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를 디자인한다는 것, 사랑하는 브랜드가 늘어간다는 것. 박가영 디자이너

로고를 만드는 박가영 디자이너를 만나봤다

박가영 디자이너의 인스타그램 계정(@ga0ga0ga0)에서는 그동안 만든 로고들을 볼 수 있다. 로고를 만들 때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변하지 않고 오랫동안 소중히 여겨질 것들이요. 그래야 클라이언트가 낯선 로고에도 쉽게 애정을 가질 수 있거든요.” 로고를 사용하는 이가 관심 갖지 않는데 소비자가 그것을 친근하게 대할 수 있을까. 로고, 더 나아가 브랜드를 끌어가는 힘은 그를 둘러싼 여러 사람의 애정에서 비롯된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다양한 브랜드의 이야기를 듣고, 꼭 맞는 이미지를 찾아주는 일이 좋다는 박가영 디자이너와 인터뷰했다.

박가영 디자이너 프로필

로고 디자인을 시작한 계기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물론 하나의 순간을 콕 집어내긴 어렵지만, 어떤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그 일을 지속하는 이유 또는 앞으로의 지향점이기도 하니까요.

어렸을 때부터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어요. 다만 어떤 디자인을 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은 계속 바뀌었죠. 깊게 고민해보고자 휴학을 했는데 개인 작업이 너무 더디게 진행되더라고요. 그래서 SNS에 작업물을 올리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그래픽 위주로, 제가 그리고 싶은 걸 그렸는데 어느 날 로고 작업 문의가 들어오더라고요. 그렇게 시작하게 됐어요. 일이 들어온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했지만 어딘가 딱딱하고 틀에 박힌듯한 디자인을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생각해냈던 게 일러스트 기반의 로고 디자인이에요. 당시에는 이런 스타일의 로고 디자인을 하는 분들이 많지 않아서였는지 다들 신선하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

그렇게 시작한 작업이 어느덧 수백 개가 된 거네요. 그럼 디자인 중에서도 로고를 디자인하는 일이 가진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무엇보다 브랜드의 처음을 함께 한다는 것 그리고 그 브랜드가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좋아요. ‘좋다’라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죠. 그래픽 디자인은 단발성 작업이 많아서 프로젝트 하나가 끝나면 무언가 소진된다는 느낌이 강해요. 반면에 로고 디자인은 처음에는 빛을 보기 어려울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 브랜드가 사랑받을수록 같이 성장하는 기분이 들어요. 한 번 그런 경험을 하고 나니 작업할 때도 어떻게 하면 이 브랜드가 더 사랑받을 수 있을까 고민해요. 이따금 그래픽 작업도 병행하고 있지만 확실히 로고 디자인 쪽에 더 마음이 가요. 애정을 가지고 브랜드를 보는 것만으로도 그 브랜드는 다르게 보여요. 사랑하는 브랜드가 점점 늘어 간다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이 일의 가장 큰 매력이에요.

전반적인 작업 과정이 어떤지 알고 싶습니다. 특히 의뢰 받은 내용을 하나의 로고로 형상화하는 단계에 대해 자세히 듣고 싶어요.

먼저 로고 제작에 필요한 정보를 적는 양식을 보내드려요. 업종과 상호명의 의미, 매장이 있다면 인테리어 특징까지요. 또 브랜드가 담고 있는 이야기와 특별한 부분, 원하는 스타일 등을 구체적으로 질문해요. 사실 아직까지도 제일 어려운 부분이에요. 사람마다 취향이 다를뿐더러 말이나 글로 설명되지 않은 것들도 있기 때문에 매번 새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는 느낌이 들어요. 대략적인 요구사항을 파악하면 그 안에 브랜드의 특징, 가치, 성격 등을 담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요.

