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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우거진 나무에 숨어 쨍쨍 울어대는 매미… 뜨겁고 거친 모래가 튀어 오르는 운동장… 반쯤 열린 교실 창문에서 들려오는 웃음… 무심한 듯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 여름이 되면 풋풋했던 학창 시절이 떠오릅니다. 우린 때론 과거 향수에 젖거나, 다양한 기억을 발판 삼아 또 다른 내일을 살아가게 되죠. 그래서 오늘은 청취자 여러분과 함께 세기의 여행을 떠나보려 합니다. 이름하여 아날로그 인사이트!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것들을 만나볼까요? 나인틴나이티나인~   

DJ 신주희. hikari@ditoday.com
디자인. 유해인 디자이너 uhaein@ditoday.com

Intro

얼마 전 포켓몬빵의 인기가 대단했습니다. 1990년대 이미 유행했던 이 빵이 30년 만에 다시 부활하면서 띠부띠부씰을 얻기 위한 덕후들의 쟁탈전이 벌어졌죠. 품절인데도 이른 아침부터 몰려드는 사람들로 인해 편의점은 골머리를 앓았고요. 아르바이트생들이 그려놓은 ‘포켓몬빵 없습니다’ 그림도 화제였습니다.

이런 현상을 무엇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요? 바로 레트로(Retro)입니다. 그런데 레트로가 무엇인지 모르는 분도 계실 것 같아요. 레트로는 쉽게 말하면 복고로, 과거의 기억을 그리워하면서 그 시절로 돌아가려는 흐름을 의미해요. 즉, 예전 유행했던 것들이 다시 유행하게 된 현상을 말합니다. 그래서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이 생겼나 봐요. 실제로 일상에서 자주 체감할 수 있는데요. 응답하라 시리즈, 무한도전 토토가(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슈가맨 같은 방송 프로그램이나 티아라의 ‘Roly-Poly’, 브레이브걸스의 롤린(Rollin’) 등의 복고풍 음악이 인기 있었던 것도 레트로라는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럼 노래 하나 듣고 본격적으로 시작해볼까요? 타케우치 마리야( まりや)의 ‘Plastic Love’ 들려드립니다.

Retro #1 시티팝

지금 듣고 계신 이 곡은 일본 시티팝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싱어송라이터 타케우치 마리야가 1984년에 발매한 노래입니다. 요즘 시티팝이 유행인 만큼, 이 노래도 국내에서 뒤늦게 인기를 얻고 있어요. 40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하게 세련되지 않았나요? 시티팝은 1970~80년대 일본 버블경제 시절 유행한 음악이에요. 재즈나 R&B등 서양 음악에 영향 받아 도시적이면서도 쓸쓸한 감성이 담겨있어요. 감각적인 멜로디와 리듬을 따라가다 보면 해변가를 드라이브하는 듯한 감성에 젖게 됩니다. 마치 낭만적이면서 낙관적이었던 그 시절 일본을 다시 소환하는 느낌이네요.

이어서 다음 코너로 넘어갈게요. 레트로에 관한 추억을 소개하는 시간인데요, 많은 청취자가 사연을 보내주셨어요. 먼저 첫 번째 사연 읽어보겠습니다.

Retro #2 갸루피스

“코로나가 점차 풀리면서 대학 동기들과 오랜만에 모였어요. 집에 가기 전 마지막으로 인생네컷을 찍으러 갔죠. 그런데 친구들이 요즘 유행하는 포즈가 있다면서 같이 하자는 거에요. 갸루피스? 친구 보고 따라 하긴 했는데 이게 왜 유행인지 모르겠어요. 심지어 유행 지났다고… 갸루피스 쉽지 않네요”
서울, 20대 남, 닉네임: 처음엔 갸루피스라는 게

갸루피스, 알고 계셨나요? 요즘 브이(V)를 뒤집은 포즈가 유행이라고 합니다. 저도 실제로 해봤는데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처음엔 갸루피스라는 게’님의 마음을 전적으로 이해합니다. 갸루는 1980년대 초 일본의 경제적 풍요 속에서 태어나 1990년대에 중·고등학교를 다닌 여학생을 지칭합니다. 이들은 까무잡잡한 피부와 눈을 강조한 화려한 메이크업을 즐겨 했고, 금발머리에 힙한 옷차림으로 일본의 패션 문화를 선도했죠. 이들의 시그니처 포즈가 바로 갸루피스였던 것입니다. 최근 아이브의 레이가 SNS에 올린 갸루피스 사진이 화제가 돼, Z세대에서 유행을 몰고 왔어요. 그럼 다음 사연으로 넘어가 볼게요.

