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배달앱이 배민을 이길 수 있을까?

공공 배달앱이 배달의민족을 이기기 어려운 5가지 이유

  • 이 글은 정치적인 입장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공공 배달앱’이라는 주제에 대해 IT 서비스 기획자의 시각을 정리한 글입니다.
출처. 배달의 민족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이 욕을 먹고 있습니다. 돈 버는 방식을 바꿨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인 내막은 더 복잡하지만 아주 간단하게만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예전에는 배달업체가 배민 앱에 노출되기 위해서 월 8만 8천 원의 ‘정해진 금액’을 냈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배민으로 주문한 매출의 5.8%를 ‘정해진 비율’로 내야 합니다. 돈을 벌수록 더 내는 소작농 같은 구조가 된 것이죠(*소상공인 및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로, 배달의민족은 지난 4월 10일 결국 새 요금 체계를 철회했다.)

우리 민족이라며요.. 요즘 왜 그래요.. / 출처. 배달의 민족

당연히 배달업체들은 분노합니다. 배달의 민족이 편리한 UX로 소비자를 가두더니, 어느 날 갑자기 독일 업체에 매각되고, 이제야 슬슬 자기 구역을 관리하는 깡패처럼 치졸한 본색을 드러낸다는 것이죠. 실제로 배달업체가 부담하는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1. 코로나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쓰러지고 있는 현실과
  2. 사전 조율도 제대로 안 하고 요금 체계를 바꾸는 고압적인 방식을 보았을 때,

배민의 선택이 사업적으로 좋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최근 이런 주장이 등장합니다.

정부가 공공 배달앱을 만들자!

그까짓 전단지 앱, 공공기관이 만들어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공공배달앱 / 출처. 카카오 기사 댓글 캡처

얼마 전에는 경기도지사님까지 이 주장을 거들기 시작하면서 오래지 않아 공공 배달앱이 영웅처럼 나타나 고통받는 소상공인들을 구원해줄 것 같습니다.

한 발자국만 더 생각해보겠습니다.

정말, 공공 배달앱이 배민을 이길 수 있을까요? 이게 진짜 지혜로운 해결책이 될까요? 만약에 이기려면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공 배달앱이 민간 배달앱(배민/요기요)을 이기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카카오 택시를 이기겠다고 등장한 택시업계의 자체 앱이 결국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것과 비슷한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심지어 요즘은 택시 기사님들도 카카오 콜을 잡는다는 슬픈 리뷰가 올라오고 있죠).

평점이 2.3점입니다.. ㅠㅠ / 출처. 티원택시 앱스토어 리뷰 캡처

왜 공공앱은 배민을 이기기 어려울까요? 앱을 만드는 일이 세금 낭비가 되지 않으려면 무엇을 조심해야 할까요? 그 장애물들을 5가지로 정리해보았습니다.

첫째, 소비자를 중심에 두기 어렵습니다.

공공 배달앱은 소비자를 중심에 두기 어렵습니다. 플랫폼은 판매자(배달업체)보다 소비자(일반인) 중심일 때 생명력이 있습니다. 소비자에게 혜택이 많은 앱이라면 물건을 사는 사람들이 바나나를 발견한 미니언즈처럼 옹기종기 모여듭니다. 그러다 보면 음식을 팔고 싶어 하는 판매자들도 자연스럽게 따라 들어오게 되죠.

오예! 할인쿠폰이다!!! / 출처. Giphy

하지만 판매자를 우선시하는 앱은 소비자가 뿔뿔이 흩어질 확률이 큽니다. 판매자(배달업체)가 보는 이익이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 돈 내가 내는거래.. / 출처. Giphy

예를 들어 배달업계 노동조합이 파업을 해서 배달료를 1,000 원 인상해야 하는 사태가 생겼습니다. 배달앱은 이 1,000 원을 소비자에게 부과할까요, 아니면 판매자에게 부과할까요? 당연히 판매자에게 부과합니다.

소비자는 1,000원이 오르면 쓰던 앱을 지우고 다른 앱으로 갈아타거나, 최후의 경우 자기가 직접 전화를 합니다. 그러나 판매자는 소비자가 모여있는 플랫폼이 곧 매출이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그대로 있습니다.

민간의 배달앱들은 회사의 ‘갑’이자 서비스의 핵심이 ‘모여있는 소비자’라는 것을 압니다.

