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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현실과 미래②

D I  C U R A T I O N

빅데이터 마케팅

  1. 마케팅과 과학의 만남①, ②
  2. 데이터 분석의 핵심, 모델링①, ②
  3. AB테스트와 웹사이트 최적화①, ②
  4.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현실과 미래①, ②

4.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현실과 미래②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에게 필요한 자질

그렇다면 비즈니스 현장에서 활동하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에게 필요한 자질은 무엇일까? 이 질문은 커리어를 만들어 나가는 사람에게도 중요하지만, 거꾸로 회사 입장에서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하는지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내가 사람을 뽑을 때에는 세 가지 방향에서 그 사람의 자질을 검토한다.

첫 번째는 IT 시스템에 관한 지식과 데이터를 실제로 핸들링할 수 있는 능력이다. 요즘은 비즈니스 데이터의 많은 부분이 IT 시스템에서 생성된다. 그래서 IT 시스템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를 제대로 알아야 자신이 보고 있는 데이터가 어떻게 생성된 것이고 그 한계가 무엇인지를 이해할 수 있다. 뿐만이 아니다. 만약 필요한 데이터가 없다면 그 데이터를 생성하고 수집할 수 있도록 작업 해야 한다. 이러한 작업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하므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직접 엔지니어링을 하는 경우는 적은 편이다. 그러나 시스템이 작동하는 원리를 모르면 함께 일할 수 없다.

같은 시각에서,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 또한 중요하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라면 DBMS(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에 접근해서 SQL(데이터베이스 사용 언어)을 써서 자신이 필요한 데이터를 추출하는 정도는 기본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 첫 직장에서 내가 가진 경쟁력도 이 부분이었다. 당시 나는 사업전략 관련 업무를 다뤘는데,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대부분 전략컨설팅 펌이나 MBA와 같은 경영을 전문으로 하는 곳에서 일을 배운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전략 관련 업무에 대해서는 잘 알지만, IT에 약하다는 약점이 있었다. 그들이 엔지니어에게 데이터를 요청하고 결과를 받을 때까지 일주일씩 걸릴 때, 나는 직접 DB에 붙어서 한 시간이면 데이터를 뽑아 분석할 수 있으니 효율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는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데이터를 활용해서 회사의 비즈니스 효율을 높이는 것이 주요 업무이기 때문에, 비즈니스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한다. 앞서 말했듯 나는 첫 직장에서 사업전략 기획 업무를 담당했다. 업무 분야를 갑자기 바꾼 셈이어서 퍼포먼스를 내기까지 힘든 과정을 거쳤지만, 덕분에 기업의 의사결정이 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거기에 데이터가 어떻게 쓰이는지를 알게 됐다. 마케팅 분야도 마찬가지다. 직접 마케팅 프로젝트를 끌고 나간 것은 아니지만, 실무자들과 함께 일을 진행하며 데이터 업무를 지원했고 마케팅 성과를 분석하는 일을 주도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이 분야에 대해서는 일이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고 있으며, 현업에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때 같은 수준에서 논의할 수 있다. 이처럼 비즈니스 업무에 관한 이해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일 진행이 어렵다.

만약 데이터를 수집하고자 하는 분야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이 없다면 단시간 내에 업무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가령 인사 쪽에서 일한 경험이 없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에게 인사 데이터를 분석해 뭔가 인사이트를 찾아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런 경우,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실무자들과 보내면서 그들이 어떻게 일을 하는지 이해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그런 다음 데이터를 활용해서 여러 간단한 인사이트를 찾아 이야기하면서 구체적인 방향을 잡아 나가면 된다. 이는 사실 컨설턴트가 일하는 방식이지만,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도 같은 능력이 필요하다.

세 번째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하는 일의 결과물은 대부분 문서나 프레젠테이션의 형태다. 여기에는 반드시 실행을 위한 제안이 따라붙는다.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라 이런 일을 해야 한다’는 실질적인 설득 요소를 포함하는 것이다. 즉,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아무리 혁신적인 인사이트를 발견하더라도 적절한 액션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실무자가 하는 일에 대해 잔소리를 하는 입장이 되기 쉽다. 잘못하면 실무자가 매우 불쾌하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는데, 이렇게 되면 끝장이다. 그래서 현업에 있는 사람들을 존중하는 겸손한 태도가 몸에 배어 있어야 한다. 뭔가 작은 아이디어라도 받아들이고 반영해 주면 고마움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며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국내 기업의 현실

그렇다면 한국의 데이터 사이언스 환경은 어떨까? 기업들은 비즈니스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잘 모으고 분석해서 실제 경영 혁신으로 연결하고 있을까?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들은 그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당당하게 인정받고 있을까?

