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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 인터뷰 풀스토리] 햇반이 MZ세대와 소통하는 방법, ‘라이스크림’

‘밥은 먹었니? 다음에 밥 한 번 먹자!’라는 간단한 안부 인사에서도 그 존재감을 드러내는 밥. 그 이면에는 맛있는 밥이 되기까지 깊은 고통을 감수해야 했던 쌀들이 있었다. “쌀은 당연히 밥이 돼야지, 또 뭐가 될 수 있겠어?”라는 물음에 대항하듯 햇반에서 도전장을 내밀었다. 쌀로 만든 젤라또 아이스크림, 이름하여 ‘라이스크림’이다. 신제품이 나오면 내돈내산하는 Z세대로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이게 밥인가, 아이스크림인가?’ 긴가 민가 하면서도, 고소하고 적당히 달달한 맛에 숟가락을 멈출 수 없었다. 이색 컬래버레이션이 대세라지만, ‘이건 찐이다’ 싶었다. 일반 소비자를 찐팬으로 사로잡을 수 있었던 햇반 라이스크림의 진짜 이야기를 공개한다.

글. 신주희 기자 hikari@ditoday.com
사진. CJ제일제당 제공


안녕하세요. 화제의 ‘햇반 라이스크림’을 기획하신 분이 있다고 해서 왔습니다! 먼저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CJ제일제당 브랜드매니저 양진웅입니다. 2013년도에 CJ그룹 공채로 입사해, 현재 식품사업무문 한국총괄 Marketing 조직 내 IMC 통합 캠페인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디저트 브랜드 담당을 거쳐 현재는 햇반 브랜드의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요.

그동안 햇반 마케팅을 해오면서 CSV(공유가치창출) 관점의 토종 쌀 살리기 프로젝트인 햇반 서포터즈 <햇쌀>, 햇반 잡곡밥의 아이덴티티를 담아 친근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한 햇반 캐릭터 <쌀알이프렌즈>, 햇반에 대한 소비자 오인지를 해소하고, 햇반을 더욱 안심하고 드실 수 있도록 팩트를 전달하는 안심 캠페인 <알면 알수록 마음이 놓이는 햇반 이야기>, 최근 론칭한 햇반 라이스크림 제품 기획과 런칭 캠페인 <모두가 같은 꿈을 꾸는 것은 아니다>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했습니다.

햇반 캐릭터 <쌀알이프렌즈>

본격적으로 여쭙고 싶은데요, ‘햇반 라이스크림’의 탄생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햇반은 대한민국의 즉석밥을 대표하는 브랜드로서, <언제나 가장 맛있는 집밥, 햇반>이란 슬로건에 맞게 변하는 시대에도 다양한 세대와 소통하고 싶었어요. 특히 요즘 세대와 더 가까워지기 위해, My Brand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중요했죠. 그래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 소비자가 브랜드 메시지에 공감할 수 있도록, 햇반만이 할 수 있는 콘텐츠를 찾게 됐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종산업 간의 컬래버레이션이 하나의 문화 현상처럼 자리 잡았잖아요. 여러 방안을 고민하던 중, ‘밥만큼 친숙한 디저트인 아이스크림에 접목해 보면 어떨까!’라고 아이디어를 내게 됐어요. 햇반은 이미 많은 소비자에게 익숙한 브랜드이기 때문에 익숙함 속에서 의외성을 만들어 주는 것으로 큰 임팩트를 줄 수 있겠다 싶었거든요. 그렇게 햇반 용기 디자인은 그대로 사용하면서 라이스와 아이스크림을 조합한 ‘라이스크림’이 탄생했습니다.

직접 먹어봤는데 진짜 밥알이 들어있어 놀랐어요. 또, 흰쌀밥과 흑미밥 두 버전으로 소비자의 다양한 입맛을 고려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제품명, 맛, 디자인 등 어떤 콘셉트로 진행할지 오랜 시간 고민했어요. 햇반의 독특함을 살려볼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로 고민하면서 10가지 이상의 콘셉트 초안을 기획했죠. 그런데 결국 아이스크림이라는 익숙함에 햇반의 본질을 잃지 않는 선에서의 낯섦을 더해보는 방향으로 정하게 됐어요. 익숙한데 약간의 의외성이 느껴질 때 소비자가 가장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흰쌀밥은 소비자들이 흔히 알고 있는 리조젤라또를 표방해 밀키한 맛을 살려 대중적 입맛에 맞추고, 흑미밥은 곡물 맛을 지향하고 구수함을 강조하면서 햇반 콘셉트가 더 잘 드러나게끔 기획했어요. 그 외 현미, 잡곡, 누룽지 등 다양한 맛도 검토했는데 최종적으로는 흰쌀밥, 흑미밥을 론칭했어요. 각 제품이 서로 대비되는 색감인데다 집에서 자주 먹는 밥이 흰쌀밥과 흑미밥이라는 점을 차용해 재미요소를 부각하고자 했습니다.