그래서 판매자(배달업체)의 호주머니를 끊임없이 자극하고 업체 간 경쟁을 활성화해서 쿠폰/리뷰 이벤트를 계속 만들어 냅니다.

경쟁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할인쿠폰 / 출처. 배달의 민족 화면 캡처

그러나 공공 배달앱이 만들어진다면 이 앱은 일반 소비자뿐만 아니라, 판매자(배달업체)도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판매자가 싫어하는 과잉 경쟁을 유도할 수 없습니다.

앞서 말했던 것 같은 비용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한 끼 해결하려는 사람(소비자)의 투덜댐과 생업이 달려있는 사람(배달업체)의 비명 중 누구의 민원이 공공기관에 더 크게 들릴까요? 당연히 판매자(배달업체)입니다.

이렇게 소비자와 배달업체의 이익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배민 같은 민간 앱은 가차 없이 소비자 편을 드는 반면, 공공 앱은 태생적으로 양쪽을 다 신경 씁니다.

  • 나쁜 배달앱의 치킨: 쿠폰을 적용한 15,000 원
  • 소상공인을 위한 공공앱 치킨: 그런데 16,000 원

이 가격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공공앱의 처지가 위태롭습니다. 물론 뜻있는 소비자들이 작은 혜택을 과감히 버리고 소상공인을 위해 공공앱을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말했던 것처럼 긴 전쟁은 의지보다 돈으로 하는 것입니다.

돈으로 이기자 / 출처. 플래닛미디어

둘째, 유지보수를 하기 힘듭니다.

공공기관의 앱은 꾸준히 유지보수되기 힘듭니다. 공공기관이 서비스하는 앱을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앱을 말해보세요.

무엇이 생각나시나요?

솔직히 저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습니다. 자전거를 빌리다 속이 터질뻔했던 ‘따릉이 앱’이나, 민원 하다가 소리를 질렀던 ‘정부24’가 떠오르네요.

따릉아 왜그래 ㅠㅠ.. / 출처. 소비자 평가

공공기관 앱들이 이처럼 답답한 현상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원인은 출시 이후 유지보수를 ‘최소한’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처음부터 좋은 앱은 절대 없습니다. 카카오톡/인스타그램/쿠팡처럼 지금은 업계의 표준이라고 불리는 앱들도 처음의 UX는 그렇게 뛰어난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지난 7년간 발전한 쿠팡 / 좌. https://story.pxd.co.kr/1356, 우. 쿠팡 앱 화면 캡처

사용자와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내일의 UX를 오늘의 UX보다 딱 한 발자국씩만 개선하는 작업을 10년간 해왔기 때문에 좋은 앱이 된 것입니다(카카오톡은 벌써 8.8.1 버전이네요).

그런데 공공기관 앱은 어떤가요?

서비스 기업이 아닌 공공의 KPI(핵심 성과 지표)는 ‘앱 출시 자체’나 ‘민원 최소화’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굳이 앱을 시끌시끌 활성화시킬 이유가 없습니다. 경험상 고도화를 위한 개편 작업은 전혀 없이 심각한 에러(셧다운)가 나지 않는 선에서 그대로 유지됩니다. 기관장이 바뀌거나, 선거가 있을 무렵에만 새로운 개편 ‘계획’이 세워지는 정도입니다.

또한 공공기관은 유지보수를 위한 돈도 부족합니다.

대부분의 공공 영역은 성냥팔이 소녀처럼 예산에 심하게 쪼들립니다. 때문에 의사결정자는 한정된 자원을 여러 부서에 효율적으로 분배해야 하는데요.

현재 공공기관 고위층은 본인들 세대에는 경험해보지 못했던 모바일 생태계, 그것도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대해 세세한 부분까지 이해하고 있기 힘듭니다. 그러다 보니, 처음 개발 때 돈을 많이 투입하더라도 이후 유지보수에는 적정한 금액을 주지 않습니다.

예전에 공공기관과 일할 때 한 번은 “앱이 론칭되었는데 예산이 왜 또 필요해!?”라고 따지시는 것을 직접 들은 적도 있습니다. 이런 현실 때문에 공공앱은 소비자가 만족할만한 퀄리티로 꾸준히 개선되기가 쉽지 않습니다.

셋째, IT전문가를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공공은 IT 전문 인력이 매우 부족합니다. 때문에 공공에서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면, 외주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재미있는 사례를 하나 들어볼까요?

