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에이전시에 물어봤습니다 “AI 쓸 만하세요?”
AI 시대 어디까지 왔나② 상용화
챗GPT가 등장한 지 1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이제 생성 인공지능(AI)이 적용되지 않은 분야를 찾기가 더 어렵습니다. 업계에선 앞으로 ‘사용자 경험’이 중요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실제 소비자 입장에서 생성AI는 얼마나 가까이 다가왔을까요? <디지털 인사이트>가 ‘AI 시대 어디까지 왔나’ 기획 시리즈를 진행합니다. ①업계 동향 ②(에이전시 업계의) 상용화 ③규제 순서로 살펴봅니다.
“하루에 30분이라도 생성형 AI 공부해야 합니다”
지난 24일 디지털 공간과 휴먼을 주제로 열렸던 한 행사에 연사로 오른 최재붕 성균관대 교수의 말이다. 최 교수는 2022년 말 등장해 산업 생태계를 뒤흔든 생성형 AI를 조명하며 “이제 생성형 AI를 다루지 못하면 도태될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의 주장처럼 생성형 AI 활용은 ‘선택’에서 ‘필수’의 영역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생성형 AI의 상용화는 어느 단계에 도달했을까? 이미 많은 회사에서 활발하게 과업 수행에 생성형 AI의 혜택을 누리고 있을까, 아니면 아직 실무에 사용하기에는 시기상조인 걸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활발하게 과업을 이어가는 여러 디지털 에이전시를 취재해봤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미 활발하게 쓰이고 있으니, 생성형 AI 활용을 배제한다면 정말 도태될지도 모른다”
제작 중심에서 기획 중심으로 변화하는 업계
디자이너의 어원은 ‘설계자’다. 생성형 AI는 디자이너의 본분을 되찾아 줄 것이다
CJ ENM의 통합 디지털 마케팅 기업인 메조미디어의 김서라 디자이너의 말이다. 퍼포먼스 기획팀에서 디자인 파트리더를 맡고 있는 그는 “여러 광고 디자인 프로젝트를 이끌어오며 특히 퍼포먼스 중심의 영역에서 디자이너는 그동안 ‘작업자’의 색이 짙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디자이너는 클라이언트의 요청에 따라 수많은 시안을 제작해야 하고, 시안 제작에 소요되는 작업 시간의 누적으로 콘셉트를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없었던 것이다.
김 리더에게 디자이너는 ‘자신의 비주얼 콘셉트를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사람’이다. 김 리더는 이를 위해서는 제작에 소요되는 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고, 그 가능성을 생성형 AI에서 찾았다.
마침 메조미디어 또한 “생성형 AI의 선제적인 도입은 경쟁력을 불러올 것”이라며 회사 차원에서 생성형 AI 도입을 계획하고 있었고, 2022년 말 김 리더는 과업 수행에 예술, 디자인 등 비주얼 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미드저니‘(midjourney)’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미드저니: 2022년 공개된 생성형 AI 프로그램으로, 텍스트를 이미지로 변환하는 것을 주기능으로 한다. 현재 음성, 채팅, 영상 공유 등을 지원하는 메신저 플랫폼인 디스코드의 공식 서버를 통해 사용할 수 있다.
메조미디어는 현재 미드저니를 패션 분야 관련 프로젝트에 중점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특히 클라이언트에 제공되는 콘셉트 시안에 주로 활용하고 있다. 결과물의 완성도도 만족스러운 편이다. 휴먼 터치가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별도의 수정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높은 퀄리티를 보여줄 때도 있다. 김 리더는 “특히 클라이언트가 색다른 비주얼을 원하는 경우 미드저니가 많은 도움이 된다”며 미드저니가 가진 독창적인 톤앤매너를 칭찬하기도 했다.
다만 김 리더는 프롬프트 입력에 다소 난도가 있음은 아쉬운 점으로 지적했는데, 미드저니로 원하는 콘셉트를 그대로 도출하기 위해서는 꽤나 까다로운 프롬프트 입력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열심히 프롬프트를 입력해도 그 안에 사소한 실수가 포함된다면 예상과 전혀 다른 결과물이 도출될 수 있다.