최근 ‘데이터 중심 경영’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경영자들도 조금씩 늘고 있다. 얼핏 보면 정말 이런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막상 비즈니스 실무 현장에서 뛰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조금 다르다. 회사의 의사결정이 데이터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재미있는 것은 이것이 한 회사에서 벌어진다는 것이다. CEO 강연에서는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막상 실무자들은 ‘우리 회사는 데이터 열심히 안 본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지인 가운데 카드 회사에서 데이터 분석 및 CRM 업무를 하는 사람이 있었다. 카드 회사는 고객관리를 가장 철저하게 하는 업종 중 하나다. 신용카드 비즈니스는 수익성이 좋은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돈은 충분히 있고, 해외 성공사례들이 많이 알려졌기 때문에 투자도 충분히 한다. 게다가 신용카드의 사용 패턴에는 사용자의 모든 데이터가 드러난다. 식사 장소, 교통 이용 내역 등 고객 라이프스타일의 세세한 부분까지 파고들 수 있다. 자연스럽게 ‘이런 회사라면 데이터를 이용해 할만한 일들도 많을 것이고, 당연히 혁신도 열심히 잘하고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시도는 많이 했다. 충분한 자금을 투자해 시스템도 갖췄고 국내외 유명 대학이나 연구소와 연계하거나, 미국 카드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함께 일해 본 경험이 있는 전략컨설팅 펌에 막대한 돈을 주고 컨설팅을 받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지지부진했다. 결국, 그는 신규사업을 발굴하는 부서로 이동했다. 회사에서 그를 데이터 분석팀에 둘만 한 가치를 못 느꼈다는 뜻이다.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 경영정보 시스템에 막대한 투자를 했다. 분석용 DBMS를 구축해 비즈니스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용 소프트웨어를 사서 환경을 구축했다. 그러나 막상 그렇게 돈을 들여 구축한 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하는 회사는 그리 많지 않다. 기업 문화, 데이터 활용 방법에 대한 무지 등 아직도 넘어야 할 장벽이 많았다. 이런 이유로 한국에서는 좋은 데이터 중심 경영 사례를 많이 만들지 못했다. 그래서 국내 기업 현장에서 일하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데이터가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고 현실적으로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도구라는 것을 몸소 입증해야 한다. 방법은 단 하나, 실제로 이러한 접근방법으로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미래는?

엄밀히 말해, 앞서 논한 바와 같이 한국에서는 아직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라는 직종이 확고하게 자리를 잡지 못했다. 또한, 기업 실무 현장에서 뛰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역시 스스로 사례를 만들어 가야 하는 만만치 않은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변해갈까?

앞서 예로 들었던 카드회사의 경우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이 회사에서 시도했던 데이터 중심 마케팅은 대개 CRM적인 접근 방식이었다. 고객의 소비 패턴을 분석해서 카드를 추천한다거나 쿠폰을 발급하는 등 추가구매를 유도하는 것. 그러나 이런 접근방식으로는 5% 정도의 추가 매출을 낼 수 있을지언정 결정적인 한 방이 없다.

CPU 광고를 수익 모델로 잡고 ‘대박’을 만든 네이버

하지만 다른 접근 방식을 예로 들어보자. 이것은 2000년대 초중반 어느 PG(Payment Gateway, 온라인 결제대행 서비스)사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PG사는 결제 모듈을 제작해 인터넷 서비스에 제공하고 실제 결제가 발생할 때마다 카드사 수수료에 약간의 수수료를 더 얹어서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 회사에서 소비자들의 결제 내용을 봤더니 한 무명의 인터넷 포털 회사에서 갑자기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무명의 회사는 NHN, 오늘날 네이버로 한국 인터넷 포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바로 그 회사였다. 당시 네이버는 뾰족한 수익 모델이 없었다. 그러다 이용자가 광고를 클릭하면 광고주에게 돈을 받는 CPC 광고를 수익모델로 만들어 수익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그 PG사에서는 일찌감치 네이버의 주식을 사자는 판단을 했고, 실제로 대박을 터뜨렸다.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정보는 천금과도 같은 가치가 있다.

카드사는 이런 중요한 변화를 가장 빨리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회사 IR 담당자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며 열심히 접대해야 얻을까 말까 한 정보를 자리에 앉아서 볼 수 있다. 내가 만약 카드사를 운영한다면 이런 접근방법을 검토해 보겠다. 회사에 돈은 충분히 있을 터이니 내부 계정을 운용하는 자산운용 팀을 꾸리고 기존 제도권 증권회사에서 일하던 펀드매니저와 데이터 분석 전문가를 붙여서 내부 데이터를 이용해 다양한 업종의 판도를 분석한다. 그 정보를 이용해 제2, 제3의 네이버를 재빨리 찾아 투자하는 것이다. 그 팀은 규모가 클 필요도 없다. 실력 있는 펀드매니저 한 명, 데이터 분석 전문가 두 세 명이면 충분하다. 인력 규모가 작으니 리스크도 적다.

이 정도면 ‘로우 리스크 하이 리턴(Low Risk High Return)’

이니 해볼 만하지 않은가?

https://goo.gl/jZRwGF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미래는 이러한 시도가 실제 실적으로 연결되느냐 안 되느냐에 달려 있다. 절대 쉬운 일은 아니다. 한국에서는 사내 정치 등 문화적 특성에 따른 추가적인 어려움도 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분야는 잘하는 사람과 평범한 사람 사이의 격차가 끝도 없이 벌어질 것이다. 미국이나 독일 같은 경우, 이미 훨씬 많은 성공 사례가 알려졌으며, 데이터 중심 경영을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생각한다. 국내에서도 젊은 층을 위주로 미국에서 MBA 과정을 거치며 데이터 중심 경영의 가치를 배운 경영자들이 많다. 이런 경영인들은 데이터에 무관심한 국내 비즈니스 환경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언젠가 이런 회사들이 성장해 한국 경제의 한 축을 차지하는 날이 온다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또한 더욱 확고한 영역으로 자리를 잡을 것이다.

 

문석현, 문석현 데이터경영연구소 소장 dr.moon.kr@gmail.com

 

※DI CURATION은 과거 소개됐던 기사 중 디아이 매거진 편집국에서 큐레이션 해 올리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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