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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의 정의는 바뀌니까” 노션이 AI에 진심인 이유

양질의 데이터와 모듈형 UI·UX가 비결


노션(Notion)은 노트 작성, 문서 공유, 프로젝트 관리 등의 기능을 제공하는 글로벌 생산성 앱이다. 전 세계 1억명 사용자를 보유했다. 레고 블록 조립하듯 손쉽게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특징으로, 국내에선 업무 협업 툴이나 포트폴리오 제작 툴로 널리 활용된다.

지난달 노션은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능을 탑재한 ‘노션 AI’의 새로운 버전을 선보였다. 요약이나 번역, 문서 초안 작성 등의 기존 기능을 비롯해 작업공간(워크스페이스)에 저장된 다양한 정보를 찾아주는 노션 Q&A, AI 성능 고도화에 따른 맥락 이해 능력 고도화를 주요 변화로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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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업데이트된 노션 AI는 노션 워크스페이스뿐 아니라 구글 드라이브(Google Drive), 슬랙(Slack) 등 외부 프로그램에서도 데이터를 가져올 수 있도록 개선됐다. 이를 통해 업무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자료=노션)

노션은 AI에 꽤나 진심이다. 단순히 기존 서비스에 AI 기능을 탑재하는 것을 넘어, 회사와 서비스의 정체성을 AI 중심으로 탈바꿈하는 중이다. 현재는 스스로를 ‘AI 지식 허브(AI Knowledge Hub)’로 정의하고 있으며, 향후 ‘AI의 모든 것을 담은 앱(AI’s Everything App)’으로 거듭난다는 구상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노션은 생성형 AI 기능을 가장 먼저 도입한 회사이기도 하다. 챗GPT가 출시되기 전 오픈AI로부터 GPT-4 모델을 우선 사용해볼 수 있는 권한을 얻은 소수의 기업 중 하나였다. 챗GPT가 공개된 직후 많은 기업이 자사 서비스에 AI 기능을 접목하려 애썼을 때 노션에 이미 간단한 AI 글쓰기 비서 기능이 탑재돼 있었던 까닭이다.

이후 노션은 AI 기능을 꾸준히 고도화했다. 2022년 11월 프라이빗 알파 버전을 처음 공개한 뒤, 2023년 2월 노션 AI를 정식 출시했다. 최근 선보인 버전에서는 AI 성능과 사용자 경험, 보안성을 높여 업무 환경에서의 유용함을 개선했다.

미국에서 노션은 이미 ‘AI 서비스’로 통한다. 올해 초 포브스가 선정한 ‘올해의 글로벌 AI 50대 기업’ 목록에 오픈AI, 앤트로픽 등과 함께 이름을 올렸고 픽사, 헤드스페이스 등이 노션 AI의 열렬한 고객으로 알려져 있다.

이쯤에서 궁금증이 든다. 생산성 앱인줄만 알았던 노션은 어째서 이토록 AI에 진심인 걸까?

노션과 AI가 잘 어울리는 두 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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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을 업로드한 뒤 노션 AI에게 다양한 것을 물어볼 수 있다(자료=노션)

노션이 AI를 새로운 기업 방향성으로 택한 건 단순히 ‘AI 붐’이 일어서만은 아니다. 회사의 설립 미션에 기인한다.

관련해 지난 8일 노션 오프라인 행사 ‘카페 노션’ 현장에서 만난 박대성 노션 한국지사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노션은 도구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개발자가 아니어도 원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미션으로 삼고 있어요.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도구란 디지털 환경의 변화에 따라 끊임 없이 달라집니다. 지금은 AI가 우리 시대의 ‘도구’인 셈이죠. 당연히 노션도 AI를 중심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박 지사장에 따르면, 2013년 설립 후 노션의 정체성은 다음과 같이 변해 왔다. 처음에는 메모와 문서 작성 기능에 집중한 ‘비주얼 에디터’ 역할을 수행했다. 이후 다양한 콘텐츠를 소화하게 되면서 ‘콘텐츠 구조화 툴’로 발전했고, 협업, 생산성, 프로젝트 공유 기능을 강화하며 ‘워크스페이스 연결 툴’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최근 AI 기능을 출시하며 ‘AI 지식 허브’로 변모했고, 이를 더욱 고도화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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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노션 AI’에는 AI 기능을 상징하는 마스코트가 삽입된다. ‘AI가 사용자를 보조한다’는 철학을 반영해 사람 얼굴로 제작됐다(자료=노션)

