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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의 오답노트 3. 내 브랜드를 만든다면 어떻게 브랜딩할까?

언젠가 내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한다. 요즘 사이드 프로젝트로 앱을 만들고 있는데 너무 즐겁다. 세상에 없던 무언가를 만들고, 주목받지 못했던 가치를 빛나게 하는 건 상상만으로 신나는 일이다. 그래서 고민했다. 창업한다면 내 브랜드를 어떻게 브랜딩할까? 누군가가 브랜딩하고 싶다고 물었을 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나는 줄곧 ‘브랜드는 신념, 취향,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고 브랜딩은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스스로를 표현하는 일’이라고 말해왔다. 그렇다면 브랜딩을 다음의 관점에서도 생각할 수 있다. “나를 무엇으로 표현하면 좋을까?” 혹은 내 주변 사람의 어떤 요소를 보고 “이 친구 나랑 잘 맞을 것 같아! 친해지고 싶다!”라고 생각할까?

내 경우에는 크게 3가지다. ‘내면에 깃든 생각(=철학)’ ‘겉으로 보이는 스타일(=디자인)’ ‘대화 나눌 때의 느낌(=커뮤니케이션 톤앤매너)’이다. 먼저 내면에 깃든 가치관이나 신념을 본다. 평소 다양한 생각과 세계관, 가치관을 글로 표현하는 걸 즐기는 편이라, 누군가의 글과 표현이 내 것과 비슷할 때 친해지고 싶다고 느낀다.

겉으로 보이는 외모와 스타일도 비슷한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 한 번만 봐도 호감 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 자주 봐도 썩 정감이 느껴지지 않거나 반사적으로 거리 두게 되는 사람이 있다. 우리는 이런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나를 꾸미거나 또 굳이 꾸미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실제 대화를 나눴을 때의 느낌도 중요하다. 글과 외모만 봤을 때 친해지고 싶다고 느꼈다가 막상 대화를 나누면 곁에 두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이 역시 우리는 본능적으로 친한 친구와 어색한 친구 앞에서, 엄마와 다른 어른 앞에서의 말투가 달라지는 것과 같은 이유다. 나는 이러한 요소가 브랜딩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브랜드는 사람, 브랜딩은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과정

브랜드의 코어 ‘철학’

그런데 이 3가지 요소 중 가장 핵심은 내면에 깃든 생각이다. 생각, 가치관, 신념에서 나만의 취향과 스타일이 탄생한다. 브랜드 철학은 브랜드의 탄생 이유일 수도, 브랜드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일 수도, 브랜드가 이루고자 하는 미션일 수도 있다. 브랜드 초기 철학을 고스란히 실천하고 있는 대표 사례로는 역시 파타고니아다. 파타고니아의 창업가 ‘이본 쉬나드’의 이야기는 이미 유명하다. 그는 등산과 서핑을 사랑하는 자연 러버답게 군대 제대 후 등산 장비 회사를 만들었다(그는 1960년대 주한미군으로 한국에서 군 시절을 보냈다. 그때도 등산을 좋아해 북한산을 자주 등반했는데, 그때 그가 개척한 길이 그의 이름을 따 쉬나드 길로 불린다고 한다). 당시 회사 주력 제품은 피톤이라는 암벽등반용 쇠못이었는데 쉬나드는 등반을 하던 중 피톤의 치명적인 단점을 발견했다. 강철로 만든 피톤 때문에 암벽에 균열이 생기고 파괴되는 모습을 본 것이다. 쉬나드는 피톤 생산을 중단했다. 대신 바위에 박을 필요 없이 암벽에 이미 나있는 홈 사이에 끼울 수 있는 알루미늄 초크를 만들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피톤 대신 만든 암벽 사이에 끼우는 알루미늄 초크

초크는 불티나게 팔렸다. 친환경 제품으로 비즈니스의 성공을 맛본 쉬나드는 본격적으로 친환경 아웃도어 브랜드인 파타고니아를 만들었다. 매출의 1%를 환경을 위해 기부하고 오직 유기농·친환경 원단으로만 옷을 만든다. 게다가 새 옷 사지 말고 입던 옷을 수선하라는 의미에서 바느질 세트를 판매하고, ‘Don’t Buy This Jacket’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우리 옷을 사 입지 말라고 광고한다.