갸루피스는 이렇게 하는 겁니다(출처. 레이 인스타그램)

Retro #3 Y2K 패션

“이제 여름이잖아요. 제니가 입은 언더붑 패션이 탐나요. 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 입어보고 싶어요. 하지만 전 유교걸(지나친 노출이나 문란한 사생활에 거부감을 가지는 전통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여성을 의미)이라 노출이 조금 부담이 되네요. 올여름 입을 수 있을까요?”
부산, 10대 녀, 닉네임: 나도 이제 제니

요즘 인플루언서들 사이에 언더붑 패션을 즐겨 입는 사람이 많아졌어요. 언더붑(Underboob)은 상의를 짧게 잘라 가슴 아랫부분을 살짝 드러내는 패션을 말하죠? 이것은 Y2K의 한 예로 볼 수 있어요. Y2K가 생소한 분도 있을 것 같네요. Y2K는 Year와1000을 의미하는 K(Kilo)를 합쳐 2000년대를 표현한 단어에요. 대부분 컴퓨터는 연도를 마지막 두 자릿수만 인식하는데, 2000년이 되면 같은 ‘00’을 사용하는1900년과 혼동이 일어나는 것이죠. 이 당시 ‘컴퓨터 2000년 연도 표기 문제’가 화두였고, ‘밀레니엄버그’라는 말이 생겨났어요. 그래서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에 유행했던 세기말 감성의 패션을 Y2K패션이라 부릅니다. 힙한 액세서리는 기본이고 로우 라이즈 팬츠, 크롭트 톱, 벨벳 트랙슈트 등이 유행하고 있어요. 이렇게 입으면 기분이가 좋크든요! 그럼 마지막 사연 만나보겠습니다.

Retro #4 필름 카메라

“얼마 전 친구에게 필름 카메라를 선물 받았어요. 날씨가 좋아 한강 피크닉 갈 때 필름 카메라도 챙겼죠. 오랜만에 찍어봤는데 느낌이 새롭더라고요. 나중에 직접 인화해서 친구들에게 선물도 하고 소장하고 싶어요”
경기, 30대 녀, 닉네임: 필카 갬성

디지털 카메라에 밀려 서서히 종적을 감추는 줄 알았던 필름 카메라는 MZ세대의 필수품으로 급부상했어요. 요즘 필름 카메라를 선물로 주고받는 사람들도 많아졌고요. ‘필카 갬성’님처럼 저도 얼마전에 지인한테 선물 받아 직접 사용해 봤어요. 물론 스마트폰 화질에 비교할 순 없지만, 그 감성이 다르답니다. 사진을 바로 확인할 수도 지울 수도 없기 때문에 다소 불편(?) 하지만 그 점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와요. 또, 직접 인화해서 간직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죠. 특히, 코닥의 토이카메라는 그 모양이 귀엽기도 하고, 빈티지한 무드가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해 하나쯤은 소장해도 좋을 것 같아요.

아날로그 갬성의 코닥 필름 카메라(출처. 스타일쉐어)

Outro

이제 슬슬 마무리할 시간이네요. 오늘은 레트로를 주제로 이런저런 얘기 나눠봤습니다. 레트로는 약 20년 주기로 찾아와 우리를 놀라게 합니다. 기성세대는 추억 팔이를, 신세대는 새로운 문화와 유행을 즐길 수 있어요. 이를 통해 여러 세대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소통하게 되죠. 앞으로도 레트로가 바쁜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선한 위로와 희망이 됐으면 합니다. 과거에 대한 추억은 내일을 살아갈 힘이 될 테니까요.

그럼 마지막으로 자우림의 ‘스물다섯, 스물하나’ 들려드리면서 이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아날로그 인사이트였습니다. 감사합니다.

Author
신주희 기자

신주희 기자

디지털 인사이트 기자. 흥겹고, 흥미롭고, 흥하는 콘텐츠를 사냥합니다. 마케팅, 광고, 트렌드 등 재밌는 아이디어를 쉽고 풍부하게 녹여내겠습니다. 오늘도 흥흥한 하루 되세요! hikari@di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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