공공이 개발 프로젝트를 외주에 맡길 때는 RFP(Request for Proposal 제안요청서)라는 걸 씁니다. 보통 ‘우리 기관이 A, B, C와 같은 기능이 필요하니 적절히 제안서를 작성해주세요!’라는 내용입니다.

각종 IT 외주가 가득한 나라장터 / 출처. 나라장터 화면 캡처

문제는 공공기관이 현실에서 이런 제안요청서조차 내부에서 쓰지 못하고 업체가 알아서 써온 뒤, 알아서 입찰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는 것입니다. 시험을 보는데 문제를 자기가 내는 겁니다.

공공에 IT 전문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슬프고 어처구니없는 현상입니다.

그러다 보니 실제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되어도 이게 지금 계획대로 따박따박 진행되고 있는 것인지, 이대로 갔을 때 예상되는 문제가 무엇인지, 금액과 기간이 합리적이고, 품질이 가격 대비 납득할만한 수준인지 판단하는 것이 무척 어렵습니다.

그래서 나온 결과물들이 지금 우리를 괴롭히는 ‘그(!) 앱들’입니다. 전문가를 외부에서 채용하거나, 공공기관 내부에서 꿈돌이 인재를 잘 키우면 되지 않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우선 전문가를 외부 채용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전문 인력이 공공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이유는 실력 있는 전문가 채용에 필요한 적절한 임금을 주기가 힘들다는 점입니다. 시장에서 서비스 개발을 전담하는 프로덕트 오너나, 핵심 개발자/디자이너는 고액의 연봉을 받습니다. 공공에서 정해진 연봉 상한은 시장 전문가의 몸값(?)을 맞춰주지 못합니다.

신입(!) 개발자 연봉이 5천만 원이군요.. / 출처. 우아한 형제들

두 번째 이유는 낮은 연봉에도 만족할 만한 미래 가치를 제공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전문가가 굳이 돈을 적게 받고서라도 죽기 살기로 일하는 경우가 딱 한 가지 있습니다. 서비스가 공감되는 미션을 가지고, 미래에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 같을 때입니다(본인도 같이 성장하니까요).

그런데 공공 배달앱은 이미 ‘고작 전단지 앱’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앱의 개발 방향도 미래의 성장보다는 현재의 정치적 판단, 사회문제에 초점을 맞춥니다. 앱이 또 다른 민원만 유발할 경우, 정치 상황이 급변해 앱이 폐기될 경우, 서비스의 미래가 너무 불투명합니다.

‘각본이 안 좋은 드라마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배우는 없다’는 점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두 번째 해결책, 내부에서 전문가를 키우는 것도 결코 쉽지 않습니다.

공공기관은 순환보직을 합니다. 때문에 1년 정도 근무한 공무원이 앱 서비스의 구조에 대해 이제 알겠다 싶으면 생판 관련 없는 부서로 발령이 나는 일이 허다합니다. 또한 개발 프로젝트는 매일같이 사고, 사고, 점검, 점검이 반복되며 업무강도가 다른 직무 대비 매우 힘들기 때문에 담당자가 스스로 옮기고 싶어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매번 신입 공무원 혹은 IT와 전혀 관련 없는 새로운 담당자가 와서 좋으면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하고 나쁘면 프로젝트에 어깃장을 놓습니다.

시장에서 가장 능력 있다는 서비스 기획자, UX 디자이너, 백엔드, 프런트엔드, QA, 마케터까지 갖춘 거대기업을 이긴다는 것이 100번 양보해서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지금 예상처럼 간단한 일은 결코 아닐 겁니다.

넷째, UX 친화도를 극복해야 합니다.

2019년 3월, 배민의 경쟁업체였던 요기요는 마케팅 비용으로 1,000억 원을 쓴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한 달에 9,900원을 내면 총 3,000원씩 10번 할인해주는 요기요 슈퍼클럽입니다.

요기요의 고육지책, 소비자는 행복 / 출처. 요기요 앱 화면 캡처

요기요는 왜 이런 바보 같은 짓을 했을까요?

배민을 이기는 게 너무너무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하고, 최선을 다해 UX를 완벽하게 고쳐나가도, 1위 업체인 배달의 민족을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그래서 결국은 사버렸죠;).