실제로 미드저니로 제작된 가장 유명한 작품인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Theatre D’opera Spatial)’의 작가 제임스 M 앨런이 제작에 사용된 900번 이상의 프롬프트 내역을 철저하게 비공개에 부친 이유도 미드저니의 핵심이 프롬프트 활용 능력에 있어서다.
이는 결국 작업 과정 전체를 미드저니로 대체할 수 없다는 한계를 야기한다. 요컨대 미드저니로 콘셉트에 대한 시안을 도출하는 것까지는 분명 효과적이지만, 도출된 작업물에 수정이 필요한 부분을 프롬프트를 통해 고쳐나가는 건 오히려 휴먼 터치를 거치는 것보다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해서 김 리더는 ‘명확한 법제의 필요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김 리더는 “현재 법적 규제가 명확하지 않아 ‘오픈AI(OpenAI)’ 등 해외 판결 사례를 찾아보는 실정”이라며, 저작권 등 자칫 민감한 문제로 번질 수 있는 요소에 대해 명확한 법제가 마련돼야 기업이 더욱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음을 강조했다.
생성형 AI, 과업 과정을 효과적으로 단축
생성형 AI가 아직 법적으로 모호한 영역에 있음을 크게 염려하지 않는 사례도 있다. 메가존 계열 종합광고회사인 펜타클은 저작권 등 생성형 AI의 법제적 이슈에 대해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 펜타클 관계자는 생성형 AI와 관련된 법적 이슈에 대해 “이미 대홍기획이 롯데그룹 신년 광고 전체를 생성형 AI를 활용해 제작하는 등 AI를 활용한 사례는 많다”며 법제가 마련되기를 기다리지 않고 다양한 업계가 활발하게 생성형 AI를 활용하고 있음을 밝혔다.
펜타클은 생성형 AI에 대한 관심이 높은 실무 리더들의 제안으로 과업에 생성형 AI 도입을 추진한 사례다. 2023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디자인실의 생성형 AI 도입이 시작됐으며, 현재 디자인의 틀을 잡는 과정의 효율을 높이는 데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펜타클의 디자인실 관계자는 “미드저니를 통해 빠르게 전체적인 틀을 잡고, 미비한 부분은 파이어플라이를 통해 보완한다. 그 이후가 디자이너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메조미디어가 색다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미드저니의 가능성을 눈여겨본다면, 펜타클은 미드저니의 효율성에 더 집중하는 셈이다.
파이어플라이: 어도비에서 제공하는 생성형 AI 서비스로, 입력된 텍스트를 이미지로 변환해준다. 현재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등 어도비가 제공하는 플랫폼에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전체적인 디자인 과정에서 생성형 AI가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 않은 편이다. 특히 펜타클은 미드저니의 퀄리티 면에서 크게 기대를 가지지는 않는다. 아직까지는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치는 게 더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도출한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물론 펜타클 또한 생성형 AI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크게 공감한다. 특히 펜타클은 앞서 리더들의 주도로 미드저니와 파이어플라이를 과업에 적용했듯 생성형 AI에 대한 구성원 개인의 관심이 매우 높은 편인데, 캠페인 부서의 한 광고 기획자의 경우 자체적으로 마케팅 소재를 제작해주는 생성형 AI 서비스를 사용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비딩 단계에서 콘셉트, 제안 시안을 제작할 때 디자이너의 손길이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며 생성형 AI 활용을 통해 더욱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음을 전했다.
실제로 생성형 AI의 핵심 효과 중 하나는 과업의 단계를 단축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생성형 AI를 적재적소에 활용한다면 여러 부서를 거쳐 진행해야 했던 과업을 하나의 팀 또는 개인 단위로 해결할 수 있다. 이는 펜타클처럼 디지털 작업의 비중이 높고 여러 캠페인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는 회사일수록 더욱 부각되는 장점이다.
펜타클은 이외에도 서치 리스닝 솔루션을 제공하는 어센트 코리아와 MOU를 맺어 고객 여정을 분석한 빅데이터를 프로젝트에 활용하는 등, 과업에 생성형 AI 도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종류는 많지만 한글 친화적 서비스는 드물어
한 부서에서 하나의 생성형 AI를 메인으로 사용하는 게 아니라, 다수의 생성형 AI를 필요에 따라 활용하는 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 디지털 광고·마케팅 기업 인크로스의 인사이트 부서가 그 예다.