소비자는 이들의 뚜렷한 브랜드 철학에 매료되고, 이들만의 메시지가 담긴 제품에 열광하게 된다. 주변에서 이렇게 신념이나 가치관이 뚜렷한 사람을 본 적이 있나? 오래 생각할 필요 없이 국회를 떠올려보자. 옳고 그름을 떠나 하나의 메시지를 뚜렷하게 전달하는 사람 곁에는 늘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모인다. 그들은 항상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존재가 된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철학을 아무도 모르게 간직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일관성을 잃어버려선 안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어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면 알아줄 사람이 없고, 한 입으로 두말하는 사람 역시 신뢰를 잃기 십상이다. 하나의 브랜드 철학을 진득하게 퍼뜨리다 보면 조금 늦을지라도 내 목소리에 귀 기울여 줄 청중이 생긴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디자인’

즉 이미지란 감각 기관을 통해 외부로부터 들어온 자극과 그에 의해 재생되는 과거의 기억이 두뇌 속에서 복합, 연계된 것이다. 디자인이라는 행위는 이와 같은 복합적인 이미지의 생성을 전제로 해 적극적으로 그 과정에 참여한다.
하라 켄야, <디자인의 디자인>

며칠 전, 출근하는데 길가에 보라색 의자가 놓여 있었다. 불현듯 마켓컬리가 떠올랐다. 하지만 그건 CU 편의점 의자였다. 또 다른 날엔 길을 가다 내가 갖고 싶은 옷을 입은 사람을 봤다. 그가 들고 있던 쇼핑백의 로고로 눈이 향했다. 며칠 지나지 않아 광고에서 그 로고를 만났다. 반가워서 바로 클릭해 봤다. 이렇게 시각적으로 받아들여진 이미지는 머릿속에서 정보화된다. 이후 하나의 디자인으로 각인돼 브랜드와의 연결고리가 된다. 보라색을 보면 마켓컬리가 떠오르고, 캐릭터를 보면 카카오가 생각나는 이유. 디자인만 봐도 톰브라운 거구나! 폰트만 봐도 배달의민족에서 만들었나? 느끼게 하는 힘. 이게 디자인의 힘이다. 좋은 디자인 하나가 구구절절한 백 마디보다 훨씬 큰 임팩트를 줄 수 있다.

나는 디자이너가 아니라서 무엇이 좋은 디자인인지 말하긴 어렵지만, 디자인적으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공고히 한 브랜드를 좋아한다. 애플, 나이키, 이솝 등 떠오르는 브랜드가 많지만 국내 브랜드 중에서는 프릳츠커피를 뽑고 싶다. 맛도 맛이지만 고유한 디자인으로도 정평이 난 이 브랜드는 여러 가지 면모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할 만한 브랜드의 자격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한옥의 아늑함이 물씬 풍기는 공간에 어울리는 레트로 디자인, 귀여운 물개 마스코트, 옛 한글의 느낌을 담은 프릳츠라는 브랜드명까지. 매장에 가면 커피에, 가방에, 모자에, 티셔츠까지… 소유욕을 자극하는 굿즈가 즐비하다.

뒷구리기 하면서 봐도 프릳츠(출처. 프릳츠 인스타그램)
디자인은 지능이 아니라 사물의 본질을 찾아내는 감성과 통찰력이다. 따라서 디자이너의 의식은 사회에 대해 항상 민감하게 각성하고 있어야 한다.
하라 켄야, <디자인의 디자인>

브랜드 디자인에서는 브랜드를 정확하고 매력적으로 알릴 수 있는 정수를 제대로 뽑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디자인을 갖춘 브랜드에는 하나의 요소만으로도 브랜드를 떠올리게 하는 힘, 브랜드를 사용하고 싶게 하는 힘, 브랜드로 나를 표현하고 싶게 하는 힘이 깃든다.