배달의 민족 내부 직원들이 잘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사실 가장 큰 이유는 많은 사용자들에게 ‘배민이 내 인생 처음’이라는 점이 주효했습니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UX의 변화를 싫어합니다. 아무리 비슷한 앱이라고 하더라도, 내가 예전에 쓰던 것과 똑같은 앱이 아니면, 어지간해서는 쓰지 않습니다. 새로운 학습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이런 질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앱 UI라는 거 어차피 뭐 특허가 있는 것도 아니고, 똑같이 그대로 베껴서 출시하면 되는 거 아니야?

이 생각은 우선 윤리적으로 잘못되었습니다. 서비스 시장에서는 표절로 유명한 사례가 있습니다. 네이버(라인)가 베트남 중고장터 앱을 만들 때, 스타트업 당근 마켓의 UI를 고스란히 베낀 사건입니다.

당근마켓을 그대로 카피한 라인 / 출처. YTN

이 문제는 법적으로 비화되지는 않았지만, 결국 네이버(라인)가 앱 구성을 바꾸면서 항복했습니다. 공공이 공익의 목적을 달성한다며 지금까지 민간업체가 수년간 힘들여 개발한 UI를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요? 단순해 보이는 버튼 하나에도 수백 명의 사용자 조사 결과가 담겨있습니다.

윤리적인 것을 떠나 실질적으로도 어렵습니다. 앱의 UI는 표면적인 것이 같다고 하더라도, UI 뒤에 숨어있는 세부 정책이나 예외처리 방식에 따라 UX의 품질이 확연하게 갈립니다. 얼핏 보고 그대로 따라한 앱의 UX는 절대 오리지널의 경험을 이길 수 없습니다.

UX 친화도(Affinity)의 권력이 무시무시하다는 것은 이미 배민을 잡으려고 도전장을 내밀었던 다른 업체들의 짓밟힌 출사표에서도 보입니다.

2019년 4월 야심 차게 출시된 쿠팡 이츠의 사례를 볼까요? 쿠팡이츠의 UX는 절대 나쁘지 않았습니다. 아무렴, 대한민국 UX에서 가장 잘한다고 소문난 쿠팡에서 만든 배달 서비스인걸요.

쿠팡이츠, 입점업체가 매우 적다는 단점이 있군요.. / 출처. 쿠팡이츠 앱 화면 캡처

실제로 써보면, 결제도 간편하고, 음식의 조리과정, 배달원의 이동 과정까지 다 보였습니다. 그런데 1년이 지나가는 지금, 시장을 완전히 뒤집어 놓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결과가 그렇게 신통치 못합니다. 일부 분석 기사에서는 쿠팡의 무리한 시장 진입이었다는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2019년 10월 한국을 철수한 우버이츠도 똑같습니다. 우버도 한국 배달시장을 잡기 위해 무려 2년 동안 밤낮없이 노력했습니다. 1인분 배달, 배달비 0원, 80% 할인쿠폰 이런 돈이 다 어디서 나왔을까요?

해외에서는 성공적이었던 우버이츠 /
출처. MATTHEW HORWOOD VIA GETTY IMAGES

해외 본사에서 그만큼 엄청난 돈을 쏟아붓더라도, 한국에 플랫폼을 처음 만들어내고, 사람들에게 표준을 제공한 업체, ‘배달의 민족’을 이길 수가 없었던 겁니다.

그래서 의문입니다.

쿠팡도 못했고, 우버도 못했고, 심지어 요기요가 1000억 원을 쓰고도 못해서 결국 4조 원을 주고 인수합병을 선택했던 ‘배민 이기기’를, 정말 공공기관 앱이 할 수 있을지요.

다섯째, 데이터 싸움에서 집니다.

앞서 말했듯이 UX 친화도는 배민이 배달업계에서 절대 고수가 된 가장 중요한 원인입니다. 하지만 그게 배민의 강점을 모두 설명해 주지는 않습니다. 사람들이 이 난리 통에도 굳이 배민을 사용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배민에는 축적된 데이터가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로 배민의 데이터는 소비자의 선택을 돕습니다. 배민에 들어가면 배달 업체마다 별점이 있습니다. 리뷰가 2,000개, 평점이 4.8점이 중국집과 리뷰가 30개, 평점이 3.2점인 중국집이 있다면 소비자는 당연히 전자를 선택할 겁니다.

