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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훈아가 남기고 떠난 것

지난 추석에는 KBS에서 방송된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가 화제였습니다. 오직 콘서트만으로 팬과 소통해오던 그가 무려 15년만에 방송에 출연했습니다. 나훈아는 오랫동안 대한민국 가왕을 넘어 가황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2030에겐 이름만 들어본 가수일지 몰라도 중장년층에게는 지금의 BTS 못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절대적인 존재였습니다. 매년 나훈아 콘서트 시즌이 돌아오면 일명 ‘효도 티켓팅’이 벌어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쉽게 만날 수 없었던 그가 추석 연휴 비대면 콘서트를 통해 TV에 깜짝 등장한 것입니다.

나훈아 세대에게는 콘서트 소식만으로도 이미 큰 화제였지만, 젊은 세대 또한 모처럼 스마트폰과 유튜브를 벗어나 가족들과 거실에서 공연을 즐겼습니다. 특히 신곡 ‘테스형’을 열창할 때는 특유의 철학과 위트가 담긴 노랫말 울고 웃었으며 중간중간 그가 남긴 격려의 메시지에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울림을 받기도 했습니다.

나훈아는 왜 대중 앞에 섰을까요?
그의 이번 공연이 더 뜻깊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번 방송은 노개런티로 이뤄졌습니다.

대한민국 최정상 가수, 15년만의 방송출연, 단독 편성. 나훈아는 얼마든지 대가를 요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출연료를 제작비에 더해 더 멋지고 감동적인 공연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제목에도 자신의 이름보다는 ‘대한민국 어게인’이라는 표현을 앞세워 코로나 사태로 지친 국민들을 위로하고자 했습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방송 전부터 충분히 콘서트의 진정성과 취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힘듭니다, 우리는 많이 지쳐 있습니다’라는 그의 솔직한 말은 따뜻한 위로가 됐습니다.

애초 기획은 ‘최초 공개’에 초점을 맞췄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해 비대면 콘서트로 전환됐다고 합니다. 관객 한 명 없이 현장의 웅장한 스케일을 담아낼 수 있을지 걱정과 우려가 있었을 테지만, 오히려 시간과 공간 제약이 사라지면서 국내외 팬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전 세계에서 함께 공연을 즐기는 시청자들의 모습이 화면에 생중계됐습니다. 몸은 떨어져 있지만 시선과 마음은 같은 곳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 감동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코로나 사태로 만날 수 없는 가족들과 친지들이 떠올라 더욱 뭉클했습니다. 가수와 관객, 관객과 관객 모두 만날 수 없었지만 마음만은 연결된 진짜 콘서트였던 것입니다.

재방송이 없는 콘서트였습니다.

우리가 콘서트 현장을 찾는 이유는 그 순간에만 느낄 수 있는 경험 때문입니다. 가수와 마주하는 현장감과 다른 관객과의 동질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지는 추억으로 남습니다. 하지만 보통 미디어 콘텐츠는 TV는 물론 OTT 플랫폼을 통해 다시 볼 수 있습니다. ‘본방사수’나 ‘채널고정’ 같은 단어는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더 이상 TV 앞에 모여 앉을 필요 없는 이 시대에 단 한 번의 방송으로 공연을 마친다는 사실은 현장감을 되살려냈습니다. ‘방구석 1열’이라는 말이 가리키듯, TV를 통해 진짜 콘서트 현장에 온 느낌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공연 자체의 웃음과 감동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신곡 ‘테스형’은 70대 나훈아가 무려 소크라테스를 형이라고 부르며 삶과 인생을 묻습니다. 노랫말에 등장하는 소크라테스는 단순히 유희적 대상이 아닙니다. 세상을 먼저 떠난 모든 이를 무겁지 않게 대변하는 존재입니다. 같은 노래지만 어떤 사람은 웃고 또 어떤 사람은 우는 이유입니다. ‘테스형’의 재치 있는 노랫말은 젊은 세대의 마음도 사로잡았습니다. ‘테스형’은 방송 이후 대부분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100위권에 진입했고 유튜브를 중심으로 많은 후배 가수들이 커버 영상을 올리는 등 새로운 밈(Meme)으로 떠올랐습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훈아라는 브랜드를 실감하는 데는 충분히 길었습니다. 지친 일상에도 불구하고 나아가야 할 용기를 얻었습니다.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해 외면당했던 올드 미디어가 주목 받은 것도 눈여겨볼 점입니다. 많은 이가 디지털 미디어에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재미와 감동을 얻지만, 결국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미디어의 형태가 아닌 콘텐츠라는 점을 나훈아 콘서트가 보여줬습니다.

거리두기의 시대, 감동과 진정성에는 거리가 없는 듯합니다. 디지털 시대의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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