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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카피처럼 Write Copy

글 한 줄 멋지게 써서 상대의 마음을 열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광고는 언어의 비즈니스입니다. 그런데 광고대행사에는 글을 쓰지 못하는 남녀가 많습니다. 카피도 쓰지 못하고, 기획서도 쓰지 못합니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Metropolitan Opera) 무대에 선 농아(청각장애인과 언어장애인)처럼 딱한 거죠.”
– 데이비드 오길비(David Ogilvy)

글 한 줄 멋지게 써서 상대의 마음을 열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모두들 워낙 바빠 차분히 앉아서 글을 읽기가 어려운 시절이다. 그래서 기획서를 쓰거나 보고서를 쓸 때도, 웬만큼 강력하지 않은 글로는 부장님의 마음을 열기 어렵다. 모두들 열심히 쓰기는 한다. 페이스북에, 카카오톡에, 이메일에 초 단위로 자신의 생각을 담는다. 전 국민이 작가요, 전 국민이 사진작가다. 공식적인 통로를 통한 등단은 이제 구시대의 유물로 변해버렸다.

요즘은 글쓰기가 개인기다. ‘시 아닌 시’도 유행이다. 길이가 짧다고 전부 시는 아닌데 말이다. 물론 재치 넘치는 것도 꽤 많다. 이전에는 부끄러워 감췄을 우리 사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공감을 얻기도 한다. 감각적이지만 말초적인 짧은 글이 넘치는 시대다. 그래서 좋고, 그래서 아쉽다.

‘촌철살인’은 어디로 갔는가? ‘촌’은 손가락 한 개 길이다. 3cm 정도다. 그렇게 짧은 쇠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말이다. 진짜 죽이는 건 아니고, 그 정도 짧은 말로 상대를 감동시킨다는 뜻이다.

널리 알리는 광고

오늘 기획서를 써야 한다면, 공모전을 준비한다면, 선거에 출마한다면, 소개팅을 나간다면 광고 카피에서 배워보면 어떨까? 메시지를 가장 짧은 순간에 촌철살인의 글로 전달하는 기술은 광고 카피를 따를 수 없다. 광고계에 카피라이터는 많지만, 요즘은 정말 심금을 울리는 카피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이유는 모두 안다. 광고에서 비주얼만 우대하고, 인쇄광고 매체가 힘이 빠지면서 감동 카피를 쓸 기회가 줄었기 때문이다. 너무나 각박한 시대라 광고에서까지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걸 받아주지 않는다. 광고라는 매체를 이용하는 방법도 달라졌다. 빨리 성공하기 위해 감성적인 브랜드 광고보다 매출에 당장 기여할 것 같은 전술적 광고만 주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10년 전, 20년 전보다 감동적인 카피가 줄었다. 그러나 이 모든 건 핑계다. 이전에도 상황은 어려웠다. 어렵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사람 마음을 사기가 그리 쉬운가? 아무리 딱딱한 이야기라도 겉에 설탕을 씌워서 슬기롭게 말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목적의식에 투철해 다짜고짜 메시지를 직접 외치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그래서 사람들이 외면한다. 대개 내가 잘났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안다고요. 알아요. 그렇게 하는 건 광고가 아니다. 널리 알리는 게 광고인데, 그렇게 해서는 널리 알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광고 카피에서는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하지 않아야 외면당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광고를 싫어하는 이유가 바로 그거다. 바쁘게 길을 가는 사람 손목 잡고 느닷없이 “유럽 수준의 명차 한 대 사실래요?”라고 묻는 것과 같은 일이다.

최후에 할 말부터 하기

『카피 캡슐(Copy Capsule)』로 유명한 카피라이터 핼 스테빈스(Hal Stebbins)의 조언을 몇 가지 소개한다. 글을 쓰는 것과 판매를 위해서 글을 쓴다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했다. 하나는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신념을 전달하는 것이라 했다. 광고 카피가 예술은 아니다. 제품이나 서비스 판매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그냥 글로 남는다. 판매에 바로 도움이 되지는 않더라도 그 브랜드에 대한 좋은 느낌을 줘야 한다. 요즘, 사람들이 긴 글을 잘 읽지 않으려 한다는 성향도 잘 파악하는 게 좋다. 그의 조언도 마찬가지다. “만약 ‘최후에 할 말’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있다면 그 말을 맨 처음에 하라”고 했다. “알았어, 알았어. 결론만 얘기해!”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도 그렇게 하는 게 좋다. TV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기승전결’의 구조를 즐겨 쓴다. 그런데 광고에서는 그렇게 한가롭게 드라마를 구축해나갈 시간이 없다. 그러므로 강력한 이야기를 아끼지 말고, 바로 던지면 더욱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하물며 15초 광고에서도 마찬가지다. “당신은 워밍업을 하기 위해 얼마든지 시간을 쓸 수 있지만 독자들은 그럴 수 없으며, 된다 해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이야기는 독자가 보았을 때 이미 뜨거워져 있지 않으면 안 된다. 헤드라인에 불타고 있어야 할 것을 바디카피라는 큰 그릇에 넣어 두지 말라”고 했다.