디지털 마케팅 트렌드 리포트 작성과 뉴스레터 콘텐츠 제작을 담당하는 인사이트 부서의 구성원들은 모두 생성형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정솔빈 과장의 경우 챗GPT, MS코파일럿, 노션, 리스닝마인드 등 다수의 생성형 AI를 필요에 따라 활용하고 있다.
정 과장은 “이외에도 에이닷을 통해 통화 녹음 및 요약을 하고, 클로바노트를 활용해 회의나 미팅 내용을 정리하기도 한다”며 과업 및 생활 전반에 생성형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음을 전했다.
챗GPT, MS코파일럿 등 공통으로 사용하는 툴 외에도 구성원들은 빙 AI 이미지 크리에이터, 파이어플라이 등 개인의 필요 및 기호에 따라 저마다 다른 생성형 AI를 더해 사용하기도 한다.
다수의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만큼 각 서비스에 대한 아쉬움도 많았는데, 공통적으로 언급된 것은 “영어를 사용할 때 결과물이 더욱 향상된다”는 점이다. 이는 대부분의 생성형 AI가 영어에 기반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오는 한계로 보인다. 실제로 챗GPT와 빙 AI 이미지 크리에이터의 경우 영어를 사용했을 때 제공받는 결과물의 만족도가 확연히 높았으며, MS 코파일럿의 경우 아직 한글 자체를 지원하지 않고 있다.
자체적으로 생성형 AI를 개발하는 네이버가 한국어에 기반한 높은 퀄리티의 생성형 AI 활용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 받고 있지만, 같은 인사이트 부서의 고혜린 연구원은 이에 대해 “하이퍼클로바 X의 검색 기능인 큐:를 사용해보니 네이버 포스트에 기반해 한국에 친화적인 답변을 제공하는 부분은 만족스러웠다”면서도 “간혹 제대로 된 답변을 제공하지 못할 때가 있다”면서 서비스 고도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아직 UI·UX 분야에는 직접적인 활용 어려워
인크로스의 인사이트 파트 구성원들은 특정 과업에 국한되는 게 아닌, 업무 전반에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아 종합적인 능률 상승을 이룰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그들은 입을 모아 “아직 대부분의 서비스에 고도화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며, 2022년 챗GPT 등장 이후로 생성형 AI가 다각도에서 빠른 성장을 거듭했지만, 그럼에도 짧은 역사를 가진 만큼 아직 나아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실제로 UI·UX 필드에서는 과업에 생성형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든데, 익명을 요구한 한 디지털 UI·UX 에이전시 관계자는 “기획 아이디어 단계에서 개인이 사용하기는 하지만, UI·UX 디자인 중심 과업이 많기에 실질적으로 사용 가능한 결과를 제공하는 생성형 AI는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생성형 AI의 전망에 대해서는 “설계 상 주요 기능의 화면 구성을 생성형 AI가 기존 UI를 분석해 적합한 제안을 제공하는 등 UI·UX 분야에 향후 활용할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생성형 AI 활용 빈도는 계속해서 높아질 것
생성형 AI 활용은 과업 과정을 효과적으로 단축하고, 제작 과정의 수고를 줄여 더욱 많은 시간을 기획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업무 환경을 변화시키는 등 실무진의 전반적인 업무 효율 향상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물론 결과물에 휴먼 터치가 필요하거나, 한글 친화적인 서비스가 적은 점, 더해서 UI·UX 분야의 경우 직접적으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생성형 AI 서비스를 찾기 어렵다는 점 등 아쉬운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종합적으로, 생성형 AI는 아직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보여진다. 다만 본격적인 생성형 AI 시대가 열린지 아직 채 2년이 지나지 않았음을 감안할 때, 직접적인 규제 등 불가피한 변수가 등장하지 않는 한, 이미 과업에 가시적인 효율 증진을 야기할 정도로 놀라운 발전 속도를 보여주는 생성형 AI의 활용 빈도는 계속해서 빠르게 상승할 것으로 예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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