실제 햇반 용기와 똑같아 굿즈처럼 귀엽다는 반응이 많더라고요. 그런데 ‘전자레인지에 돌리지 마세요’라는 문구는 무엇인가요?

용기 디자인에 대한 비하인드스토리가 있는데요. 기획 초반에는 고급 아이스크림처럼 뚜껑이 있는 작은 컵으로 할지, 콘으로 할지 여러 방향을 두고 고민했는데, 이 부분 역시 햇반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기존 햇반 용기 모양을 그대로 구현하는 방향으로 디자인 담당자분과 같이 작업을 진행했어요. 실제 컵 측면에는 햇반 기술력의 상징인 각진 용기를 그래픽으로 표현했고요. 그러다 보니 실제 제품과 헷갈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군가는 전자레인지에 돌리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하게 됐죠. 혹시 모를 일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제품 겉면에 ‘전자레인지에 돌리지 마세요’라는 문구를 적었어요. 그런데 의도치 않게 많은 분들이 그걸 또 하나의 유머 요소로 느끼시더라고요.

맛도 디자인도 완벽… 햇반은 MZ세대의 취향을 잘 아는 브랜드인 것 같아요.

사회적으로 MZ세대에 대한 관심, 소통 등은 너무나 당연한 현상이 돼버렸잖아요. 많은 브랜드가 MZ세대를 사로잡기 위해 다양한 관점을 기반으로 소통하는 데에 열을 올리고 있죠. 이렇게 경쟁이 심화되는 환경 속에서 결국에는 ‘소비자와의 관계를 탄탄하게 만들어 나가는 브랜드’가 가장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햇반은 20년이 넘은 장수 브랜드이고 이전에 업무를 담당하셨던 여러 선배님들께서 다양한 방식을 통해 동시대를 살아가는 세대와 긴밀하게 소통하고 공감해 왔다고 생각해요. 기반을 잘 닦아 주신 덕에 햇반이 즉석밥 시장에서 가장 인지도 높은 대형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이죠. 이처럼 햇반이 MZ세대의 취향을 잘 알고 있다기보다는 끊임없이 동시대와 소통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브랜드라고 생각해요. 또 그게 1등 브랜드가 지속해 나가야 할 중요한 역할이기도 하고요.

지금까지 잘 해왔던 것처럼 현시점에서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세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위해서는 즉석밥을 대표하는 브랜드를 넘어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느낄 수 있는 ‘그 이상의 가치’를 전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에 단순한 제품 출시와 세일즈 등을 넘어서 ‘햇반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요즘 세대의 방식으로, 요즘 시대 친구들에게 어필하고자 숏 드라마 형태의 캠페인 영상도 제작하게 된 것이랍니다.

캠페인 영상을 보면서, 남들과 다른 길을 선택해 가는 쌀을 저도 모르게 응원하게 되더라고요. 감동적이어서 눈물도 찔끔 흘렸습니다.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아이스크림의 사업적 성과, 제품 자체를 알리는 것보다도 브랜드 관점에서 ‘햇반이 왜 아이스크림을 출시했는지’를 재미있게 풀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소비자가 단순히 재미있는 경험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가 사회와 소비자에게 던지는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요즘 MZ세대는 사회가 정해둔 틀에 맞춰 살기보다 자신만의 삶을 살아간다는 특징에 주목했고, 쌀도 그런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표현하며 이들을 응원하고 싶었어요. 엘리트 코스를 밟고 햇반이 될 수 있었지만 그 길을 포기하고, 자신의 꿈을 찾아 아이스크림이 되는 쌀알이의 여정을 보여주면서 말이에요.

처음엔 우주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다양한 콘셉트의 아이디어도 검토했는데, 조금 더 현실이 반영된 아이디어로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가슴 속 일렁임을 주고 싶었어요. 이렇게 선정된 <모두가 같은 꿈을 꾸는 것은 아니다> 캠페인은 MZ세대뿐 아니라 여러 세대를 막론하고 많은 분들께서 공감해 주시더라고요.

이처럼 라이스크림이 반응이 뜨거울 거라고 예상하셨나요?