버리는 게 남는 것

아이디어를 길게 설명하려 들지 마라! 기획서나 제안서에서도 마찬가지다. 슬라이드 한 장에 모든 걸 담지 말고, 헤드라인을 짧게 써서 넣는 게 전달이 쉽다. 도대체 광고 아이디어에 설명이 필요한가? 정말로? 편집은 늘 어렵다. 하지만 버리는 게 남는 것이다. 아무리 아까워도, 중요하다고 생각돼도 과감히 잘라버리는 게 유리하다. “의심스러우면, 버려라!”라는 조언을 잘 들을 필요가 있다. ‘쓰는 기술은 억제하는 기술’이다. 글쓰기를 “계속하라. 마음껏 펼쳐라. 한 장 가득 써라. 그러고 나서 그것을 한 문장으로 줄여라”라고도 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죽여라!”라는 말은 끔찍하지만, 세 단어로 쓴 정말 위대한 설교다. 사랑하는 사람을 죽이라니! 내가 쓴 글이 단어 하나 버릴 것 없이 아까워도 애인을 죽이는 정도의 각오로 과감히 잘라버리라는 뜻이다.

설교에 대한 오래된 속담이 있다. ‘거의 모든 영혼은 최초의 20분 안에 구원을 받는다’. 광고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거의 모든 판매는 최초의 스무 단어에 의해 이루어진다. 또 이런 말도 있다. ‘생각이 적은 사람이 말이 많은 법이다. 무엇인가 충분치 못하다고 생각하는 웅변가는 길이로 메운다’. 생각이 부족하면 혹시 전달되지 않았을까 봐 무언가를 덧붙이게 된다. 그러다가 다른 데로 샌다. 길이가 긴 논문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참 중요한 발견인데, 그것을 적을 때 너무 길어져서 문장의 앞뒤가 호응을 이루지 못하는 일도 생긴다. 자기 혼자 흥분해서 빠져들다 보면 그렇게 된다. 잠시 멈추고 쓴 글을 다시 읽어봐야 하는데, 그 순간에도 정말 잘라내기 어렵다. 대개 헛소리지만, 꽤 길게 썼기 때문에 버리기가 아깝기 때문이다. 분량도 걱정되고. 그래도 버려야 한다. 생각을 머릿속에서 제대로 숙성해야 감동적인 카피가 나올 수 있다. 모차르트가 궁정 콘서트에서 연주할 음악의 작곡을 의뢰받았다. 그런데 황제 앞에서 백지를 보면서 연주를 시작했다. “도대체 악보는 어디 있는가?” 황제가 놀라서 물었다. “여기요” 하면서 모차르트는 자기 이마를 가리켰다. 숙성되지 않은 아이디어를 무조건 글로 쓰는 것보다는 머릿속에 쓰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핼 스테빈스는 사실 카피 쓰는 일이 그리 어려운 게 아니라는 이야기를 할리우드 영화 공식에 빗대서 말한다. “두 남자와 한 여자, 아니면, 두 여자와 한 남자를 섞어버리는 것이다. 별 거 아닌 그 공식이 수많은 사람에게 먹히고 매표소에 줄을 세우는 것이다” 잠깐, 이건 우리도 잘 안다. 막장 TV 드라마의 공식 아닌가? 그 뻔한 공식을 활용해서 끊임없이 새로운 드라마가 나오는 것 아닌가? 사랑하는 그이가 배다른 오빠라니! 결혼 후 12년간 두 집 살림을 하고 있었다니! 등등. 멋진 요리를 만들고 싶으면 조리법을 배워야 한다. 쉽게 배워야 좋다. 물론 글재주만으로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기업들이 소비자의 생각을 바꾸려 노력하는 대신, 자기 제품을 개조한다면 훨씬 더 많은 돈을 벌 것이다’.

그때, 그 카피

광고 카피를 잘 쓰게 해주는 그의 조언을 정리하면,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말하지 마라’, ‘최후에 할 말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있다면 그 말을 맨 처음에 하라’,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가르침은 ‘의심스러우면, 버려라!’

선배들보다 카피를 잘 못 쓴다는 이야기로 흥분했을 현역 카피라이터들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선배들의 카피 몇 개를 소개한다. 앗, 내가 썼으면 더 좋았을 것을!

  1. 디지털카메라의 기준은 하나다! 캐논인가 캐논이 아닌가 <캐논 디지털카메라>
  2. 조금만 고생하자고선 벌써 10년째입니다. 그래도 난 당신 편입니다. <삼성생명>
  3. 지금부터 난,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 <제주신라호텔>
  4. 인생역전 <로또>
  5. 마루가 원목이면 집안은 자연이 됩니다. 진짜 원목마루 <크레신 참참마루>
  6. 운전은 한다. 차는 모른다 [SK 스피드메이트]
  7. 사랑만 갖고 사랑이 되니? <2% 부족할 때>

전문가는 한 번 더 생각하고 그만큼 앞서가는 사람이다. 이것도 옛날 신도리코의 카피다.

『카피 캡슐』, 핼 스테빈스 저서
2% 부족할 때, 광고 카피

Credit
에디터
저자 정 상수, 청주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 (https://facebook.com/sangsoo.c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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