠죠. 물론 요즘에도 주제를 정하고 어떻게 그려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마다 다양한 애니메이션 속 음식 장면들을 수집하고 참고해 최대한 비슷한 느낌을 전달하려 신경쓰고 있습니다.

푸니의 영상 제작 과정(출처. 푸니)

두 분이 ‘기획-그림-영상화-사운드’ 작업까지 진행한다는 것이 대단한 것 같아요. 각 단계를 어떻게 진행하나요?

처음에는 하나의 영상을 각자 파트로 분배해 작업하는 방법을 고려했지만, 효율적인 작업을 위해 따로 영상을 제작하고 있어요. 단지 기획 단계에서 주제와 표현 방식 정도만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고 각자 영상을 제작합니다.

전 몰랐습니다. 푸니의 모든 영상을 보면 한 명이 만든 것 같아요.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아요. 시작부터 많은 사랑을 받은 푸니가 어느새 20만 유튜버가 됐어요. 어려움이 찾아왔던 시기도 있었을 텐데요.

채널 초창기에 어려움이 컸어요. 어느 정도 구독자가 모이기 전까지는 전혀 수익이 없거든요? 그러한 상황에서 채널의 발전을 위해 많이 노력했고 다양한 의견을 많이 냈어요. 그러한 상황에서 의견 충돌도 조금 있었어요.

타협해 효율적인 작업을 해야 한다
vs
시청자를 모으기 위해 완성도를 챙겨야 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답은 없는 것 같아요. 둘 다 맞는 말이었죠. 그 사이 협의점을 찾는 과정이 힘들었죠. 그래도 그 시기에 했던 고민을 통해 현재 푸니의 작업 프로세스를 구축했습니다.

영상의 모든 부분을 직접 제작하는 푸니

저도 언젠가 유튜브를 하고 싶거든요. 유튜브를 운영하며 좋은 점도 있지만, 힘들 때도 있겠죠?

스케줄 관리가 힘들었어요. 자영업하시는 분들의 고충을 조금은 알 거 같더라고요.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보니, 채널 운영 초반에는 평일·주말·낮·밤 구분 없이 작업했어요. 결국 건강이 무너지더라고요. 그래서 출·퇴근 시간을 정해 작업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좋은 점은?

‘자신의 것’을 운영한다는 점이 즐거워요. 학생 때는 항상 브랜딩부터 직접 기획하며 작업물에 대한 애착을 가졌는데, 막상 취직하게 되면 그런 게 없더라고요. 스스로 기획한 프로젝트가 성공해 내 브랜드 가치가 올라갈 때 느끼는 성취감이 정말 좋아요. 또한 댓글을 읽으며 때면 보람을 느껴요. 저희는 연예인·운동선수가 아닌데도 팬이 생긴다는 것이 정말 신기하고 감사해요. 구독자 대부분이 좋은 댓글을 남겨주시고 응원해 주세요. 이러한 점으로 인해 유튜브 채널을 계속 운영하고 있는 것 같아요.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죠. 정말 부럽습니다. 영상 제작에 많은 정성이 들어가는 만큼 애착도 클 것 같아요.

무엇 하나 빼놓을 수 없을 만큼 업로드된 모든 영상이 소중해요. 하지만 가장 애착가는 영상이 하나 있어요.

어떤 영상이죠?

불닭볶음면 영상입니다. 이 영상을 통해 많은 구독자와 만나게 됐거든요. 사실 면류 음식은 제작 계획이 없었죠. 면발 움직임을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는 것은 어렵고 시간도 더욱 많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먹는 음식 중 면류가 차지하는 비중이 생각보다 높더라고요. 면류를 제외하니 등장할 음식의 범위가 좁았어요. 그래서 연습 삼아 제작한 영상이 불닭볶음면 영상입니다. 의도치 않게 많은 분이 사랑해주셨고, 그 뒤로 저희는 용기를 얻어 다른 컵라면 영상을 제작했죠. 그래서 지금의 푸니가 될 수 있었습니다.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군요. 그리고 저 궁금한 게 하나 있습니다. 솔직히 대답해주실 수 있나요?

어떤 질문이길래… 제가 더 궁금하네요. 말씀해보세요.

소리는 직접 녹음하신다고 말씀하셨는데,
핵불닭볶음면도 직접 드셨나요?