브랜드매니저로서 여러 제품을 론칭하면서 성공도 해보고 실패도 해봤지만, 햇반 라이스크림의 경우, 소위 말하는 이런 ‘대박’이 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이번 제품은 정식 론칭이 아니라 캠페인이라는 틀 안에서 기획된 한정 제품이거든요. 물론 햇반이라는 브랜드 파워도 있고 제품과 캠페인 모두 좋아서 실패하지는 않겠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많은 소비자분들께서 자발적으로 제품을 찾고 캠페인 영상, 메시지 등을 적극적으로 바이럴해 주실지는 예측 못했어요.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인스타그램에 햇반 라이스크림을 발견했다는 스토리가 많이 보여요. 그 외에 피드백이나 반응도 직접 보시나요?

아침에 출근하면 새로 올라온 후기나 댓글을 보면서 소비자 반응이 어떤지 살피고 있어요. 제품뿐만 아니라 캠페인 영상도 재미있게 봐주셔서, 마케터로서 매우 뿌듯합니다. 실제로 어떤 소비자가 개인적 견해를 기반으로 제품부터 캠페인까지 분석해 블로그에 올리신 글을 봤는데, ‘햇반이 세계관을 제대로 확장했고 맛은 할매니얼 트렌드에 맞춰 소비자 입맛을 저격했다’는 내용이었어요. 사실 기획 단계부터 세계관을 확장하거나 특정 맛의 트렌드를 노린 건 아니었는데 ㅎㅎ 이렇게 심도 깊은 피드백을 해주시니 더욱 힘이 나더라고요.

재미있는 댓글이 정말 많아요.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댓글은 무엇인가요?

댓글을 통해서 많은 피드백을 받고 있는데요. 제품이나 캠페인의 기획력을 칭찬한다거나 담당자를 포상해 주어야 한다는 글 등 뿌듯한 반응들이 많아요.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이 유튜브 댓글 반응이에요. 이 분은 햇반 라이스크림 자체를 ‘남들과는 다른 나의 꿈’을 의미하는 단어로 사용해 주셨는데, 제품과 캠페인을 기획하면서 저희가 의도하고 원했던 반응이 이런 것이었기에 때문에 인상 깊었습니다.

<모두가 같은 꿈을 꾸는 것은 아니다> 댓글 반응

혹시 라이스크림을 지속적으로 상품화할 계획이 있나요?

현재로서는 한정판 제품이기에 추가 상품화에 대한 계획은 없습니다만, 추후 상품화를 고려하게 된다면 다양한 관점으로 판단해 봐야 할 문제인 것 같아요. 기획 단계에서 이미 다양한 맛과 콘셉트를 구상했다고 말씀드렸는데, 지속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 햇반이 MZ세대에게 어떤 브랜드로 자리 잡길 기대하시나요?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즉석밥을 대표하는 브랜드를 넘어 요즘 시대의 다양한 세대와 소통하고 관계를 맺는 브랜드로 자리 잡으면 좋겠습니다. 또 오랜 시간이 흘러도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가치를 잃지 않고 꾸준히 유지해 나갔으면 해요.

그렇다면 마케터로서의 개인적인 계획과 목표는 무엇인가요?

세상에 다양한 메시지를 던지고, 많은 사람들의 행동과 인식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것들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마케터가 되고 싶습니다. 올 한 해는 햇반 브랜드 마케터로서 많은 분들이 놀랄 만한 것들, 새로운 것들을 더 펼쳐 볼 계획이에요. 햇반 라이스크림 그 이상의 것들이 많이 예정되어 있으니, 앞으로도 햇반에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 부탁드려요.


쌀들만 살던 햇반 용기에 새로운 식구 아이스크림이 등장했듯, 우리도 새로운 세대를 맞이하며 변화된 시대를 살아갈 것이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탄생한 이 햇반 라이스크림에서, 이들이 새로운 세대와 소통하며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발맞추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체감할 수 있었다.

그는 이번 라이스크림의 인기를 예상하지도 의도치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나는 그 이유를 알 것만 같다. 밥심이 아닌 쌀심으로 승부한 햇반의 라이스크림. 맛, 디자인, 스토리 이 세 박자가 절묘히 어우러져 흥미 요소와 소비심리를 자극할 수밖에 없었다. 또, 내가 속한 브랜드의 가치를 알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설득력 있는 스토리로 풀어냈기에 MZ세대의 마음을 훔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맛의 기쁨에 가치의 행복을 더해준 양진웅 마케터, 그리고 햇반이 보여줄 다음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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