박 지사장은 “노션은 AI 시대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는 서비스”라고 자신했다. 이유는 두 가지다. 1) 하나는 양질의 사용자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고, 2) 다른 하나는 레고와 같은 모듈형 인터페이스다. 현재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춘 서비스가 드물기 때문에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직 미래의 일이라 노션 AI가 어떤 모습을 지닐지 구체적으로 말하기 조심스럽지만요. 적어도 챗GPT와 같은 AI 서비스가 실무에서 사용하기에 최적의 형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챗봇 특성상 결과물을 표현하는 방식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노션에는 문서 작성과 관련된 다양한 기능이 이미 존재해요.

예를 들어 ‘올해 회사에서 작성한 100개의 문서를 항목별로 요약한 뒤 그래프와 차트를 삽입하고, 특정 부분에 형광펜으로 밑줄을 쳐 보기 좋게 정리해달라’는 요청을 했을 때, 챗GPT로는 어렵지만 노션에서는 표현이 가능할 겁니다. 차트, 형광펜, 요약 기능 등이 이미 존재하기 때문이죠.”

이처럼 노션은 AI 시대에 최적화된 서비스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노션 AI 개발 과정에서 협력했던 올리비에 고드먼트 오픈AI API 제품 책임자는 한 인터뷰를 통해 “AI 서비스에 맞는 폼팩터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며 “노션처럼 다양한 기능을 개발, 조립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AI에 최적화된 폼팩터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상위 시장… 국내 시장 공략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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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서울 성수에서 열린 첫 오프라인 행사 ‘카페 노션’ 현장. 국내 사용자가 모여 다양한 노션 활용 사례를 공유했다(사진=디지털 인사이트)

이처럼 AI에 힘을 주고 있는 노션이지만, 국내 인식은 그렇지 않다. 여전히 메모 앱, 업무 협업 툴이라는 이미지가 지배적이다. 노션이 지난 8일 국내 첫 오프라인 행사를 연 까닭이다. 스타트업, 커뮤니티 등 국내 노션 사용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노션의 정체성과 활용 방법, AI 기능 소개에 초점을 맞췄다.

국내서 행사를 개최한 건 한국이 놓칠 수 없는 시장이라서다. 노션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 다음으로 큰 규모의 노션 커뮤니티를 보유했다. 지난 2020년 첫 외국어 버전으로 한국어를 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효성, 카카오스타일, 당근, GS건설 등이 기업 차원에서 노션을 도입했으며, 이밖에 많은 대학생과 직장인이 사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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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노션에서 노션의 역사와 정체성을 소개하는 박대성 노션 한국지사장(사진=노션)

국내 사용자는 팬데믹 때 폭발적으로 늘었다. “여전히 국내 시장의 인기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박 지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팬데믹 시절 국내 사용자들 사이에서 ‘힙한 툴’로 입소문이 났던 것 같아요. 무언가 새로운 걸 사용하고 싶어하는 국내 소비자 취향에 딱 맞아 떨어졌던 것이죠. 재택 근무에 필요한 기능을 모두 갖췄으면서도 깔끔한 디자인과 직관적인 사용성이 마음에 들어 쓰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최근 한국 지사 인력을 크게 늘린 노션은 이번 행사를 기점으로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꾸준히 늘려가는 동시에 기업과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AI 기능 홍보에 힘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박 지사장은 “노션 AI는 브레인스토밍부터 최종 결과물까지 모든 작업 단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최신 기능으로 가득하다”며 “특히 업무 현장에서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툴로서 발전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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