당연히 직접 먹었습니다. 그러나 해당 사운드는 사용하지 못했어요. 저도 시청자일 때는 몰랐지만, 먹방에서 사운드를 녹음할 경우 신경 써야 할 점이 많아요. 너무 쩝쩝대지 않아야 하고, 먹는 소리가 명확히 들려야 하지만 거슬리지 않는 정도여야 해요. 핵불닭볶음면을 먹으면서는 이런 디테일을 신경 쓰기 어려웠어요. 사실 저희는 일반 불닭볶음면 영상 제작때도 힘들었거든요. 심지어 핵불닭볶음면의 맵기는 4배잖아요? 먹방에서 원하는 사운드 뽑기란 불가능했죠. 그렇다고 맵지 않은 음식을 매운 척 연기하는 것은 현실감이 떨어지더라고요. 결국 불닭볶음면으로 타협했죠. 해당 영상에서 소리는 일반 불닭이랍니다.

반성합니다. 먹방도 쉽지 않네요. 단순히 맛있게 먹으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유튜버를 꿈꾸는 사람이 많은데, 팁이 있나요?

본인 좋아하는 소재로 시작하길 추천합니다. 유튜브는 영상을 꾸준히 올리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실제로 유튜브를 시작하면 예상보다도 편집 과정에서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들어가요. 그러다보니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면 꾸준히 운영하기 어려워요.

푸니가 그리는 미래

‘1만 구독자’ 기념 영상이 구독자 2만일 때 올라왔어요. 10만 구독자 기념 영상은 구독자 20만일 때 올라오나요? ‘Q&A’ ‘신체검사’ 같은 스페셜 영상인가요? 너무 기대됩니다.

구독자분께 다양한 재미를 드리기 위해 먹방뿐 아니라 여러 계획이 있어요. 기대해 주세요.

댓글을 보니, 외국인이 상당수 있더라고요. 곧 외국 음식 먹방도 준비해야 할 것 같아요.

외국 음식 먹방도 기획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 채널에 방문하는 외국인은 대부분 한국 문화에 관심 많은 사람분이라 생각해요. 메인 콘텐츠로는 한국 음식 위주로 영상을 제작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계획이나 목표가 궁금합니다.

다양한 분야로의 확장을 꿈꾸고 있어요. 예를 들어 저희 IP(Intellectual Property)로 게임을 제작할 수도 있고, 음식 제품을 출시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어요. 이를 위해 꾸준히 영상을 업로드하고 BI(Brand Identity)를 정립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게임 중에 카툰 렌더링 기반의 게임이 많잖아요? 곧 실현될 것 같아요. 언제나 응원합니다. 마지막으로 구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 드릴께요.

가끔 일에 지쳐 그만하고 싶었을 때가 있었지만, 구독자들의 응원이 있었기에 극복할 수 있었어요. 어느새 20만명이 저희 영상을 기다려 주신다고 생각하니 힘이 나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더욱 참신하고 재미있는 영상을 보여 드리기 위해 발전하는 푸니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이·성별 가릴 것 없이 많은 이가 저마다의 목표로 유튜버를 꿈꾼다. 신입 유튜버가 활용하기 좋은 콘텐츠는 다름 아닌 먹방이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행위이기에 진입장벽이 낮다. 그로 인해 먹방 콘텐츠는 빠르게 레드오션이 됐다. 먹방 콘텐츠는 다름을 찾기 시작했고, 대부분의 먹방 유튜버는 자극적인 먹방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자극적 콘텐츠는 잠시 사람들의 시선 끌기에는 성공했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던 중,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하던 두 청년, 푸푸와 니니는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재능을 공유했고, 우리를 미소 짓게 하는 애니메이션 먹방 <푸니>가 등장했다. 실제 음식을 먹는 사운드와 풍부한 표현으로 시청자는 몰입했고 애니메이션 특유 질감과 효과로 시청자의 마음을 치유했다.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을 것 같은 먹방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평범한 콘텐츠 속에서 다름을 만들어 내며 불과 1년 만에 자신의 자리를 확고히 했다. 우리는 푸니에게 놀랐지만 아직 놀라긴 이르다. 푸니는 무엇이든 상상할 수 있고,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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