리뷰가 수백만개 있을겁니다. / 출처. 배달의 민족 앱 화면 캡처

아무리 ‘리뷰 그거 다 조작이야’, ‘요즘 리뷰는 예전 같지 않다’ 하지만, 수천 개씩 쌓인 리뷰는 대부분의 경우 들어맞습니다. 또 사람들은 아주 똑똑하기 때문에 일부러 1점 리뷰만 찾아서 읽어본 뒤 가게의 성향을 판단하고 음식을 시킵니다.

배민은 이 리뷰 데이터를 쌓기 위해 포인트를 쥐여주고, 푸시 알림을 보내면서 여태까지 4~5년을 노력해왔습니다. 그렇게 지금의 데이터 철옹성이 지어졌습니다.

그런데 공공 배달앱이 나온다면 어떨까요?

사람들은 이제 막 탄생한 앱에서 5개-20개의 리뷰만 읽고 음식점 브랜드만 믿거나, 소상공인을 살리겠다는 비상한 의지를 가지고 배달음식을 시켜야 합니다. 한두 번은 가능하지만 만약 맛없는 음식을 2~3번 먹은 뒤라도 똑같이 할 수 있을까요?

물론 이미 아는 가게에서 시켜 먹는 고객도 당연히 있을 겁니다. 하지만 ‘오늘 뭐 먹지?’ 생각하고 둘러보는 고객에게 배민은 공공앱보다 월등한 UX를 제공합니다.

둘째로 배민은 데이터로 서비스를 계속 개선해갑니다.

‘IT 서비스 기업’이냐, ‘IT 흉내 기업’이냐의 차이는 데이터로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는지에 달려있습니다. 이 작업에는

  • 첫째, 우수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 둘째, 데이터 기반 UX 기획 프로세스
  • 셋째, 모두 구성원이 공유하는 데이터 마인드셋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동안 함께 일해본 공공기관들은

  • 데이터를 아예 쌓지 않거나
  • 의미 없는 데이터만 쌓거나,
  • 데이터가 쌓여있더라도 이것을 효과적으로 분석해서 서비스에 적용하지 못합니다.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공공앱과 민간 앱의 격차가 좁혀지기보다 벌어질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정리하자면,

‘공공 배달앱’을 만들어주세요!’라는 간단한 말은

  • 소비자 중심으로 생각하면서,
  • 유지보수를 끊임없이, 적극적으로 하고,
  • IT 고급 인력을 내부에 채용하면서
  • 배민의 UX 친화도를 극복할 수 있고
  • 데이터를 통해 소비자와 함께 진화하는 배달 앱을 만들어주세요!’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단순히 남들도 다하는 ‘앱 하나’ 만드는 것보다 훨씬 어렵고 복잡한 일입니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군산시의 ‘배달의 명수’도 올해 2월 출시되어 사용해보았지만, 아직은 앱의 반응성도 떨어지고, 특히 결제 기능이 기존 앱 대비 훠어얼-씬 불편합니다.

군산에서 시작된 공공배달앱 / 출처. 배달의 명수 앱 화면 캡처

최근 다양한 언론이 이 앱을 주목하고 있지만, 앱의 품질이나, 지속 가능한 사업구조를 살펴봤을 때, 아직 시장에 나온 지 2달도 안된 앱을 모범으로서 따라 하는 것은 너무 무모한 일입니다.

새로운 공공 배달앱을 성공적으로 만들고 싶다면 그래서 소상공인 배달 수수료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그까짓 앱쯤으로 간단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눈앞의 장애물들을 꼼꼼히, 차근차근 살펴본 뒤 국민적인 지지와 공공 영역만의 강점을 활용해서 시장을 이길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운동경기의 승패는 그동안 흘린 땀이 가른다’
라는 말이 있지요. 마찬가지로
‘서비스의 승패는 누가 고민을 더 많이 했는가’
로 갈립니다.

배민보다 더 깊이 고민해야 공공 배달앱이 정착합니다.

공공 배달앱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좀 더 치열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Author
김광섭

김광섭

UX 기획자. IT기업의 서비스 기획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다양한 공공 서비스 설계에 참여하였고, 현재는 모빌리티 분야를 공부하며 ‘더 매끄러운 이동’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문학을 전공해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공공 UX 개선, UX 라이팅 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kwangsubkim412@gmail.com

Credit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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