일러스트나 캐릭터가 들어가는 로고는 주로 상호명이나 업종이 바로 떠오를 수 있도록 작업해요. 최대한 직관적이고 단순하게 풀어서 작업하죠. ‘어부아저씨’의 경우 수염을 그린 아저씨와 물고기를 함께 넣었고, ‘cafe calendar’는 캘린더 위에 디저트 크림을 얹은 이미지를 썼어요. 브랜드 가치에 중점을 두는 형태도 있어요. ‘lily annmarie’는 인테리어 소품을 판매하는 편집샵인데, 품목이 다양해요. 그래서 특정 상품을 강조하기보다는 모든 상품을 하나 하나 신경써서 고른다는 느낌을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간단한 형식의 로고는 부연 설명이 필요하더라도 브랜드 의미를 최대한 함축적으로 담아내려고 해요. ‘내일의 통번역’ 같은 경우 브랜드가 추구하는 ‘서로 다른 언어가 같은 색으로 통한다’라는 가치를 넣어 작업했어요. 또 출판사 ‘몽상가들’의 로고는 단순한 출판사를 넘어 몽상가들이 모여드는 문화 공간을 만드려는 대표님의 목표를 반영해 ‘책 속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몽상가들만의 상상과 낭만의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았고요. 처음엔 설명이 필요하겠지만 브랜드가 그 가치를 유지하면서 성장해 나간다면 나중에는 깊이 있는 로고로 보여질 거라고 생각해요.

역시 뭐든 뚝딱 나오는 건 없네요. 듣고 보니 로고 디자이너의 눈에 비치는 세계가 궁금해집니다. 예를 들어 저는 글을 읽고 쓰는 걸 좋아하는데, 영상이나 전시를 볼 때도 그 안에 있는 문자 요소에 먼저 관심이 가더라고요.

저는 책을 살 때 직접 보고 결정하는 편인데 서점에서 구경한 뒤 사진을 찍고 인터넷으로 사요. 그런데 서점에 가면 처음엔 읽고 싶은 책 위주로 찍다가도 저도 모르게 예뻐 보이는 표지를 찍고 있더라고요. 실제로 책 표지에 끌려서 산 적도 많아요. 타이포 디자인과 색감 그리고 질감이 어우러진 느낌이 재미있어요. 또 오래된 간판도 좋아해요. 요즘 유행하는 감성의 가게들 사이에서 여전히 자리를 지키는 가게들이 많아요. 어딘가 흉내낼 수 없는, 오래된 세월이 주는 느낌을 좋아해요. 또 인상적인 색 조합이 보이면 사진을 찍고 작업할 때 참고해요.

로고를 디자인하다보면 결국 그 로고로 대표되는 사람 또는 단체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혹시 브랜딩 작업에 관심을 가진 적은 없나요?

아직은 브랜드를 디자인하는 일에 관련된 경험도 부족하고 공부도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꼭 해보고 싶은 작업이에요. 시각적인 부분을 넘어서 소비자가 경험하는 모든 요소에 브랜드 가치가 잘 드러나도록 설계하는 일이요. 브랜드의 의미와 스토리를 생각하고 고민하는 지금의 작업이 훗날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또 좋은 브랜드를 많이 경험해봐야 하는데 이 부분이 조금 부족해서 취향을 넓히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인상적인 브랜드를 만나면 그 경험을 잊지 않기 위해 글로 적어둬요. 이런 것들이 쌓이면 브랜드 방향을 고민하는 분들께 도움을 드릴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애착가는 작업물이 있기 마련이잖아요. 예를 들면 아이디어가 그대로 구현됐거나 제작 과정이 어려움을 겪었다거나 할 때요. 디자이너님은 어떠신가요?

초안 때 채택된 작업에 애착이 많이 가요. 100점짜리 답안을 써낸 느낌이거든요. 클라이언트가 수정할 부분이 없다고 하는 사실 자체가 제가 그 브랜드를 제대로 이해했다는 걸 증명해주는 것 같아서 기쁘기도 하고요. 오히려 제가 민망할 정도로 큰 만족감을 표시해주실 때는 일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 재밌고 즐거워요. 물론 수정하면서 완성도를 높이기도 하지만, 다른 의견이 점점 추가되는 것이다 보니 아무래도 자부심이 좀 줄어요. 어려웠던 작업보다는 즐겁게 진행한 작업이 좋게 기억되는 것 같네요.

디자인의 효용 중 하나는 보이지 않는 맥락을 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로고를 디자인한다는 건 소비자가 브랜드와 직접 마주할 수 있게 하는 ‘얼굴’을 그리는 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진 얼굴들이 제각기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 그렇게 마음껏 사랑할 수 있는 브랜드가 늘어간다는 것, 로고 디자인이 그녀에게 주는 즐거움이다.


관련 기사: 로고가 말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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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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