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국 한국디자인기업협회장 - DIGITAL iNSIGHT 디지털 인사이트

김진국 한국디자인기업협회장

디자인 산업 불균형, 디자이너의 잘못일까요?

디자인 산업 불균형,
디자이너의 잘못일까요?
김진국 한국디자인기업협회장

환한 웃음으로 맞아주며 자리로 안내하고는 친절하게 근황을 묻던 그의 표정이, 산업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자 이내 곧 무거워졌다. 그리고 그 얼굴만으로 디자인 산업이 처해있는 어려운 상황을, 디자이너들의 고충이 어느 정도인지를 완벽할 순 없겠으나 짐작할 수 있었다. 경험과 노하우의 지식서비스 R&D 산업, 디자인업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이에 걸맞은 정책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한 그. 김진국 제11대 한국디자인기업협회장을 만났다.


Q. 한국디자인기업협회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1994년에 설립돼 올해로 어느새 24년이 된 한국디자인기업협회(이하 협회)는 대한민국 대표 디자인 기업 소속 단체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사단법인입니다. 설립 이래, 디자인 산업을 대표하는 중심 단체로서 ‘산업디자인진흥법 개정’, ‘디자인표준계약서 제정’, ‘디자인기업 피해지원센터 운영’ 등 산업 종사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다양한 정책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디자인 기술융합사업, 디자인생활상품 사업, 해외 교류사업, 세미나 개최 및 교육사업, 산학협력 사업, 디자인 역량 증진사업 등 디자인 기업의 성장을 위한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 해외 디자인 시장 진출 프로그램을 통해 회원사의 디자인 수출 및 글로벌 기업으로의 성장을 위한 촉매 역할을 도모하고 있으며, 한국디자인진흥원과 중국과 베트남에서 해외 진출 디자인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Q. 현재 협회 구성은 어떻게 되어있나요?

협회는 제품디자인, 시각디자인, 상품패키지디자인, 공간환경 디자인, 디지털디자인, 서비스디자인, 생활산업디자인 등 총 7개 분과로 구성돼 디자인 산업 내의 모든 카테고리를 망라하고 있으며, 현재 약 370여 개 기업이 정회원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디자인을 하는 모든 기업이 준회원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며, 전체 디자인 산업의 권익을 위해 뛰고 있습니다. 지역적으로 서울·경기 본회를 비롯해 충청, 호남, 경북, 경남, 인천 등 전국적 지회 조직망을 갖추고 있는 유일한 디자인 관련 협회이기도 합니다. 또 정책발굴 위원회, 권리 보호 위원회, 해외사업단 등 다양한 위원회를 조직하고 디자인 산업 안에 산재해있는 과제 해결을 위해 보다 집중적이고 전문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협회에서 중점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사업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앞서 소개해드린 사업들 외에도, 디자인산업에 유익한 다양한 사업 및 정책 활동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몇 가지를 꼽아보자면 ‘디자이너 경력관리 제도 마련’과 ‘디자인 대가 기준 마련’을 들 수 있습니다. 그동안 분야별 전문디자이너 및 유관 종사자들에 대한 체계적인 경력관리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전문인력에게 적정 수준(경력에 부합하는)의 대가 수급이 어려웠고, 이는 우수한 전문디자이너 육성 및 디자인산업의 수익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해왔습니다. 이에 협회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을 받아 ‘디자이너의 경력 기준’에 대한 연구를 시행해왔고, 현재 ‘경력관리 시스템’ 구축 단계에 있으며, 조만간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입니다. 경력 관리 시스템이 실제로 운영된다면 전문인력의 자격과 경력에 대한 공신력 있는 인증제도로서 그 역할을 다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 ‘디자인 대가 기준’ 역시 마련되지 않아 타당성 없는 발주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로 인해 업계의 불만 또한 높았습니다. 협회는 디자인 용역의 적정 대가 산정을 통해 디자인 산업의 가치를 제고하겠다는 산업통상자원부의 방침 아래 한국디자인진흥원과 함께 ‘디자인사업 표준품셈’, ‘노임단가 조사’ 등 대가 기준 마련을 위해 여러 방면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에는 통계청으로부터 ‘노임단가’ 통계생산과 주요지표를 산출할 수 있는 ‘통계작성지정기관’으로 지정받은 바 있습니다. 향후 협회가 생산한 통계가 통계청 승인을 받게 되면 국가승인통계로서 위상을 갖게 됩니다.

협회가 통계작성지정기관이 됨에 따라 향후 직접인건비 산정의 필수요소인 ‘노임단가’ 통계 생산이 가능해졌으며, 이는 디자인 산업의 대가 기준 마련에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전문분야별 업무단계와 난이도를 고려해 보다 현실적인 디자인 대가 기준이 설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신뢰성 높고 편리한 대가 산정이 가능하도록 해 발주자와 디자이너 양측 모두에게 유익한 용역 환경을 마련하겠습니다.