브랜드의 인상을 좌우하는 ‘커뮤니케이션 톤앤매너’

평소 호감이 있던 사람과 친해지기 위해서는 대화가 필수다. 대화를 나눌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말투나 태도를 접하게 되고, 그런 부분이 상대방의 인상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즉, 커뮤니케이션 톤앤매너를 보면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계속 대화를 이어가고 싶은 사람인지 감각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브랜드에서도 커뮤니케이션 톤앤매너는 디자인만큼이나 다양한 영역에서 실감할 수 있다. 광고 카피, 앱 서비스 영역, 오프라인 안내문, 종업원 또는 CS 직원의 응대가 대표적이다.  

국내 브랜드 중 커뮤니케이션 톤앤매너의 힘을 잘 알고 있는 브랜드는 당근마켓이다. 당근마켓 서비스를 둘러보면 어려운 단어가 거의 없다. 유치원생부터 나이 많은 노인까지 이해하기 쉽도록 어려운 단어나 특정 세대만 사용하는 유행어를 지양하고 있다. 편안하고 친근한 말투로 쉽게 설명하기 때문에 ‘이게 무슨 뜻이지? 어떻게 쓰는 거지?’ 사용자가 혼란스럽지 않다. 전반적으로 친절하고 따뜻한 이웃 같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당근마켓 커뮤니케이션(출처. 당근마켓)
소유욕을 자극하는 카피(출처. 애플 공식 웹사이트)

애플도 마찬가지다. 애플에서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제품만큼 기대되는 것이 바로 제품을 소개하는 한 줄 카피다. 오버스럽지도 무난하지도 않다. 공급자 입장에서 새로 추가한 기능을 자랑하기보다 소비자가 매력을 느낄 포인트를 관통해 호기심을 유발한다.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대신 ‘스피드 그 이상의 스피드’로, ‘혈중 산소 포화도와 심전도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를 ‘건강의 미래, 이미 손목 위에’로 표현하는 혁신적인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따라잡기란 결코 쉽지 않다.

커뮤니케이션 톤앤매너는 오프라인 공간에도 적용할 수 있다. 무인양품, 디앤디파트먼트처럼 훌륭한 공간이 많지만, 개인적으로 문우당서림을 예시로 꼽고 싶다. 문우당서림은 ‘책과 사람의 공간을 지향한다’는 철학으로 1984년, 속초에 둥지를 튼 서점이다. 가족이 함께 운영하는 서점인데 공간 곳곳에 사람 냄새가 묻어나 있다. 평대에 놓인 책에는 서림인이 직접 읽고 남긴 감상 메모가 붙어있고, 도서 카테고리를 구분하는 표식에도 서림인의 글귀를 담았다.

곳곳에 사람에 대한 친절과 사랑이 넘치는 문우당서림

덕분에 관심 없는 분야의 책에 절로 눈길이 간다. 중간중간 다양한 주제로 큐레이션한 책 코너도 그냥 지나치기 힘들다. 책을 계산할 때 마음에 드는 책 속 글귀를 고르면 쇼핑백에 태그를 붙여주고 스티커도 챙겨주는 곳. 서점을 둘러보다 어떤 고객이 무심코 던진 말이 귀에 꽂혔다. “여기 오면 책을 안 살 수가 없겠다” 문우당서림의 커뮤니케이션 톤앤매너가 고객에게 닿은 순간이었다. 아무리 상대방이 마음에 들어도 나와 대화하려는 노력과 성의가 보이지 않는다면, 대화 방식이 맞지 않는다면 결코 마음을 열 수 없다. 나의 생각을 전하고 관계를 탄탄히 쌓을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톤앤매너를 구축해야 하는 단 하나의 이유다.


브랜드 철학, 디자인, 커뮤니케이션 톤앤매너. 이렇게 3가지 요소를 브랜딩의 기본 재료라고 소개했다. 물론 재료가 될 수 있는 것들은 이것보다 훨씬 다양하다. 세상엔 정말이지 다양한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소비자가 있지 않나. 당연히 복잡한 배경에 의해 만들어진 하나의 브랜드를 제대로 정의하고 소비자에게 매력적으로 표현하는 일은 절대 만만치 않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모든 일에는 기초를 다져야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3가지 요소를 탄탄하게 다지는 것부터 시작이라 생각하고 나아가 보자! 깊이 고민하며 한 발자국씩 나아가다 보면 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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