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신데렐라, - DIGITAL iNSIGHT 디지털 인사이트

다시 만난 신데렐라, <신데렐라 유니버스>

저마다의 신데렐라를 찾는 시간

화려한 왕관과 귀걸이를 하고 고풍스러운 흰색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꽃 더미 위에 누워 있다. 프레임 밖으로 벗어난 얼굴. 상반신 일부만 드러난 포스터는 어딘가 고전적인 느낌을 풍긴다. 거기에 딱 어울리는 글씨체로 쓰여 있는 전시 제목, ‘신데렐라 유니버스 展 – 21세기 현대판 신데렐라’. 형식과 내용이 따로 노는 듯하지만, 바로 그 미묘한 틈에서 우리는 전시의 핵심 메시지를 잡아낼 수 있다.


신데렐라 서사 속으로

전시 입구에는 칠레 작가 세르지오 모라 디아즈(Sergio Mora Diaz)의 ‘Breath’라는 작품이 설치돼 있다. 빛과 움직임, 소리 등을 활용한 미디어 아트로 관객이 동화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경험을 주는데, 전시 자체가 서사적 원형의 하나로 자리잡은 신데렐라를 다룬다는 점에서 이보다 적절한 시작이 없을 듯하다.

인스타그래머블, 놓칠 수 없는 ‘찍는 재미’

전시는 한눈에 봐도 인스타그래머블하다. K현대미술관 4·5층을 모두 쓰는 만큼 공간이 상당히 넓지만, 크고 작은 테마로 분류되는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지루할 틈이 없다. 섹션별 콘셉트와 오브제가 확실해서 풍부한 경험이 가능하다. 신데렐라라는 주제를 공유한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독립된 전시를 여러 개 관람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작품이 진하고 선명한 색을 활용해 대비가 강하게 드러난다. 그러니까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사진을 건지기 쉽다는 말이다.

신데렐라를 해석하는 두 가지 방법

‘21세기 현대판 신데렐라’라는 부제에 걸맞게 K현대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새로운 신데렐라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 그러나 신데렐라가 갖고 있는 기존의 이미지를 덮어놓고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 또한 하나의 소재와 영감으로 삼아 더 많은 관객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다.

모두가 아는 신데렐라

‘샤바샤바 아이샤바’와 ‘비비디 바비디 부’. 신데렐라를 향한 두 가지 시선이 여기에 있다. 전자는 ‘얼마나 울었을까’로 이어지며 그를 바라보는 딱한 감정을 드러내고, 후자는 고난과 역경을 견딘 결과로 얻은 보상을 상징한다. 일명 ‘신데렐라 스토리’를 구성하는 요소다.

서명수 작가의 ‘Rain Drop’은 물방울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늘어진 물방울들 틈을 걸으며 신데렐라가 흘렸을 눈물을 떠올릴 수 있다. 반면 헤이즐 작가의 ‘비상’은 번데기에서 나비가 되는 과정을 통해 행복을 찾은 신데렐라의 모습을 연출한다.

작가가 새롭게 만든 신데렐라

신데렐라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품 중 눈에 띄는 건 레오다브 작가의 ‘Mad C.’다. 그는 민소매를 입고 많은 타투를 드러낸 신데렐라가 유리구두 위에 ‘NO MORE’라는 글자를 휘갈기는 모습을 그림으로써 의존성을 벗어난 독립성과 자유의지를 표현했다. K현대미술관 학예팀이 제작한

‘무도회 다음날’도 인상적이다. 언제나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유지하는 동화 속 주인공을 현실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침대 위에 정리 안 된 이불, 여기저기 버려져 있는 콘돔, 쓰려져 있는 빈 술병. 솔직하면서도 적나라한 이 작품이 우리가 2020년에 새롭게 해석하는 신데렐라의 방”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신데렐라가 될 것인가

신데렐라 유니버스가 던지는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어떤 신데렐라가 될 것인가.” 다원화된 현대사회에서 각자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탐색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기서 아름다움이란 단순히 외적인 미를 가리키는 게 아니다. ‘나’를 드러낼 수 있는 가치, 흔히 쓰이는 말로 ‘자기다움’에 가깝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화려한 작품 안에 숨겨진 아름다움에 대한 여러 고민을 함께해보는 것도 신데렐라 유니버스를 즐기는 괜찮은 방법이 되지 않을까.


기간. 2020. 05. 09 ~ 2020. 08. 30
위치. 서울 강남구 선릉로 807 K현대미술관
인스타그램. @kmcaseoul
웹사이트. kmcaseou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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