Q. It(잇:)-어워드(이하 잇어워드)를 통해 협회를 접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잇어워드에 대한 소개와 추구하는 바를 소개 부탁드립니다.

매년 말, 그해 가장 우수(it)한 디자인 및 프로젝트를 선정해 시상하는 잇어워드는 지난 2011년 처음 시작돼 올해로 제7회를 맞이하게 됩니다. 잇어워드는 디자인산업 현장의 전문가(CEO)들이 선정한다는 측면에서 타 시상식과의 차별성을 지닙니다. 최고의 디자인을 개발한 디자이너에게 수여하는 특별한 어워드로서, 대한민국 디자인 산업의 발자취를 기록해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협회 또한 자긍심을 가지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응모 분야 체계를 좀 더 세분화시켜 어워드의 전문성을 한층 강화할 예정입니다. 올해 말 개최될 제7회 잇어워드에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Q. 인력 공급 과잉, 일거리 부족, 디자인권 침해 등 산업 내 여러 어려움에 대해 지적해 오신 것으로 압니다. 최근 현장에서 느끼시는 디자인 업계 현황은 어떤가요?

디자인 생태계에는 디자인기업(산업), 디자이너(인력), 디자인 관련 학과(학계), 인하우스디자인(활용기업), 제조기업(인쇄, 시공, 출력, 목업 등 지원기업) 등 다양한 구성원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디자인 직종 인력 및 시장 규모 등에 대한 해당 부서별 데이터는 전무한 상황입니다. 국내 디자인 산업계는 지난 20여 년간 누적된 인력 공급 과잉으로 인해 일거리와 일자리 부족이라는 심각한 불균형 상태에 놓여 있으며, 이로 인한 디자인기업의 열악한 수익구조와 업무 환경은 우수한 디자인기업과 관련 인력들의 이탈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혹자는 작금의 디자인개발 단가하락을 덤핑으로 단가를 낮추는 디자인기업의 탓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조금 격하게 표현하자면, 먹고 살려고, 살아남으려고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아픈데 제 살 깎는 사람이 있을까요? 오죽하면 말입니다. “너무 비싸요, 반값에도 하겠다는 회사 줄 서 있어요”라는 치열한 시장상황이 저단가 고퀄리티 디자인 결과물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그동안 정부의 정책결정자 분들께서 디자인 산업의 균형 발전과 수급 조절에 대해 조금이라도 고민해 보셨을지 궁금합니다. 중국 소비자의 한국제품 선호 이유 중 디자인 퀄리티는 늘 빠지지 않고 꼽힙니다. 오늘날의 대한민국 상품디자인경쟁력은 디자인산업 종사자들의 희생 결과물이 아닐까요?

Q. 지난해 말 언론사 기고를 통해 중소벤처부에 디자인 전담 부서 신설을 제안하기도 하셨습니다. 이밖에 디자인 산업의 발전을 위해 제도적으로 마련돼야 하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우선 42년된 낡은 ‘산업디자인진흥법’을 ‘디자인산업진흥법’으로 전면 개정해야 합니다. 12년 전 산업계와 김태년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산업디자인진흥법 전면개정법률안을 살펴보면 ▲법안명을 산업디자인진흥법에서 디자인산업진흥법으로 개정 ▲디자인산업진흥시설과 진흥단지 지정 및 지원 ▲디자인 전문회사의 신고업무를 민간에 위탁할 수 있게 함 ▲디자인사업 대가의 마련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디자인위원회 설치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벌써 12년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법과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고 있습니다.

디자인은 산업과 모든 부처에 연결돼있는 창의 지식 서비스 산업입니다. 국가에서 추진 중인 4차 산업에서도 매우 중요한 분야이며, 융복합의 핵심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산업통상자원부 엔지니어링디자인과 소속 몇 명의 담당자뿐이며, 그나마 2년마다 교체 됩니다. 유일한 디자인진흥원의 아주 적은 예산으로 디자인산업 진흥은 요원합니다. ​중앙정부의 각부처와 산하기관 지방정부 등 공공기관에서 편성운영 중인 다양한 디자인 관련 사업의 일관성과 효율성을 위해 총리실 중심의 통합 컨트롤타워가 필요합니다. 총리실 산하 디자인산업진흥청과 디자인산업 발전위원회 설치를 제안합니다.

끝으로 디자인개발 지원사업을 디자인기업에 대한 직접 지원과 디자인산업 발전을 위한 투자로 전환해야 합니다. 정부는 디자인을 기업의 제품 경쟁력 강화의 수단으로 인식할 뿐 하나의 독립된 산업 영역으로 보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디자인 정책을 담당하는 정부부처와 산하기관, 지방정부에서도 디자인을 필요로 하는 중소기업의 지원 수단으로 활용할 뿐 디자인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 정책은 미비한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디자인을 기업의 상품 경쟁력 강화 수단이 아닌, 디자인 산업의 발전을 통해 국가 디자인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도록 디자인기업 직접지원 방식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디자인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져야 디자인기업에서 제공받는 서비스의 질이 높아질 것이며, 디자인 생태계가 정상화 되어야 디자인 산업이 발전하고 국가 디자인 경쟁력 확보가 가능합니다.

Q. 끝으로 산업 종사자 및 예비 디자이너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초저단가, 갑질, 비효율적인 의사결정 등 열악한 산업 환경에 고생하고 있는 디자인 기업가와 디자이너들이 많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산업 현장구조를 바꿀 수 있도록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 내 주시길 바랍니다. 디자인 시장이 활성화되고, 디자인 기업이 고부가가치를 창출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디자인 시장이 활성화되고 양질의 디자인 일자리도 만들어지며, 궁극적으로 디자이너가 행복해지고 자긍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Credit
에디터
큐레이터 유 민하
사진 전 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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